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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58

  • 입력 2020.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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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는 초연결사회에서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증이 불러온 여러 가지 현상 중 하나가 사회로부터 잠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상이다. 더군다나 비대면 활동을 권장하다 보니 사람들 간 직접적인 소통도 줄어들어 그러한 현상을 촉진하고 있다. 어제(6월 23일) 뉴스에서는 1인 가구의 수가 계속 늘어나 600만 가구를 넘어섰다고 하였다.

전체 가구 수의 30%에 육박하는 수이고, 2015년에 비해 4.3%나 증가한 것이었다. 이 속도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50%에 도달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뉴스에는 담겨있었다. 일차적으로 핵가족화에 따른 것이지만 결혼하지 않거나 노년에 혼자되었을 때 가족과 살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까닭이다. 문제는 가족 간의 결합 정도가 낮아진다는 점이다. 1인 가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외로움이고, 이것은 우울증으로 그리고 나중에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3년부터 OECD 국가들 가운데 부동의 1위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2010년대 중반 이후에 빠르게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에 접어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광대한 연결망을 통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외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중성을 시스템으로 연결된 사회가 가지고 있다.

과학백과사전에서는 초연결사회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를 말하며, 이미 우리는 이런 초연결사회로 진입해 있다. 이 용어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설명하는 특징 중 하나로 모든 사물이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사람과 연결되는 사회를 말한다. 초연결사회는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기반으로 구현되며,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증강 현실(AR) 같은 서비스로 이어진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온종일 집에 있어도 심심할 여력이 없다. 세상의 정보를 다 앉아서 확인하고 찾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코로라 감염증의 확산 속도나 전 세계 전파 경로 등을 거의 실시간으로 체크가 가능하다. 문제는 그 많은 정보 중에 좋은 정보와 정확한 정보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인터넷 안에는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넘쳐나고 일반인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이념이나 흥미와 관련된 정보만을 신뢰하게 되어 이를 재전파하게 된다. 이렇게 전파되는 정보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게 퍼지고 그 가운데에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가짜뉴스도 적지 않아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에 빠지게 만든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2년 전 서울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처럼 경찰·병원·금융 등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의 작동을 일시에 멈추게 한 사건과 같은 일의 발생이다. 사건을 보도한 한 일간신문 기사에 따르면 ‘전국 50여 개 KT 통신 지사 중 고작 한 곳에서 발생한 화재가 수많은 이들의 삶을 멈춰 세운 것이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이번 사고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초연결사회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경고한 사례”라고 진단했다.’라고 적었다.

 

 

특히 경찰이나 병원 등 사회 기간기관의 업무 정지는 우리 사회 유지에 핵심 부분인 안전과 보건이 한순간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어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억된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과 서로 연결돼 지능화된 네트워크로 구축된 초연결사회에 예속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기술의 진보가 가져온 편이성에 열광한 나머지 그 기술들이 가져올 수도 있는 심각성에 대해서는 무심한 면이 있다.

이 첨단 기술은 사물이 사람과 대등한 위치에서 소통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까지도 인식해야 한다. 아주 좋은 예는 아니나 내비게이션에서 나오는 사람 목소리가 운전자와 몇몇 부분에서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발전하면 영화 ‘허(her)’나 미래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초연결사회’는 모든 사람이 정보를 공유할 기회를 얻는다는 측면에서 공정한 면이 있으나, 관련 기술의 습득 정도나 기기의 소유 능력 차이에서 바라보면 극단적인 양극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중성을 갖는다. 미래 사회에서 인프라들이 거대화되면 정부나 단위 기관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할 개연성이 높다. 사람들은 거대한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속처럼 그 일부분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연결사회에서는 사람들 간 ‘소통’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특히 모든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어쩌면 다른 사람의 사람다운 내면세계가 더 소중하게 와닿을 수 있다. 아직 초연결사회의 완전한 모습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음에도 과거로 회귀하고 싶어 하는 문화가 인기를 얻는 이유도 위와 같은 관점에서 한번 바라보자. 바로 레트로나 뉴트로(new-tro) 문화가 그것이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어쩌면 가장 기술적인 사회가 더 혼돈 상황을 만들고, 시스템에 예속된 사람들은 감수성이 떨어지며 격리된 생활에 적응하다 보면 실질적인 소통은 현저히 줄어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초연결사회에서는 역설적으로 사람들 간의 관계망은 더 위태로워진다. 1인 가구 중심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령화와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도 그 근원을 찾아가면 연결사회로 가면서 생기는 한 현상일 수도 있다.

초연결사회에서 도시는 앞으로 두 가지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시민들이 아날로그적 관계망을 넓혀나가도록 도와주고, 정보를 인터넷이 아니라 시민들 간 만남을 통한 직접적이고 합리적인 소통으로 정보를 나누도록 지원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이 연재의 앞부분에 필요성을 제기했던 비상계획 즉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서 아현동과 같은 문제 발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연결사회가 더 발전할수록 위험, 즉 리스크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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