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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43

  • 입력 2020.01.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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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환경수도 기타큐슈

10여 년 전 일본 여행 중에 한 책방에서 ‘환경수도 기타큐슈(環境首都 北九州)’라는 제목의 책을 보고 크게 기뻐했었다. 당시 수질오염과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던 안산시에 살고 있어서 기타큐슈를 비롯한 환경 도시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얼른 그 책을 샀다. 이후 국내에 와서 번역본도 나와 있음을 알고 구매해 읽고는 두 책을 집 책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었다. 안산시에게는 참 좋은 모델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루는 환경 도시에 관심이 많았던 한 기자에게 이 책을 빌려주었고, 그 기자는 책을 읽고 정부로부터 해외 취재 지원금을 받아 다녀왔었다. 필자도 오랫동안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으나 2015년에 처음 방문할 때까지 기회를 얻질 못했었다.

2004년 ‘환경수도’로 선언한 기타큐슈는 규슈의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로 배후의 내륙 지방에서 산출되는 석탄 자원으로 20세기 초에 눈부신 산업 발전을 하였다. 1901년에는 일본 최초의 대형 용광로를 가진 국영 야하타 제철소(현 신일본제철)가 건설되면서 철강 도시로서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 후 1세기가 넘게 일본 경제에서 제조의 중심지로 성장하였으며, 일본의 4대 공업 지대 중 하나가 되었다.

1963년에는 위의 공업 지대를 인근 다섯 도시가 통합해서 오늘의 기타큐슈시가 탄생하였다. 같은 해에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정령지정도시(정령도시 또는 지정도시라고도 함)로 지정되었다. 규슈 지방에서는 최초의 정령도시이자 현청 소재지가 아닌 도시가 지정된 것도 일본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현재 정령도시는 모두 20개로 인구가 100만이 약간 안되는 기타큐슈는 정령지정도시 중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적다. 도시가 통합된 이후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이 지역의 중공업은 쇠퇴하였고, 시의 인구도 점차 감소했다.

 

 

또한, 전형적인 해안 도시인 기타큐슈는 규슈와 혼슈 사이에 폭이 아주 좁은 간몬 해협을 사이에 두고 시모노세키시와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북쪽은 대한해협과 접하고, 동쪽은 세토 내해와 접하고 있으며 해안선의 총 길이는 약 210km에 이른다. 해안선의 80%는 항만 등으로 인해 형성된 인공 해안이지만 나머지 20%는 자연 해안을 잘 유지하고 있다.

남쪽에는 산지가 많고 일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카르스트 지형으로 유명한 히라오다이(平尾台)나, 신일본 3대 야경에 선정된 사라쿠라야마(血倉山) 전망대 등의 유명 관광지가 있다.

중공업과 화학공업 단지로 번성하였던 1950∼60년대의 고도 성장기에는 경제발전의 혜택을 받았지만, 반대급부로 공해의 다발 지역이 되었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로 인해 광화학 스모그가 매일 발생하였고 제철소의 앞바다인 도카이(洞海) 만은 "죽음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오염되어 당시 제철소 주변 지역의 학교에서 피해가 극심하였고, 아이와 노인을 중심으로 기관지 천식 환자도 많이 발생했다.

특히 시 북부의 만에는 도시와 공장에서 유해 물질이 포함된 오·폐수 유입되어 바다를 완전히 오염시켰다. 1960년대에는 물고기와 조개 등 생물이 사라져 ‘죽음의 바다’가 되었다. 1966년 조사에서는 용존산소는 0에 가까웠고,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은 36ppm이었다. 현실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최악의 수질오염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도 극심하였다.

이에 주부들을 중심으로 시민이 먼저 나섰고, 시는 1971년에 환경오염관리국(Environmental Pollution Control Bureau, EPCB)을 신설하였고, ‘기타큐슈시 공해방지 조례’를 제정하는 등 본격적으로 환경문제 개선에 나섰다. 일본에 환경청이 생기기 이전이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 기업과 대학 그리고 지방 정부가 파트너십을 형성하여 협치 노력으로 새로운 하수 시스템 시설 건설과 침전물 준설 등 수질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전개하였다.

 

 

환경은 눈에 띄게 개선되어 도카이만에는 이제 110종 이상의 해양 생물들이 돌아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오염이 심할 시기에는 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무라사키(紫川) 강도 심하게 오염되었었다. 그동안 수질이 크게 향상되어 물고기들이 바다에서 올라오고 상류에서는 반딧불이 발견될 정도다.

정화된 생활하수의 배출과 잘 관리되는 하수도 시스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환경을 극복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구체적인 노력이 결실을 보여 자연스럽게 국제적인 환경 도시로 발돋움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타큐슈시는 도시의 심각한 오염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지방 자치단체에 앞서 오염문 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늘날에도 도시 개발 및 지역 환경 개선 활동에서 오염을 다루는 과정에서 조성된 지역 사회 파트너십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오염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개발 도상국에 대부분 아시아 전역의 전문가를 파견하고, 40개국이 넘는 외국으로부터 기술인들을 초청하여 기술 연수를 시키는 등 환경 분야에서 국제 협력에 앞장서고 있다. 환경 문제를 극복하고 동시에 경제 성장을 이룩한 성과로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1년 OECD는 파리, 시카고, 스톡홀름과 함께 녹색 성장 도시 프로그램에 따라 평가하여 아시아 최초의 ‘녹색 성장 도시’로 선정했다.

이밖에도 지난 1990년 국제연합환경계획(UNEP)로부터 ‘글로벌 500상’을 그리고 1992년에는 유엔환경개발회의로부터 ‘유엔 지방자치단체상’을 수상했다. 더 나아가 2007년에는 ‘세계의 환경수도 만들기'를 선언하였으며, ‘아시아 환경 프런티어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2018년에는 ’기타큐슈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작성하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를 이행할 것을 천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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