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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47

  • 입력 2020.03.1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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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도 비상계획이 필요하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또는 covid-19) 감염증은 팬데믹이 현실화 될지도 모른다는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 사회경제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하고,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도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사태가 언제 멈출지 모르고,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예견되는 일차적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때문이고, 이차적으로 전 지구적 경제 문제이다. 이런 위기들을 우리는 보통 비상사태라고 한다. 2001년 미국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그리고 우리나라만 한정해서 보면 1997년 IMF 외환위기도 다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 도시에도 이런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지역적인 것으로 태안 유류유출사고, 포항 지진이나 대구 지하철 사진, 세월호 사건 등이 떠오르게 된다.

당연히 문제의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래도 일이 터졌을 이를 대비할 잘 짜여진 대안(plan-B)이 있고 없고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여러 나라에서 비상사태를 대처할 때 허둥대는 정부나 재해방지시스템을 자주 본 적이 있다. 과연 우리 도시는 대비를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이나 재산상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았을 때를 대비하여 세우는 계획을 비상계획(非常計劃 contingency plan 컨틴전시 플랜)이라고 한다. 이런 계획은 공공기관이나 중앙정부만 세우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작은 지방 정부에게도 필요한 계획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는 비상계획을 ‘비상사태나 재난이 발생할 경우, 기관 · 사람 · 자원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기관 차원에서 준비하는 정책이나 절차. 비상 계획에는 재난 대비 계획과 필수 기록 관리 업무가 포함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IT 용어사전에서는 '국가 간 전쟁이나 분쟁, 자연재해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해 미리 시나리오별로 준비해 놓은 계획을 말한다. 정부는 이 컨틴전시 플랜을 위기 발생 시 상황에 맞게 보완하고 점검해 필요하면 가동한다.’라 하였다. 이 두 정의를 통해 비상계획을 갑자기 일어난 재난으로 피해를 볼 생명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에 세워놓는 계획이다. 그러니까 사태 발생 이후에 잘 대응하여야 할 대책인 것이다.

유류유출사고를 예로 들어보자. 연안을 지나는 유조선이 악천후로 침몰하거나 손상을 입어 대량의 기름이 유출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된다. 기름은 해류의 이동 방향이나 속도에 따라 유류가 도달할 해역들이 정해지지만, 해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할 수도 있다. 또한, 유류의 독성이나 점성 그리고 성상에 따라 생태계와 연안 어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니 이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도달할 해안지역이라면 그 지역이 자연보호지역이거나 인구 밀집 지역일 경우 차단 대책도 세워야 하는 등 신경을 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러한 다양한 상황을 준비하여서 여건 변화에 따라 결단을 내려야 할 의결 집단이나 개인이 필요하다.

어쩌면 이 인적 구성이 가장 중요할 수 있다. 유류유출에 따른 사고라면 아무래도 정부 부서의 해양수산공무원, 지방정부의 담당 공무원, 해양오염, 유류, 선박, 생태계, 어장 전문가들과 경찰과 소방관 등이 필요하다. 때에 따라 보호지역 관리자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험이 많고 다양한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리더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런 절차와 인적 구성 등을 잘 작성된 매뉴얼이다. 그리고 매뉴얼의 작동을 시험하고, 자주 연습을 하면 이상적이다.

이를 세월호 사고에 대입해보면 비상계획이 있어서 초기에 해양 전문가들이 의사결정 구조에 들어가고 해양사고에 정통한 지휘자가 있었다면 사고 해결이 훨씬 빠를 수도 있었다고 본다. 물론 의사결정 구조에서 결정한 결단을 믿고 따르는 체계도 필요하다. 일반 기업에도 갑자기 다가오는 위기는 있게 마련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서비스 회사인 칸토 피츠랄드(Cantor Fitzgerald)는 비즈니스 비상사태 계획, 즉 플랜 B가 성공적으로 구현된 대표적인 예다. 9·11 테러로 인해 단 2시간 만에 960명의 뉴욕 주재 직원 중 658명과 사무실 공간과 거래 시설을 잃었다. 이러한 심각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일주일 만에 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성공적인 회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면 도시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우리 도시에 닥칠지도 모르는 위험의 종류를 찾아내는 일을 제일 먼저 해야 한다. 가장 위험하고 발생할 가능성이 큰 순으로 열거하여 계획을 세우되 가능하면 다섯 개 이내로 하는 것이 좋다. 도시일 때 이러한 대비는 소방청이나 광역단위 기관이 주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마다 노출 가능한 위험들이 다를 수 있어 가능하면 독자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나 감염증은 어느 도시나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두 번째는 자치단체가 확보한 역량을 파악해 놓는 일이다. 인적 물적 자원을 포함하여 모든 동원 가능한 자원을 충분히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부족한 자원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서 확보해 놓아야 한다.

세 번째는 시나리오와 매뉴얼을 작성하여야 한다. 매뉴얼에는 위험의 전파 예상지역과 피해 범위 등이 표시된 민감지도까지 있으면 좋다. 디지털화하여 언제든지 그리고 쉽게 수정할 수 있으면 더 좋다. 마지막으로 훈련이다. 훈련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몸에 익을 정도로 반복 훈련해야 하고, 과정에 나타난 문제점은 피드백하여 계속 수정하여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인류 역사상 우발적이거나 별안간 나타난 재난과 재해로 인해 도시가 엄청난 피해를 보는 예는 무수히 많다. 재난 영화에서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잘 대비한 도시 – 비상계획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좀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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