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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55

  • 입력 2020.06.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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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보호지역이 도시와 지구를 지킨다

세계적인 환경도시인 쿠리치바에는 도시 외곽에 잘 조성된 공원인 쿠리치바 식물원(Botanical Garden of Curitiba)이 있다. 1991년에 그 유명한 시장 자이메 레르네르가 조성하여 세운 것으로 쿠리치바의 명물이자 브라질에서도 대표적인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다. 2007년에는 온라인 투표로 선정되는 "브라질의 7대 불가사의"에서 최대의 득표를 할 정도였다.

공식 이름은 자르징 보타니쿠 프안체테 리쉬비에테르(Jardim Botânico Fanchette Rischbieter)라고 하는데 뒤의 두 단어는 사람 이름에서 온 것으로 쿠리치바의 도시계획을 한 선구적인 도시계획자의 이름으로부터 헌정된 것이다. 이 공원이 주목받는 것 중의 하나는 대서양 숲 생태계를 보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서양 숲은 과거 브라질에서 두 번째로 큰 산림이었다. 현재 전체의 5% 미만이다.

그러므로 식물원 내의 일부에 있는 대서양 숲은 쿠리치바의 고유 식생이다. 아라우카리아(Araucaria 파라나 소나무)가 대표하는 이 습한 숲은 브라질 남부의 아열대 습한 산림 생태 지역에 속하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군계 가운데 하나이다. 이곳은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되고 보호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도시의 공원 기능 중의 하나가 멸종위기에 놓인 생태계 보전에도 있음을 보여 준 아주 좋은 사례여서 20여 년 전 이곳은 방문한 필자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이하 IUCN)의 보호지역 정의는 ‘자연과 연관된 생태계서비스와 문화적 가치의 장기적 보전을 성취하기 위해 법 또는 기타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지, 지정, 관리되고 있는 명확하게 구획된 지리적 공간’을 말한다. 따라서 도시 보호지역은 인구가 많은 도시 내의, 즉 도심 또는 그 외곽 가장자리에 있는 보호 구역을 의미한다.

공원의 작은 숲, 잔디밭, 화단 등 일반적인 도시공원의 녹지대는 도시 보호지역으로 간주하지는 않지만 생물다양성 보호에는 필요한 곳이다. 보호지역들을 연결하는 생태통로가 되기도 하고 일부 생물들에게는 유용한 서식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2014년에 발간된 IUCN의 서적 ‘도시 보호지역’에 따르면 스페인의 생물학자 안토니오 마차도(Antonio Machado)가 개발한 자연도 지수는 도시 환경에서 자연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데 쓰인다고 하였다. 지수는 0에서 10까지를 나타낸다. 완전한 인공 환경을 나타내는 0과 현재에는 거의 찾기가 어렵지만 자연 처녀 생태계는 그 반대편인 10이 된다.

대부분의 기존 도시공원은 지수 3에 해당하는데 도시 보호지역이 되려면 보통 6에서 8 사이는 되어야 한다. 일부는 9 정도로 뛰어나거나 5 아래로 떨어진 예도 있다. 그렇지만 도시 보호지역은 국제적으로 공식적인 인정하는 제도는 없으며 전 세계 총괄 목록도 없다. 그러나 IUCN의 여섯 단계의 보호지역의 어떤 범주에도 도시 보호구역을 포함할 수 있다. 해양 보호구역을 비롯하여 세계 문화유산, 유네스코 지질공원, 람사르 습지보호구역 등에서부터 생물권 보호구역까지.

 

 

도시 보호지역은 여러 면에서 다른 보호지역과 구분된다. 상대적으로 자주 방문하거나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많은 사람을 포함하여 많은 수의 방문자들이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자연성이 높은 자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자연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보호지역을 찾는 방문객보다 훨씬 다양한 방문객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찾는다. 정책 결정자, 미디어 종사자, 지역 지도자, 주요 교육과 문화 활동 종사자 등 도시 분야의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포함되어 있다. 보호지역은 도시 확산과 도시 개발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그리고 범죄, 기물 파손, 쓰레기 투기, 조명과 소음 공해 문제로부터 무관하지 않다. 더 나아가 심각한 화재, 대기 및 수질 오염, 침입 외계인 종의 도입과 같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롭지가 않다.

앞에서 소개한 책의 저자 중 하나인 테드 트르지나(Ted Trzyna)가 쓴 글 ‘도시 보호지역 : 도시 사람들에게 중요하고, 전 세계적으로 자연 보호에도 중요하다’에서는 전 세계에서 도시 보호지역의 좋은 사례 10곳을 소개하였다. 홍콩 컨트리 파크(Hong Kong Country Parks)는 산악 공원으로 해양 공원이 포함되어 있으며, 고밀도로 개발된 도시지역의 40%를 차지한다. 영국의 런던 습지센터(London Wetland Center)는 템스강 일부 강변 습지를 복원한 것으로 NGO인 ‘야생조류와 습지 트러스트(Wildfowl and Wetlands Trust)’에서 만들고 관리한다.

사례 중에는 한국의 북한산도 있는데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인구 2,500만 명의 서울에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은 화강암과 숲이 우거진 계곡으로 연간 1,000만 명 이상 방문한다. 이곳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순천에는 국가 정원과 연안 습지보호지역이, 안산에는 두 곳의 연안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 지역이 있고, 고창은 도심을 포함한 군 전체가 생물권 보호지역이다.

위 저자는 도시 보호지역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다. ‘소외 계층과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의 출입 가능하다. / 지역에 우리 것이라는 자부심을 부여한다. / 좋은 환경 행동을 시연, 촉진하고, 장려한다. / 자연과의 접촉과 좋은 식습관으로 인한 건강상의 이점을 입증, 장려, 촉진한다. / 쓰레기 투기를 방지한다. / 사람과 야생과의 상호 작용과 갈등을 줄인다. / 외래종을 통제한다. / 다른 자연 지역과의 연결을 촉진한다. / 자연을 건축 환경에 주입하는 것을 돕는다. / 보호지역으로의 잠식을 통제한다. / 소음과 인공 야간 조명의 영향을 줄인다. / 보완적인 업무를 하는 여러 기관과 협력한다.’ 등이다.

그뿐만 아니라 문화 가치도 있을 수 있으며 생태계서비스까지 포함하면 그 재화적 가치가 매우 크가 하겠다. 설령 자연성이 부족하더라도 생물다양성이 지속해서 높아질 정도로 잘 관리하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잘 통제할 수 있다면 일반 공원도 보호지역이 될 만하다. 도시도 이제 공원의 자연성 증대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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