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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63

  • 입력 2020.10.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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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뚱해서 살기 좋은 도시, 포틀랜드

 

미국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이며 자유 분망한 도시를 들라면 도시 전문가들은 아마 미국 서해안 북부에 있는 오리건주의 최대 도시 포틀랜드(Portland)를 내세울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설명을 시작하는 이유는 포틀랜드라는 도시 이름이 아직은 생소하게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 도시를 소개하는 서적들이 여러 권 출간되고 있고, 여행서까지 등장하는 등 도시계획과 관광 차원에서 한국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뉴스를 자주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도시 이름이 최근 언론에 여러 차례 등장해서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할지도 모른다.

지난 5월에 미네소타주에서 있었던 백인 경찰에 폭력으로 흑인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가 이 도시에서 지속해서 진행되었는데 연방 경찰 투입으로 오히려 규모가 커지고 시장까지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졌었다. 결국, 7월 말에 연방 경찰이 철수했다. 그런데도 시위(지금은 다른 차원으로 발전했지만)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정의롭지 않은 일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우리나라 처지에서 보면 사뭇 생뚱맞아 보이는 이 도시는 해안에서 약 100km쯤 떨어진 컬럼비아강의 지류인 윌라멧강(Willamette River) 유역의 평지에 자리 잡고 있다. 컬럼비아강 하구에서 보자면 뱃길로 약 160km 상류에 위치한다. 서울시 절반보다 조금 큰 면적의 인구는 2019년 현재 약 65만 명이다.

포틀랜드는 장미의 정원이 많아 "장미의 도시(The City of Roses)"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피디엑스(PDX)’가 있는데 포틀랜드 국제공항의 코드다. 다른 별명으로는 다리가 많아 브리지타운(Bridgetown), 도시 개발과정에 나은 나무 그루터기가 많이 생겨서 온 스텀프타운(Stumptown), 불리한 농구 게임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했다는 의미의 립씨티(Rip City) 등 있다.

그밖에도 몇 개가 더 있다는데 50개 이상의 많은 맥주 양조장의 존재는 이 도시를 비어바나(Beervana)라 불리게 했다. 기후는 온난하고 건조한 여름과 흐리며 변화가 심하고 비가 많은 가을, 겨울, 봄으로 나뉘는데 이런 기후는 장미 재배에 이상적이라고 한다. 지금은 힙스터 도시로 더 잘 알려졌다. 또 인기 있는 슬로우라이프 잡지 킨포크(Kinfolk)이 나오는 도시다.

 

 

1830년대부터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삼림 지역에 위치하고 수로 운송이 가능했던 터라 초기에는 목재 산업으로 번성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전후로 철강 산업이 발전하여 고용률도 높아지고 인구도 크게 늘었으나 최근 이 분야 산업은 차츰 쇠퇴하고 있다. 20세기가 접어들면서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항구이자 범죄 도시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1960년대부터 도시재생과 여러 새로운 도시 정책을 입안하여 실행하면서 1990년대에 새로운 첨단기술과 스포츠 산업이 차츰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5년에 인텔(Intel)이 이곳에서 설립되면서 산업 분위기도 변하였다. 이 시기에 도시의 혁신이 일어났다. 그러자 2000년과 2014년 사이에 90,000명 이상의 인구가 증가하였다.

이는 독특한 도시 변신 과정을 바로 본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면서 가능하였다. 그래서 미국에서 많은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을 가장 많이 유치한 도시 중의 하나가 되었다. 또한, 2001년과 2012년 사이 포틀랜드의 1인당 국내 총생산은 50%나 증가하여 미국 내 다른 어떤 도시보다 앞섰다.

다른 한편에서는 1960년에 포틀랜드는 진보 성향의 도시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반 문화적 영향을 받아 아메리카 원주민의 권리를 옹호하고 환경주의적 사고를 하는 여러 분야의 사회 활동가가 모여들었다. 1970년대에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고, 시 정부는 도시계획에서 이러한 개성을 잘 발휘하도록 하는 정책들을 수립해 왔다.

그러자 범죄도 줄고 문화 예술인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여 창의적인 미술, 음악, 영화, 패션, 음식 활동 등이 독창적인 도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도시 일대는 스포츠와 아웃도어 장비 제조업체의 거대한 클러스터가 자리를 잡았다. 나이키(Nike), 아디다스(Adidas), 콜롬비아(Columbia), 닥터 마틴(Dr. Martens), 리닝(Li-Ning) 등 많은 하이테크 스포츠업체 본사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라이카(Laika)를 비롯한 광고, 금융 회사들이 기반을 두고 있다. 1,200개 이상의 회사들이 있고, 커피 산업은 시애틀과 쌍벽을 이루고 있다. 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도시 분위기가 만들어 낸 성과다.

포틀랜드는 포틀랜드 오페라, 오리건 심포니, 포틀랜드 청소년 필 하모니를 포함한 다양한 고전 공연 예술의 본거지이다. 필 하모니는 1924년에 설립된 미국 최초의 청소년 오케스트라였다. 2013년 가디언 지는 미국에서 ‘가장 활기찬 음악계’ 중 하나로 이 도시를 선정했다. 재즈와 펑크 계열의 최고의 음악가들이 포틀랜드에서 활동한다.

포틀랜드는 푸드트럭 붐을 조성하였는데,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와 CNN을 포함한 여러 언론매체는 길거리 음식 세계 최고의 도시로 선정하였다. 2014년 워싱턴 포스트는 포틀랜드를 미국에서 네 번째로 좋은 음식 도시로 꼽았다. 연중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이 도시는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로 자주 언급 받는다.

자전거와 보행자 우선에 대한 최고의 정책이 있고, 2018년부터 도시 중심부 전체를 2035년까지 옥상 녹화하는 계획을 시작하였다.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인 이 도시의 공식 슬로건은 ‘포틀랜드를 계속 엉뚱하게! (Keep Portland Weird!)’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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