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기획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49

  • 입력 2020.04.02 12:47
  • 댓글 0

                           왜 ‘걷기 좋은 도시’인가?

걷기가 좋은 계절인데도 마음대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안타까운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래도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작은 차집이나 서점이 있고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상점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오래 전 생태마을을 만들자는 논의를 자주 하던 때가 있었다. 마을을 교외의 자연이 좋은 곳에 지어야 한다는 의견에 일부 참석자들은 그러면 생태마을이 아니라는 반대 주장이 있었다.

직장에서 집까지 매일 차를 타고 다니고, 하물며 극장을 가려고 해도 편도 한 시간을 나와야 한다면 시간과 기름의 소모며 자연 훼손까지 생태적으로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그 지적이 옳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주자들이 생업을 함께 하는 자립공동체를 만들자는 주장까지 이어졌었다. 어째든 그 이후 교외에 주택을 짓는 붐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런 유행은 어디에서 왔을까?

미국 생활의 동경에서 온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현재가 궁금해졌다. 몇 년 전부터 읽었던 도시에 관한 책들에서는 미국 교외에 조성된 마을이 삶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범죄율도 높아진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도시로 다시 재진입하려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그랬어도 이 사정은 도시계획이나 마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작은 문제이지 구조적인 문제로 보지 않았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과 가까운 한적한 마을에 대한 낭만에 대한 기대와 도심의 장점에 대한 몰이해가 남아있었나 보다. 어느 날 필자의 책장에서 제프 스펙(Jeff Speck)이 지은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신문 서평을 보고 지난해에 구입한 책인데 목차도 보지 않았었다. 걷기를 예찬한 책일 테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한 수단으로서 걷기에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실린 것으로 지레짐작했다.

그래서 이 책을 꺼내보니 표지에는 영어로 '워커블 시티(Walkable City)'라고 원제가 제시되었는데, 원서에는 ‘how downtown can save America, one step at a time’이라는 부제가 있음을 속표지를 보고 알았다. ‘도심이 어떻게 미국을 구할 수 있나, 차근차근 시작하자’ 미국의 도시가 위기인가? 그동안 궁금해왔던 것이 이 책에 있나 주목했다. 서둘러 읽어보니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글까지 있어 놀랐다. “대부분의 미국 중소도시에서는 장기적인 도시계획이 반영되지 않은 지방 공무원들의 당일치기 계획이 비일비재하고, 그로 인해 주민의 삶의 질은 점차 악화된다. 계획이 나쁜 게 아니라 계획 자체가 부재한 것이다. 오랜 기간 도시 계획가들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지금은 그들이 옳은 소리를 해도 무시당한다.” 그리고 저자는 “지난 30년간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실패했다.”고 단언하였다.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는 ‘걷기에 알맞음(walkability 보행친화성으로 번역하기도 함)’이 있는 도시이다. 위키 백과에서는 걷기에 알맞음을 ’지역이 걷기에 얼마나 친근한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걷기에는 건강, 환경 및 경제적 이점이 있다. 보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보도, 보행자 통행권, 교통과 도로 조건, 토지 이용 패턴, 건물 접근성 그리고 안전 등의 존재 여부와 품질이 포함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경제적인 이익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해서는 유용성, 안전성, 편안함, 흥미로움의 네 가지 필수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조건 중에 다른 단어들은 쉽게 이이해가 되지만 유용성은 이용을 자주하는 장소들이 걷기에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는 가의 여부이다.

 

 

미국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도시가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여가야 새로운 거주자들이 오고 일자리도 따른다고 한다. 부자 도시가 되어야 오는 것과는 반대인 것이다. 또 백인중산층이 교외로 탈출했던 과거처럼, 이젠 교외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로의 전도유망한 탈출을 꾀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도시가 지식 기반형 일자리와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 그리고 여가를 즐길 곳 등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생활을 동경하는 젊은 층을 흡수하고 있다.

이러한 좋은 예를 저자는 미국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 시를 들었다. 이 도시의 권역에는 현재 1,200개가 넘는 기술회사의 본사가 있다. 이는 도시가 가진 생산성 때문인데 회사 간 서로 밀접하여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여서 가능했다는 것이다. 즉, 기업 간의 소통이 늘어나야 기술 발전과 교류가 일어나고 그래야 새로운 기술도 개발된다는 것인데 여러 전문가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 걸을 수 있는 곳이 만날 수 가능성이 높은 곳이고, 아울러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의미가 된다.

또 걷기 좋은 도시에서는 인프라에 대한 투자비용도 자동차 중심 도시보다 줄어든다는 것도 포틀랜드가 보여주었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에 비중을 높이자 젊은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가용의 이용도 낮아지면 그 경비가 운전자가 사는 도시에 쓰이지만 자가용을 많이 타고 다니면 외부로 많은 자금이 유출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더 나아가 이 도시는 차량을 빨리 이동시키기 위해 도로를 넓히지 않고 반대로 좁은 도로체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포틀랜드에서는 서점과 레스토랑이 많은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인구대비 서점 수가 미국에서 1위이다. 의외지만 다른 곳보다 술 소비량도 많았다. 이 모두가 걷어 다닐 수 있는 도시가 되자 변한 것으로 이런 변화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 저서에 따르면 2007년 ‘포틀랜드의 녹색이익’이라는 보고서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였다.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보행정책은 민선 5기부터 적극적으로 전개되었다. 2012년 「보도블록 10계명」 선언을 시작으로 2013년 「보행친화도시」, 2014년 「도심주요도로 차도축소」 등 보행친화정책이 시정 전반의 정책기조로 확산되었으며, 2016년 「걷는 도시, 서울」정책에서 극대화되었다. 앞으로 계속 지켜볼 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은 도시들을 다양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선정하고 있는 이를 참조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투데이안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