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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44

              남도의 문화생태도시 담양

 

오래된 제방을 지키는 노거수들, 이들은 제방을 튼실하게 하고 경관을 아름답게 뿐 아니라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

3주 전 7년 만에 담양에 들렀었다. 그해엔 두 차례나 담양을 방문했다. 일본의 습지 전문가와 함께 생태관광을 하고 창평 전통마을에서 하루를 머물기 위한 것이 방문의 주목적이었다. 그리고는 4대강 사업으로 훼손 위기에 놓인 담양천 대나무 숲 보호를 위해 애쓰는 지역주민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때 받은 인상은 전통문화와 대나무였다. 그래도 메타세콰이어길이지 하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두 곳을 방문하고는 담양의 인상이 바퀴였었다. 이 길도 가족여행에서 스쳐 지나면서 사진 한 장 찍은 것이 유일한 것인데 말이다.

당시에 놀란 것은 담양에 전국 최초의 하천 습지보호구역이 있었다는 점이다. 당시로는 새로운 자연보호 체계를 정책으로 반영하여 실행하려면 지역주민의 협조가 있어야 했다. 특히 처음에는 주민들의 반대가 클 수밖에 없는데 어쩌면 보수적으로 보이는 고장이라서 의외라는 생각을 하였었다. 그래서 대나무 숲 보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 했던 것이었다. 물론 4대강 사업 반대라는 큰 틀에서였지만.

이번 방문에서 특히 놀란 것은 도시 전체가 깔끔하게 정돈되고 도시의 이미지가 군청에서 정확하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군청 마당에 작은 대나무 숲이 생겨나 이 고장이 대나무의 고장임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대나무색인 진초록색을 군의 색으로 하였음이 현수막이나 각종 디자인 등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색을 통해서 전통과 자연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품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군청 마당에는 차량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작은 대나무 숲을 조성하여 군의 이미지를 단정하게 하였다.

거리가 단정하게 정리되었다는 점은 7년 전과 가장 뚜렷한 차이였다. 무엇이 이 작은 도시를 더욱 강한 개성으로 두 주제를 잘 엮은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자연도 자연이지만 문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는 자연에서 나온 것이지만 지역사회의 지역 문화에 대한 동질감과 애정이 있었기에 군 정책을 통합해 나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우선 담양에는 세 개의 국가 보물이 있고, 여섯 개의 유무형문화재 그리고 한 개의 천연기념물이 있다. 유무형문화재 다섯 개의 예술 장인들의 것이었다. 이번 방문에서 또 한 번 놀란 것은 천연기념물이 조선 시대 축조된 제방이라는 점과 이 제방을 문화적으로 활용하여 더 가치 있게 재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천연기념물 제366호인 ‘관방제림(官防堤林)’은 이곳에 빈번하였던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축조한 인공 제방이고, 이를 튼튼히 하기 위해 나무를 심었던 것인데 지금까지 잘 유지되어 국가 보물이 됐다.

지금은 200∼400년 된 거대한 노거수를 자라 또 하나의 상징물이 되었다. 1991년 지정되어 보호해오다 그동안 추가로 매입한 주변 토지 등을 포함하여 2004년에 102,921㎡(31,133평)로 확대 지정하였다. 제방의 길이는 약 2㎞에 이르고 있다. 수종은 푸조나무(111그루), 팽나무(18그루), 벚나무(9그루), 음나무, 개서어나무, 갈참나무 등으로 약 420여 그루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보호구역 안에는 185그루가 있다.

관방제림 보호구역 내에 오래된 양곡 창고가 있어 재지정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지속해서 철거를 요청하였었다. 제방의 문화와 자연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담양군은 오랫동안 문화체육관광부를 설득하여 견고한 양곡 창고를 예술창작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을 인증받았다. 드디어 2014년에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되어 제방 근처 오래된 양곡 보관 창고인 남송창고 두 동과 죽제품 가공공장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양곡 창고에 유리창을 내어 카페를 만들고 전시공간도 만들었지만 투박한 외관은 그대로 두었다. 이것이 오히려 새로운 경향과 맞닿은 것 같다.

이곳에 가보니 담양군의 문화적 역량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낡은 창고건물이 오히려 견고한 문화공간으로써 최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아마 새롭게 건축하였더라면 이러한 열린 공간과 높은 천장으로 설계하지 못했을 것이리라. 이렇게 만들어진 ‘담빛예술창고’는 2016년에 출범하였으니 이제 5년째에 접어들었다. ‘남도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전’ 등 지역의 예술 역량 강화를 위한 기획 전시가 이미 여러 차례 열렸었고, 지난해에는 이곳에서 ‘담양국제예술축제’가 개최되었었다.

우리 일행이 갔을 때는 최광호 사진전을 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노무현 대통령에 관한 사진과 관련 작품들이었다. 한 동은 이렇게 층고가 높은 전시관으로 쓰고 연결 다리로 건너간 다른 동은 한눈에 보면 큰 북카페였다. 큰 책장을 세워 공간을 분할 하였고, 정면과 제방 쪽 벽은 유리로 하여 자연채광이 되면서 제방의 나무들이나 전면 광장을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한쪽에 초대형 대나무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잡았다.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건물 내에 담양문화재단 사무국이 있어 창고의 운영을 재단에서 직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건물 바로 옆에 재생사업을 한 기존의 창고와 똑같이 생긴 건물을 짓고 있었는데, 이는 창고의 효용 가치가 컸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예술창고로의 변신으로 말미암아 전국의 양곡 창고의 가격이 뛰었다는 후문도 들었다.

창고의 높은 공간을 전시관으로 이상적이다. 한편에는 이층으로 만들어 단순한 구조에 변화를 주었다.

안내자는 한 곳을 더 보아야 한다고 시간을 재촉하였다. 날씨는 차고 곧 해가 질 것 같은 오후여서였다. 이어서 간 곳은 읍내 도심부에 있는 ‘해동예술센터’였다. 이곳은 과거 해동 주조장이였던 곳인데 시간 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복합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기존의 건물의 형태를 그대로 두고, 여러 가지 예술적 장치를 첨가해 숨을 불어넣어 살려낸 것이라 하였다. 해설자는 해동(海東)은 발해의 동쪽, 즉 우리나라를 지칭했던 명칭으로 두고, 라틴어에서 파생된 단어로 마당, 뜰, 중정 등의 의미가 있는 아레아를 결합한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담양지역에서의 술도가의 역할과 남도 예술의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계승하고자 하는 박물관 역할도 자임하였다. 그래서인지 두 곳에 맑은 물을 퍼내었던 우물을 잘 복원 유지하였으며, 술(특히 막걸리) 아카이브도 지향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독특하고 창의적인 예술 공간으로 나아가고 있어 여태까지 봤던 여느 문화예술 재생사업보다 독창적이었다. 지난해 6월에 개관하였으나 아직 미완성이 상태이며, 이후 같은 계획 공간 안에 있는 옛 교회와 의원 터까지 포함하여 확대해나가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곳도 2017년에 선정된 문화재생사업이었다.

이밖에도 예전 번화가였던 ‘담빛길’를 복원하는 등 전통문화와 자연이 잘 어울리게 지역을 단장하는 형식이 인상적이었다.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였던 지역의 잠재력이 좋은 리더를 만나 ‘문화생태 도시’로서 그 저력을 발휘하고 있어 깊은 감명까지 받았다.

 

투데이안산  jun@todayans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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