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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41

  • 입력 2019.12.1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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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해서 잘 만든 거리가 도시를 살린다.

한때는 책방이 있는 우리 도시의 한 거리를 좋아했다.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꽤 큰 책방이 생겼는데 그 옆에는 문방구가 있었으며, 골목 건너편에 작은 레코드가게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 거리가 문화의 거리가 되었다. 이곳에 어울리는 몇몇 상점이 더 생기면 멋진 거리로 소문이 나겠지 하는 기대도 하였다. 물론 어느 한 곳에 갤러리를 내볼까하는 나름의 계획도 세워 보았다. 그렇게 바라보다 보니 도시의 다른 골목과 거리도 다르게 보였다.

그때쯤 찾아다녔던 거리가 인사동길이다. 헌책을 사러 갔던 그 거리가 약간은 요란해지고 화려해지기 시작할 무렵 인근의 삼청동길을 알게 되었다. 삼청길이 너무 부러웠었다. 자주 다니면서 이곳에는 책방이나 박물관이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름 거리를 그림으로 재구성 해보곤 했다. 또 지역 문화인들과 함께 거리 만들기를 해보자는 말도 하였고, 거리가 살아야 마을도 산다며 다른 지역을 찾아다니기도 하였다. 근년에는 서촌 골목을 눈여겨보고 있다.

거리는 사람이나 차가 다니는 길을 말한다. 거리는 사람들이 오가는 소통과 교류의 공간이니 지역에서는 주요 경제 행위를 하기에 좋은 시장과 같은 여건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또 휴식과 만남의 장소다. 과거엔 거리라고 하면 사람들이 많이 활보하는 곳으로 이해하곤 하였다. 승용차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동네마다 상점이 활성화된 거리들이 있었고 이런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추억을 떠올리는 장소가 된다.

이젠 이런 곳이 ‘거리’ 또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도시를 브랜드화하고 있다. 컴퓨터에서 ‘거리’나 ‘길’을 검색하면 금방 수십 개의 거리와 길 이름이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은 옛길을 재생과 활성화라는 개념을 불어넣어 사람들이 찾아와서 즐기는 거리로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도시재생을 잘 하고 있다는 순천을 찾았다가 자연스럽게 생명력을 되찾고 있는 옥리단길 이야길 듣고 그곳으로 먼저 달려갔다. 순천 구도심의 서쪽에는 옥천(玉川)이라는 하천이 있는데 중류 양편에는 거리가 새롭게 변하고 있었다. 동편의 호남사거리는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항상 지나는 사람들이 많아 상가가 잘되는 거리였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신도시가 개발되고 인구와 상권이 옮겨가자 내리막을 걷게 되었다. 건물은 노후화되고 사람들의 왕래도 적어지면서 빈상가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런데 시가 도시재생사업을 하면서 인근 지역을 새롭게 정비해 나가고 옥천을 예전의 맑은 하천으로 복원하자 이 거리에 희망을 보고 젊은 사업가들과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이웃 골목과 하천의 건너편 지역까지 범위 확장되면서 도시의 면모가 깨끗해지고 거리 활성화(street revitalization)가 되고 있었다.

도시의 거리를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이며 아름다운 공공장소를 만들려고 하면 디자인이 중요하다. 현대 도시에서는 좋은 디자인을 하는 것이 어쩌면 시정의 최대의 책무이자 도전과제일지도 모른다. 산만하지 않으면서 단순하고 선명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우선 걷기에 최적화 된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건물이던 자연이던 도시의 경관을 빼어나게 해야 한다.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은 주요 지점에 녹지를 복원하거나 확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행자를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하고, 그늘과 계절감을 제공해서 좋다. 참신한 디자인은 사람들이 많아도 혼잡해 보이지 않고 품위 있는 도시 공간으로 바꿀 수 있다. 물론 실행에서는 수종의 선정과 거리의 포장 그리고 이웃 건물들의 높이와 한여름의 온도와 강수량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순천시의 옥천을 정화하고 주변 경관을 잘 살린 점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 중앙일간지에서는 ‘도시재생프로젝트 - 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거리’를 연재하고 있다. 그만큼 길과 거리가 도시에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음을 입증한다. 지난주에는 ‘인천의 평리단길’이었다. ‘대표 번화가 부평문화거리 관 아닌 상인들 손으로 변신시킨 전국 첫 사례로 20여년 경쟁력’이라 요약하였다.

 

 

이 글에서 알아야 할 점은 문화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1996년에 ‘문화의 거리’로 발전을 시킨 경험들을 지역 대표들은 가지고 있었다. 거리 활성화를 통해 지금까지 경쟁력을 이어오고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또다시 변화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인식한 상인들은 변신을 추구하여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글이었다. 이 평리단길에서 두 번째로 주목해야 할 점은 관이 아니라 상인회가 변화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거리의 특성과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지역주민과 상인들이 스스로 활성화의 방향을 찾은 것이다.

이러면 변화의 과정에서 갈등이 적고 엎으로도 오랫동안 원만한 협력관계와 업종의 다양성도 유지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섞인 거리’라는 별칭처럼 그 자생적 회복력에 성원을 보낼 만하다. 다만 대부분의 성공적인 거리 활성화에는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국 최초라는 말은 제고해야 될 듯.

옥리단길도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 맞다. 다만 주체가 분명하지 않고 통합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면에서 다르다. 옥천을 정화한 것과 미술관 건물 세운 것을 제외하고는 시에서 관여한 것은 없는 듯하였다. 자연스럽게 확산을 거듭하고 있으며 빈집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를 안내했던 시 공무원은 ‘땅값’이 올랐을 거라고 귀띔을 하였다. 옥리단길의 유래는 순천시 옥천동에서 ‘옥’ 그리고 서울 이태원동의 경리단길에서 ‘리단길’을 따와 합성한 이름으로 보인다.

이와 유사한 경위로 생긴 이름들이 인천뿐 아니라 서울 망원동의 망리단길과 봉천동의 봉리단길, 경주 황남동의 황리단길 등 전국에 많다. 경리단이라는 이름도 길 근처에 ‘육군중앙경리단’에서 온 것이라 다른 지역에서 의미 없이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한 가지 걱정은 올해에 들어서면서 경리단길이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거리의 부상과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라 하였다. 임대료와 땅값이 2배 이상 올랐다는 평리단길이나 옥리단길이 다 짚어 보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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