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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46

  • 입력 2020.03.1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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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도시의 색상은 무엇인가?

지난주에는 다른 연재물에서 여행지의 색상에 대한 글을 썼다. 집필 과정에서 도시나 마을이 나름대로 고유한 색상을 가지고 있고, 이 색상이 도시의 이미지는 물론이고 브랜드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도시를 계획할 때 색상을 고려하고 있지만, 이 색상들은 대체로 여러 가지 색상을 선택하고 도시의 공공시설이나 건물 그리고 도로 등의 색상을 적용한다. 그러나 색상이 도시 이미지에 적합한지에 대한 평가도 적고, 또 실행과정에서 색상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자연적으로나 의도적으로 단일 또는 동일 계통의 색상으로 통일성을 가지고 간 예는 아주 적은 것 같다. 예외적인 것이긴 하지만 필자가 기억하는 도시의 색이 있다. 약 30여 년 전 한여름에 통영을 처음 방문하였을 때 언덕 위의 많은 집이 흰색 벽을 가지고 있었는데 쪽빛 바다와 태양 그리고 흰색이 눈부실 정도로 잘 어울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도시로 보였다. 이후 통영도 새로운 집들이 들어서면서 그런 이미지는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도시계획은 지역 사회의 계획으로 도시의 발전과 성장을 목표로 구역을 지정하고 교통 체계와 건축 환경을 조성하면서 도시와 자연, 사회, 경제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계획으로서 종종 하드웨어나 교통망 또는 배열구성에 치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색상 또는 색채의 중요성이 점차 더 강조되고 있다.

그만큼 인식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이해주 등’은 도시색채디자인 관련 연구에서 ‘도시색채는 환경친화적 특징을 지니며 투자와 비교하면 가치가 높은 매체로서 도시의 이미지 개선을 통해 시민에게 안전뿐 아니라 문화적, 감성적 매력을 지닌 소프트 시티 창출과 도시 브랜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아울러 도시 색채디자인 전략을 도시 고유의 색채문화를 살리는 아이덴티티 전략과 새로운 감각적 색채를 통해 도시의 활력을 창출하는 아이덴티티 확장 전략으로 구분하였다. 즉 전자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색채를 찾아내어 강화하는 작업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새로운 색상을 도입하여 도시의 활성화와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도시의 분위기가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대표 색상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이러한 색상의 힘을 믿는 많은 전문회사가 있다. 그런 회사 중 하나인 ‘컬러 유어 시티(Color Your City)’는 전 세계 인구가 도시와 도시 지역에 점점 더 집중됨에 따라 이러한 도시 환경이 가능한 한 시민들의 삶과 복지 향상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색상이 이런 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색상은 언어, 표현, 의사소통과 연결을 위한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색을 활용하여 도시와 지역에 대한 새로운 창의적 가능성을 촉발하고, 창출하여 자부심을 키우고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적 응집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국내에서 유사한 일을 하는 회사인 타이포그래피 서울(Typographyseoul)은 도시와 색상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이탈리아 나폴리에는 유난히 밝은 크림색의 건물과 차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색은 나폴리 노랑(Naples Yellow)이라는 고유 색명을 지니게 된 배경이다. 나폴리 노랑은 본래 고대 도시 폼페이를 덮은 화산토에서 채집된 안료로부터 만들어진 색이었다. 즉 지역 토양의 색이 곧 나폴리 색이 된 경우이다. 그리고 그리스 산토리니섬은 깊은 마린블루의 지중해와 하얀 건물들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잘 알려졌다. 지중해 연안에는 석회가 풍부하여 건축과 미술에 광범위하게 사용돼왔으며, 지중해의 바닷물과 하늘의 빛깔인 파랑 또한 널리 사용됐다. 산토리니의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는 이들 파란색과 흰색의 조합은 지중해라는 장소의 현상이자 상징이 되었다.

 

 

위와 같은 예는 많다. 일부 색 분석가들은 런던의 색을 세 가지로 보았다. 템스강과 흐린 날의 색인 회색 그리고 세인트 폴 대성당의 흰색 그리고 황금빛 노란색을 들었다. 런던의 대형 건물을 이루는 전형적인 런던 형 벽돌, 즉 ‘옐로브릭’이다. 어쩌면 도시민이 먹는 빵과 버터도 노란색 벽돌 같다. 이 금빛 색채는 안개와 비로 덮여있는 축축한 환경에 태양의 노란빛으로 비쳐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이상적인 색으로 분석되었다.

물론 의도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옐로브릭은 런던 찰흙으로 만들어졌으며 강에는 광물이 풍부하여 다양한 노란색 스펙트럼의 벽돌이 생산되었다. 결국, 런던의 노랑은 지역 재료에 의존한 것으로 도시의 상징색이 되었다. 이러한 예는 많다. 스코틀랜드 에버딘은 회색 도시인데 이 지역에서 나는 화강암 석재로 도시의 건물들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도시의 이미지는 차분하고, 사람들도 무뚝뚝한 것일까?

라자스탄 핑크도시(pink city)로 유명한 인도의 자이푸르(Jaipur)는 가장 화려한 도시이면서 최고로 촬영하기 좋은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색채는 인도 문화와 현대 감각의 조합에서 나온 것이다.  인도에서 최초의 계획도시로서 분홍색을 바탕으로 도시 디자인을 하였으며, 이 색은 환대를 의미하였다.

도시의 건물들은 대부분 테라코타 분홍색 벽을 가지고 있다. 19세기 후반에 자이푸르의 모든 집은 분홍색으로 하는 법을 만들고, 다른 색상의 사용은 불법이 되었다. 이 법은 오늘날까지 유효하다. 지중해의 여러 도시도 집을 건축하거나 개조할 특정한 색을 준수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 도시의 색을 지켜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도시 고유의 색이나 도시의 색 정체성을 찾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색채학회의 주관으로 2003년부터 매년 ‘한국색채대상’을 선정하고 있으나 한 도시에서 너무 많은 색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도시가 한가지 색 또는 특별한 색채로 기억되는 곳이 떠오르지 않아서다. 다만 전라남도 담양군이 ‘진녹색’을 도시 색으로 정하고 ‘문화생태도시’로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고 있다.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이다.

이렇게 보면 한 도시의 색은 지역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성을 지닌 정체성의 표현으로서 도시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는 것 같다. 특정한 색채를 가진 도시에서 산다면 도시의 이미지에 동화되어 삶에 여유와 행복감을 가지게 되고 더 나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여러분의 도시는 어떤 색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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