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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74

  • 입력 2021.04.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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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자산을 중심으로 부활한 도시, 낭트

 

세계에는 수많은 환경 도시가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한 도시가 있다. 2013년에 유럽의 녹색 수도 상을 받은 프랑스의 낭트(Nantes)다. 국제 지방정부지속

가능 협의회(ICLE)로부터 우수한 지속 가능한 발전 도시로 소개되기도 했다. 낭트 대도시권은 프랑스 서쪽 대서양 연안과 인접해 있지만, 낭트 자체는 해안 도시는 아니다. 연안에서 50km 떨어진 내륙에 있으며, 대서양으로 유입되는 루아르(Loire)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지도를 보면 대서양 쪽으로 혓바닥처럼 돌출한 지방이 브르타뉴 레지옹(Region Bretagne)이고, 그 남쪽 지방이 페이드라루아르 레지옹(Region Pay de la Loire)이다. 레이옹은 최상위 행정구역이다.

페이드라구아르 레지옹에는 다섯 개 주가 있는데, 낭트시는 루아르아틀랑티크(Loire-Atlantique)주의 주도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는 앞의 두 레지옹을 브르타뉴 지방이라고도 한다. 낭트는 로마 이전의 시기에서부터 이 지방의 중심지였으며, 연안에 있는 외항인 생나제르(Saint-Nazaire)와 함께, 서부 프랑스의 주요 대도시경제권을 형성한다. 낭트시의 인구는 2017년 현재 30여만 명이다.

큰 강과 바다를 끼고 있는 낭트 일대는 온화한 해양성 기후로 살기 좋은 고장으로 꼽는 곳이다. 여섯 번째로 큰 대도시권인 낭트 대도시권(Nantes Métropole)은 약 60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70만 명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인구 증가 예측은 좋은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며.

현재는 고용여건만으로 볼 때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매력적인 도시다. 2004년 잡지 타임(Time Magazine)은 낭트를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했을 정도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이전부터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에는 최고의 교통체계를 갖춘 도시에 주는 ‘키비타스 상(CIVITAS Award)’을 수상하였다. 이어서 녹색 수도까지 된 것이었다.

그러나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루아르강은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으로 낭트의 역사와 경제적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항구 도시로 조선소와 무역을 통하여 프랑스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였다. 17세기에 프랑스 식민지 제국이 세워진 후, 낭트는 가장 큰 항구가 되었으며, 18세기 프랑스 대서양 노예무역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프랑스 혁명 이후 경제가 잠시 쇠퇴했지만, 낭트는 1850년 이후 조선과 식품 가공 등을 탄탄한 산업으로 발전시켰다.

1970년 중반 한때는 60,000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상주할 정도였다. 이러한 발전은 1980년대 후반에 조선소가 폐쇄되자 도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시민들은 시민들의 허탈감을 가지고 절망적인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다. 20세기 후반의 낭트는 기존의 자연자원을 잘 살리면서 중공업 중심의 이차산업에서 주력 산업을 서비스 산업으로 대체했다.

1989년 이후부터 능력 있는 시장의 주도하에 또 한 번의 경제적 도약을 경험했다. 그 바탕에 풍부한 문화가 있었으며, 창의적인 장소로 도시를 광고했다. 그리고 친근감을 느끼도록 ‘낭트 아틀랑티크(Nantes Atlantique)’로 브랜드를 변경하고, 노예무역의 유산 등 이색문화의 홍보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더 나아가 환경친화적인 도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였다. 1958년에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운행하지 않았던 트램을 1985년 다시 등장하는 결정을 하였다. 현재 전체 연장 42km로 전국에서 최장 길이이다. 연간 6,500만 명을 수송하고 하루에 약 200만 번을 탑승할 정도 시민들이 좋아한다. 새로운 버스 시스템도 트램처럼 공격적으로 도입하여 환경을 중시하는 교통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기 시작하였다.

크흐노버스(Chronobus)라는 압축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고급버스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갔다. 처음 3개 노선에서 출발한 것이 이젠 8개 노선에서 버스가 다니고 있으며, 2019년에는 하루 145,883회를 운행하였다. 그리고 자전거 타기를 아주 적극적으로 권장하기 위해 자전거 주정차 공간 확보하고, 자전거를 빌려주는 회사를 만들고, 대중교통과 연계시스템까지 갖추어 나갔다. 그리고 개인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을 우선하는 도로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혁신이 유럽에서 가장 깨끗하고 질 좋은 교통체계를 갖춘 도시(Clean and Better Transport in Cities)에 EU가 주는 키비타스 상을 받게 된 것이었다. 이 천연가스 버스도 2019년 가을부터 24m 연결형 100% 전기 버스로 대체되고 있다.

낭트 대도시권에서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나가고 있으며, 수거된 쓰레기의 단 11%만이 매립지로 보내는데 이 중에는 생분해되는 쓰레기는 없다. 또한, 물 정책도 매우 세심하게 집행하고 있으며, 인식증진 교육을 통하여 물 사용을 절약하고, 마시는 물인 경우는 수원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철저하게 관리한다. 낭트에는 루아르 강외에도 두 개의 강이 지나고 있어 도시 안에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습지와 숲들이 잘 펼쳐져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이 가지고 있는 생태계서비스 혜택을 시민들이 잘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녹지의 수와 공간의 면적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도시면적의 15%가 99개의 공공 공원, 정원, 광장으로 구성되었다. 이들 장소에서 시민들은 일 년 내내 여유 활동을 하고, 문화나 사회 이벤트 개최하며, 원예농업까지 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녹지가 산재해 있어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녹지 면적도 넓어 한 사람당 57㎡인데 이는 전 세계적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도시 내에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있고, 도시의 60%가 녹지, 자연, 농지, 공원 등으로 유지되도록 정책을 펴고 있다. 이곳에는 네 개의 유럽연합 보호지역(Natura 2000)과 동식물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33개의 자연보호지역을 지정 관리한다. 또한, 기후변화 행동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2020년까지 일 인당 배출량을 30%(2003년 기준) 저감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어떤 유산이든 간에 과거의 것을 수용하고, 미래에 필요로 하는 자산으로 활용해 나가는 역량도 낭트 만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도시계획자들은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에도 이러한 도시의 유산과 연계한다. 조선소를 공공장소로 변환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꾸미는 사업이 좋은 예다.

이곳을 첨단기술과 문화와 예술의 창조공간을 만들어 도시의 상징이 되도록까지 획기적인 재생사업을 하였다. 물론 환경친화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전제로. 테제베(TGV)로 파리에서 2시간 거리이니 모든 정책이 관광를 염두에 둔 시도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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