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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64
말뫼의 도시재생 지역은 도시를 지탱하게 해주었던 과거 산업을 지우고 새로운 산업으로 교체하는 혁신의 과정이었다. (스웨덴 말뫼)

 

내일의 생태 도시, 말뫼

 

말뫼(Malmö)는 항구 도시로 2018년 현재 32만 여명의 인구로 스웨덴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서남단에 있는 스코네주의 주도이며, 좁은 외레순 해협에 면하고 있는데 건너편은 덴마크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항구로 활용되던 곳이었고, 13세기에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는데 당시에는 덴마크 영토였다.

교통이 편한 곳이어서 한자 동맹(Hansa: 13세기 초에서 17세기까지 북유럽의 여러 도시가 연합하여 이루어진 무역 공동체) 시대에는 어업 기지로 번영을 누렸다. 스웨덴과 덴마크의 전쟁으로 1685년 스웨덴에 편입되었고, 이후 한동안 폐허로 남아있었다. 19세기 중반 이후 철도가 개통되면서 스웨덴 남부와 유럽 각지를 연결하는 교통 중심지로 다시 주목을 받아 빠르게 성장하였다.

큰 조선소가 들어서자 도시는 틀이 잡히고 인구도 늘어났으며 스웨덴의 문호가 되었다. 20세기 후반, 한국과 일본의 조선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말뫼의 상징이었던 코쿰스 조선소가 폐쇄되어 다시 경제 불황을 겪기도 하였다. 하지만 도시의 꾸준한 재생과 친환경적인 정책 추진과 더불어 2000년 코펜하겐과 연결되는 외레순 대교(Oresund Bridge)가 개통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이 도시가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2002년 말뫼의 조선업을 상징하던 ‘골리아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팔려 한국으로 오게 되고, 이에 말뫼 시민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뉴스를 접하면서부터다. 게다가 독특한 도시의 이름으로 더 기억에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를 포함하여 관심이 있던 대부분은 아마 팔려온 시점에 조선산업이 최고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점으로 이해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2002년으로부터 불과 5년 후인 2007년에 ‘유엔 환경계획(UNEP)’에서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았으니 의아했다. ‘눈물의 도시’에서 ‘웃음의 생태 도시’로의 대전환이었다. 단 몇 년 만의 도시를 그렇게 변화시킬 수가 있나 하고 그 실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던 적도 있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니 크레인만 2002년 온 것이지 실제로는 1980년대부터 말뫼의 조선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1987년에 120년간 지속했던 조선소가 문을 닫았다. 실업률은 22%까지 치솟았다. 이 도시의 지도자들은 이 시절부터 도시의 미래를 위해 준비를 해왔다.

즉, 1990년대 중반부터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금씩 도시재생 계획을 준비하였다. 일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과 노동조합 그리고 지방정부 대표들이 모여 도시의 친환경적 도시 계획과 지식과 생멸 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래 비전에 대해 합의해나갔다. 또 인재양성과 청년층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말뫼대학교를 건설했다. 대학교의 건립이 청년들이 이동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이 인구까지 늘렸다.

아울러 신재생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첨단 기술이 들어오면서 수많은 새로운 일자리까지 생겼다. 그뿐만 아니라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웨덴 말뫼를 이어주는 8km의 외레순 대교까지 건설되면서 덴마크로부터 쾌적한 환경에 생활비가 적게 들고 일자리도 있는 이곳으로 사람들 옮겨오기 시작했다.

 

말뫼의 도시재생 사업은 기존 산업의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바꾸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저하게 줄였으며, 이에 발맞추어 자연성을 높이는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였다. (스웨덴 말뫼) (사진은 말뫼 시 정부의 자료에서 인용하였음.)

 

이전에 조선소 자리였던 187헥타르나 되는 넓은 공간인 서부 항구(Western Harbour) 지역이 재생의 중심이 되었다. 오늘날 대학이 들어섰고, 약 10,000여 명의 주민, 그리고 16,000여 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일하는 살아있는 ‘도시 내의 도시’가 되었다. 이 지역에는 에너지 공급 및 폐기물 처리를 관리하기 위한 자체 시스템이 있고, 자동차 이동은 최소화하는 정책을 수립하여 집행하고 있다.

또한,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식물과 광범위한 빗물 유출 시스템이 있는 옥상녹화도 시도하였다. 방문객들은 이전에 쇠퇴한 산업 지역이 흥미롭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변화한 현장을 목격할 수 있어 그 수도 늘어갔다. 도시재생의 성공이 말뫼를 관광도시로 발전할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말뫼는 친환경적인 사업들로 도시재생사업 추진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분의 1로 줄였고, 도시를 떠났던 사람들도 되돌아오자 말뫼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별명을 인증받게 되었다. 조선소 코쿰스 건물은 변신은 놀랍다. 공장은 ‘창업 인큐베이터(Media Evolution City)’로 바꾸어 새로운 스타터 업 기업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은 경제적인 성과로 이어져 말뫼의 경제가 점점 활성화되었다. 이제 말뫼는 세계 상용차 생산량 3위인데 우리나라 수입 상용차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스카니아 사가 있는 곳이다. 스카니아라(Scania)는 회사 명칭 자체도 말뫼가 속한 지방인 스코네(Skane) 주의 영어식 명칭에서 유래하였다.

이 도시의 또 다른 상징은 도심에 우뚝 솟아있는 54층 높이 뒤틀린 빌딩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 Twisting Torso 또는 Rotating Torso)’다. 이 명소는 친환경 프로젝트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빌딩으로 에너지 절약아파트다. 스페인 건축가 산티아고 칼라트라바(Santiago Calatrava)가 혁신적인 디자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1년 착공하여 2005년 완공되었는데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강철 육면체를 약 11도씩 방향을 틀어가며 총 9개를 포갠 형식으로 건축되었다. 2015년에는 일정 기간 도시와 지역 사회에 가치가 있는 것으로 입증된 고층 건물에 수여되는 ‘10년 건축상’을 받았다. 이 멋진 건축물은 현재 말뫼 최고의 관광 매력물이 되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이 항구 도시는 여러 차례 부침을 겪고 이젠 인구 절반이 35세 미만인 스웨덴 '최연소 도시'로 거듭났다. 자료에 따르면 말뫼 시 관계자는 "조선업을 포기하면서 2만8000여 개의 일자리를 잃었지만 신재생 에너지·IT 등 새 산업에 투자하면서 200여 신생기업과 6만3000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라고 밝혔다.

투데이안산  jun@todayans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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