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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56
옛 양곡 창고는 보수해서 지역의 문화단체 사무실과 전시실 그리고 북카페가 되었다. 이러한 시설은 아주 좋은 사회적 인프라가 된다. (전라남도 담양)

 

도시는 사회적 자본을 확인하고 강화해야 할 때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여전히 맹위 떨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코로나 사태로부터 잘 버티는 힘 중의 하나는 지역사회의 효과적인 대응이다. 지역사회 대응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고 얼마나 큰가가 궁금하다. 정부 등 공공조직이 아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역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민간 영역의 역량으로 자발적으로 나설 수 있는 민간사회의 힘을 말하고자 한다.

물론 개인도 나설 수 있지만, 조직화한 단체들이 있다면 그 효과나 영향력은 훨씬 커질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문화적인 이유로 수많은 사회 조직이 있다. 이들의 긍정적인 조직력의 집결 여부가 한 사회가 위기를 맞이하였을 때 그 사회가 빠르게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 사회적 에너지가 된다.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의 저서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Palaces for the People)’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어느 지역에는 버려진 공터와 망가진 보도블록, 빈집과 셔터 내린 상점들만이 줄지어 서 있는 반면, 어느 지역은 동네 곳곳이 사람들로 북적였고, 거리를 오가는 이들도 많았으며, 상점가와 공원 덕분에 활기가 돌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튼튼한 지역사회조직이 있었다.” 이 저자는 시카고에 심각한 열섬 현상으로 수백 명이 사망한 상황에서 일어난 재난을 관찰하고 동네에 따라 사망률의 차이를 확인하면서 적은 글이었다. 불과 25년 전 일이었다.

이웃 간의 든든한 유대는 한국 사회를 위기나 재난으로부터 지키는 울타리와 같은 존재였다. 유교적 전통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이 더 강했다고는 하나 뚜렷한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로서 한계도 분명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규범과 마을이나 지역 지도자의 지도력과 청렴성 등에 따라 그 결속 정도에 큰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현대에서도 개인보다는 일정한 목적과 공통의 이상을 가진 조직으로써 작동한다면 그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쉽사리 예상할 수 있다. 서로 인과관계가 적은 시민들로 구성된 도시에서는 다양한 사회 관계망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도시에는 어디나 도시의 환경과 복지를 개선하려는 시민단체가 있고, 여러 봉사단체와 사회교육 단체, 향우회나 동창회 그리고 새마을협의회 등 법정 단체 그밖에도 해병전우회 등 수많은 단체가 존재한다.

원주민보다 외지에서 온 이주민이 많은 도시일수록 사회적 조직을 늘어나는 것 같다. 지역사회 단체들의 사회적 역량의 총합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 한다. 도시의 사회적 자본이 많고 강하면 좋은 도시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 된다. 물론 단체의 수보다 활동의 내용이나 지속성 등 질적인 면이 우선되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지역에서 일정한 활동을 지속하고 활동 내용이 사회적으로 정의롭고 네트워크를 잘 갖추었다면 사회적 자본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경기도 안산)

 

즉, 사회적 자본이란 종전의 인적·물적 자본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한 개인이 가질 수 없으나 여러 사람 간의 관계를 통해서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의 역량’을 정의한다. 사회적 구조나 사회적 단위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잠재적인 자원이기도 하다. 같은 지역사회 내에서 상호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 개인들의 유대감이 가져오는 사회적 이점이라 표현 할수 있다.

그러니까 한 사회 내의 축적된 관계망 같은 것이다. 지역 공동체 내에서는 공공 목적을 위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능력이나 조직의 역량인데 구성원들 사이의 가치, 규범 내지는 신뢰 등이 그 역량의 크기를 좌지우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다. 어떤 이는 같은 의미이지만 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촉진하는 시민들 사이의 협동적 관계망(사회적 연계망)이라는 비슷한 개념으로 사회적 자본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므로 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관계의 지속성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사회적 관계는 때론 호혜주의적 특성을 보이며, 구성원들은 자기에게 필요할 때 언젠가는 보답을 받을 것이라는 일반적 기대하고 다른 사람들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봉사한다. 이러한 행태를 ‘친 사회적 행태’(prosocial behavior)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 사회적 자본은 정치·경제의 발전을 지지해 주는 윤리적 기반(ethical infrastructure)이 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1990년대 들어서는 인적·물적 자본보다 사회적 자본이 국가 경쟁력이나 국력의 실체로서 작용하며 심지어 민주주의를 넘어 경제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논의까지 등장하게 되었다고 학자들은 주장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사회적 자본의 특징은 다른 자본들과는 달리 개인이나 물리적 생산시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내에 존재한다. 물리적 자본은 직접 볼 수 있지만, 인적 자본에서 사회적 자본으로 갈수록 직접적인 확인은 힘들어진다. 사회적 자본은 활용에 따라 무한대로 늘어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책에서는 시카고시의 재난에서 지역 간의 차이를 더 들여다보니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social infrastructure)’, 줄여서 사회적 인프라, 즉 사람들이 교류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물리적 공간과 조직에 있었다는 것을 저자는 알았다.

그러나 조직의 역량은 사회적 자본이지만 사회적 자본이 발달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물리적 환경인 사회적 인프라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사회적 인프라는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경제 인프라와는 다른 것으로 소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 시설과 공간들이다. 예를 들면 도시의 도서관, 공원, 스포츠와 문화 시설, 학교와 공공시설 그리고 주민 센터 등이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 할 수 있는 곳으로 시민 누구나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는 활동을 하는 시설들이다. 도시는 복잡하고 종종 놀라운 소셜 네트워크로 가득하다. 이 네트워크는 시민들을 함께 어울리게 하여 중요한 사회적 자원을 되는 데 도움을 준다. 사회 인프라는 좋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가 위기에 사회적으로 이바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문제의 예방에도 필요하다.

 

투데이안산  jun@todayans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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