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슈·기획 기획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39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도시에는 중심부에 서점들이 당당하게 버티고 있다. 물론 생존전략을 바꾸어 가면서 말이다. (룩셈브르크)

 

                     왜 도시들은 ‘책의 도시’가 되려고 할까?

여의도 한 큰 쇼핑몰에는 큰 책방이 있다. 동료와 함께 구경하며 이 비싼 곳에 책을 파는 일로 과연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괜한 우려를 한 적이 있다. 그냥 감사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고 서점들도 빠르게 줄고 있어 무작정 책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새 책방이 생기는 일을 그 도시를 살리는 일처럼 생각한다, 마치 본인의 책방 투자자인 양 사서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는 없을 거라는 엉뚱한 착각까지 하곤한다. 그야말로 착각이다. 서점에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책방 그리고 도서관에 관한 책들 찾아보니 의외로 많다. 그 책들 속에는 책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고 책이 필요한 이유를 잘 찾아내어 써놓았다. 어떤 영국 책방 점원이 쓴 책방에 관한 책은 베스트셀러까지 되었다. 그리고 ‘책의 도시’에 관한 책들도 있었다. 수년 전에 군포시를 방문했을 때 복도와 시장 집무실 곳곳에 책을 진열해놓고 매년 ‘군포시의 책’을 선정하기도 하였다. 올여름에 방문했던 서울 성동구청 1층에는 마치 삼성역 스타필드 몰의 ‘별마당도서관’처럼 꾸며놓은 ‘책마루 도서관’이 있었다. 사람들이 다시 책을 좋아하게 된 걸까?

필자는 ‘책 도시’라고 하면 먼저 두 도시가 먼저 떠오른다. 한 곳은 2015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k Capital City)’ 인천광역시이고, 다른 한 도시는 출판도시 파주시다. 유네스코는 2001년부터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시작으로 매년 총회에서 수도를 지명한다. 아시아에서는 2003년 뉴델리 그리고 2013년 방콕에 이어 세 번째로 지정되었다.

유네스코는 1995년 4월 23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고, 독서출판을 장려와 독서증진을 위해 수도 선정을 시작하였다. 이 날은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날이어서 기념해 정했다고 한다. 해당 시는 1년 동안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저작권, 출판문화산업, 창작 등과 관련된  국내외 교류 및 독서문화행사 중심도시로서 도서 및 독서와 관련된 일체의 행사를 주관하게 된다. 유네스코 책 수도 지명위원회는 다음과 기준을 적용하여 신청 도시 중에 한 도시를 선정한다.

목적에 부합되는 시에서 국제 수준의 참여 정도, 프로그램의 잠재적 영향, 후보 도시가 제안한 활동의 ​​범위와 품질 그리고 작가, 출판사, 서점 및 도서관과의 연계성, 책과 독서를 홍보하는 여러 사업 등이다. 그러니까 한 나라의 책 문화를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하라고 시범 도시를 선정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파주를 출판도시라고 하는 이유는 문발동 일원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단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의 공식 명칭 파주출판문화정보국가산업단지이다. 1997년에 조성을 시작하여 2002년도 이후에 이주하기 시작하였는데 여러 큰 출판사와 서점의 본사와 물류창고가 이곳에 몰려있다. 아마 서울에 있던 출판사들이 땅값이 크게 저렴한 이곳을 택해 모이려 했다.

같은 업종끼리 함께 일하면 여러 가지 이점을 생각하고 조성하였을 것이다. 물론 정책적 배려도 있었으니 이런저런 판단을 하여 인위적으로 조성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은 도시 전체를 책과 연계시키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그곳에 기면 한 번에 여러 서점을 볼 수 있어 조경도 잘 꾸며져 있어 책 중심 마을로 보이기에는 충분하다.

 

오래된 거리의 중고서점에서는 시민들의 자부심과 도시의 역량, 즉 저력이 느껴진다. (벨기에 브루셀)

 

지난해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2018 책의 해’여서 인지 유난히 책의 도시가 되려고 하는 도시들이 올해 많았다. 먼저 올 4월에 김해시는 ‘책 읽는 창원’을 선포하였다. 최근엔 성남시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책 읽는 도시 성남’을 그리고 수원시는 ‘책 읽기 좋은 인문학 도시’를 표방하였다.

또 지난 11일에는 전주시에서 전국 26개 ‘책 읽는 도시’의 기초자치단체장과 관계자들이 모여 독서문화 생태계의 지속적인 확산과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정책 마련을 위해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임시총회와 워크숍이 열렸다. 앞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공동사업을 통해 전국 어디에 사는지와 관계없이 독서 교육 기회를 공평하게 받을 수 있는 책 읽는 도시를 전국에 확산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프랑스에도 출판도시 리옹이 있다(관련 서적 – ‘책의 도시 리옹’ 참조). 이 책에서 리옹시의 시민들이 도시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품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찬란한 출판의 문화를 꽃피운 도시였는데, 파리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문화를 형성되었다고 하면 리옹은 상업지구 한가운데서 당시 문제시되었던 주제를 책으로 펴내며 문화를 발전시켜나갔다. 도시가 유럽의 주요 금융 도시로 발돋움하던 16세기 중엽에는 새로운 인쇄기술을 도입, 파리 다음으로 활자본을 내놓으면서 출판문화의 중심으로 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리옹의 활자본이 상인의 거리에서 나왔고, 따라서 리옹의 ‘책의 거리’가 상인 구역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리옹에서 출판된 책들은 자유롭고 새로운 사고를 이끌었고 프랑스 문화의 한 축을 형성하였다. 그 상업의 중심이 다른 시로 옮겨갔어도 책 문화에 끼친 영향이 지대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한편 정은우 작가의 블로그에는 책의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 내에서 뉴욕과 시카고에 이어 도서 구입순위가 3위라고 하였다. 뉴욕(785㎢)과 시카고 (588㎢)에 비하여 샌프란시스코 면적이 121㎢인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다. 어디 그뿐인가. 인구로 치자면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 10위권 밖이다. 이 도시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는 샌프란시스코에는 기질이 재미있고 풍부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살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그다음 이유는 높은 교육수준을 들 수 있겠다. 이러한 책을 많이 읽는 도시의 저역이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젠 캠벨(Jen Cambell)은 그의 다른 책 ‘북숍 스토리(Bppkshop Story)’ 서문에 이렇게 썼다. “산리안 타오펀 서점은 2014년 4월에 베이징에서 처음으로 24시간 서점을 개점해 크게 매출을 올렸다. 세계 곳곳에서는 ‘책 도시’가 싹트며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주민들을 단결시키고 있다. (중략) 서점들은 어느 때보다 힘들게 싸우고 있으며,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창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중략) 서점이야말로 바쁜 세상에서 누구나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하고 동심에 경이감과 모험심을 스미게 하는 마법 같은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그렇다. 시민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드는 서점을 살리는 일부터 도시가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도시의 미래가 보인다.

 

투데이안산  jun@todayansan.co.kr

<저작권자 © 투데이안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