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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37

  • 입력 2019.11.1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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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 도시재생 선도도시가 되었다

순천시는 국민 누구나 안다. 순천만 습지와 국가정원을 만들어 생태수도로 이름을 날려서다. 그러나 순천시의 유명세는 습지와 공원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도서관 도시가 되려고 하였는데 도시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필자도 이 도시를 배우려고 한옥 글방을 찾은 지가 만 10년쯤 된다. 이러한 도시의 행보는 순천시를 품격이 있으면서 삶의 질을 향상하려고 지속해서 노력하는 도시로 비쳤다.

그러자 이 도시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필자는 순천만 습지가 잘 보전되는데 조금 이바지를 하였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순천시가 도시재생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도시인 줄은 잘 몰랐다. 단순히 도시재생 사업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는 것만 알았었다.

순천시는 오는 24일부터 3일간 ‘2019 도시재생 한마당’을 개최한다. 부제로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생태, 문화, 역사 그리고 사람’을 달았다. 올핸 한 달 전에 처음 방문하고 재생 구역의 거리와 골목을 둘러 본 다음 한마당에 초청을 받았다. 행사 때는 사람들이 많아 너무 복잡할 것 같아 지난 주말에 다시 방문하였다.

 

 

이번엔 담당 과장 대신에 과 사무장의 안내를 받았는데 둘 다 자부심이 대단하였고 업무에 밝아 안내받는 내내 “좋은 사람들이 있었구나.” 하였다. 행사는 순천부읍성(順天府邑城)의 성터가 있었다고 하는 중앙동과 향동 문화거리 일대 그리고 옥리단길 주변에서 열린다. 두 번의 경험으로 도시재생 여행을 할 세 곳만을 추천한다면, 향동 문화의 거리와 옥리단길과 옥천 주변 그리고 새뜰마을이다. 물론 이 세 곳은 서로 분리된 것은 아니다.

도시재생 거리 체험은 항상 ‘문화생활센터 영동 1번지’에서 시작하는 것 같았다. 센터는 옛 성주군청인데 이를 고쳐 사용하는 다목적 문화 공간이다. 이 일대 주민들은 철거와 유지라는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갈등을 겪다가 3년간의 대화로 해소하였다. 그 후 1년간의 수리와 건물 분리를 거친 다음 2018년 개장을 하였다. 그래서 재생사업의 상징 같은 곳이기도 하다. 분리라는 말은 건물이 뒷부분을 잘랐다는 의미다.

현재 잘린 자리는 넓은 광장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건물에서 나와 왼쪽으로 가다가 센터 옆 골목으로 가면 옥리단길을 가게 되고, 조금 더 가 중앙사거리에서 왼쪽으로 틀면 문화의 거리가 된다. 문화의 거리는 여러 재생사업이 함께 추진된 곳이라고 한다면 옥리단길은 재생사업의 효과로 상당 부분 저절로 변화한 거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옥리단길의 중심부라고 하는 호남사거리와 지척에 있는 옥천 천변까지 재생의 효과는 확산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센터 건물에서 보자면 옥리단길은 남쪽이고 문화의 거리는 북쪽이라고 보면 된다.

 

 

도시재생 사업은 2013년 일 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린 해라 들뜬 상태였지만 원도심의 공동화 등으로 재생의 시급한 필요성이 있었다. 행사 직후 도시재생 시민토론회를 열고, 참여자 모집 등으로 시민들이 먼저 나섰다. 이어 활동가와 전문가 워크숍 그리고 공무원 워크숍으로 준비를 구체화하였다. 연말에는 도시재생자문단회의의 검토를 거쳐 도시재생전략 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그 에너지로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응모하여 선정되었다. 사업의 출발에서부터 시민, 전문가, 공무원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 강점으로 꼽혔다. 원도심인 중앙사거리 일대는 도심이 확장되면서 인구는 47%가 그리고 상가 수는 40%나 감소하는 등 이미 쇠퇴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었고, 노후주택도 55%나 되었다. 시민들이 시급해 하였던 이유가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자연의 씨줄과 문화의 날줄로 엮어내는 천가지로(天街地路)의 정원도시(情園都市)’라는 비전을 설정하였다. 정원의 정은 마음이 정해진다는 뜻 정(情)이다. 도시라는 공간을 재생하려는 것이 목표이지만 지역을 소생시키고, 공생하는 거리를 만들고, 사람을 살려내는 창생을 같이 목표로 하고 있다. 전략을 조금 자세히 보면 속도보다는 방향을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사람보다는 시스템에 의한 도시재생, 외부 전문가보다는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이라 설명하였다.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문화·환경·사회·경제를 통괄하는 복합 도시재생을 추구하여 지난해까지 59개 사업에 약 200억 원을 투자하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천(天) 생태, 가(街) 문화, 지(地) 역사, 로(路) 사람으로 구분하여 실행하였다. 실로 주도면밀하고 교과서적인 접근 방식이었다.

시 공직자 조직도 도시재생 사업에 맞추어 재편하였다. 관련 과들을 경제관광국에 소속시키고 행정과 시설직 공무원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여 창의적인 업무가 가능하게 하였다. 주무부서인 도시재생과 외에도 경제진흥과, 투자유치과에 시민소통과와 관광진흥과까지 포함시켜 시정의 핵심 조직이 되게 하였으니 업무 속도나 정확도가 높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러다 보니 한 공사에도 협업할 수 있어 여러 개의 밀린 공사를 동시에 추진하여 성과로 나타낸 적도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한 번의 도로 굴착사업에 하수관로 분리공사와 전선 지중화 등 여덟 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여 완료하였다. 도시재생 사업은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전담부서인 도시재생과, 사업추진협의체, 각 동의 주민협의체가 협의해가며 추진하였다. 도시재생과는 1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도시재생위원회와 여러 학교, LH 도시재생지원기구 등으로부터 지원과 조언을 받았다.

 

 

이렇게 추진된 도시재생 사업은 얼마되지 않아 도시를 환하고 활력이 넘치게 했다. 새로운 가게들이 늘어나고 공원들과 공실 건물들이 새로운 기능을 가지고 단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청년들과 새로운 창업자들이 속속 나타났다.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이 생기면서 일자리도 늘어났다. 3명으로 시작한 한 기획회사는 직원이 18명으로 늘어났다. 골목으로 사람들이 다니게 되고 외부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안내자도, 관광객을 위한 식당도 생겼다.

어느 도시나 그렇듯이 순천시에도 산비탈에는 넉넉하지 못한 주민들이 사는 동네가 있는데 주민들이 제일 많이 떠난 곳이었다. 경로당이 없었으나 길 건너 다른 마을 경로당으로 가기도 어려웠다. 이곳에 경로당을 만들고 그 옆에 청수정이라는 식당을 하면서 마을을 재생하였다. 순천시 재생사업 상징 중 하나인 청수골 새뜰마을이다. 어머니들이 만드는 백반 정식과 한과 등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이젠 마을엔 주민들이 늘고 새집도 많아졌다.

불과 4년 지난 지금은 빈집 187동이 7동을 크게 줄었고, 기업도 협동조합 11곳과 사회적 기업 17곳을 포함하여 40개 법인이나 되었다. 156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으며, 주민 만족도는 2015년 72%이던 것이 2017년에는 91%까지 올랐다. 더 큰 성과는 죽은 거리가 살아나고 재생 구역이 다방향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가 주인들은 임대료를 올리지 않아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하지 않은 점도 괄목할만하다. 처음 재생사업이 시작된 곳과는 좀 떨어져 있지만 도심 하천인 옥천까지 살려내어 맑은 물을 흐르게 한 것도 보이지 않게 도시재생 사업에 큰 도움이 된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성공 원인을 하나 더 꼽으라면 지역의 잠재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사는 고장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그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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