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이슈·기획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78

  • 입력 2021.06.03 15:57
  • 댓글 0

 

                         나무들의 도시, 워싱턴 DC

 

워싱턴 DC는 인구 70여만 명은 도시이지만 미국의 수도로 세계 정치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 공식 이름은 콜롬비아 디스트릭트(the District of Columbia)라고 하는데 그냥 디씨 또는 워싱턴시라고도 한다. 필자도 여러 차례 이 도시를 방문했지만, 눈에 띠는 것은 링컨기념관, 백악관 그리고 의회 의사당을 비롯한 건축물들이었고, 정작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은 것은 스미스소니언 내셔널 뮤지엄(Smithsonian National Museum)이 있는 박물관 거리다. “아! 우리 도시도 저런 박물관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방문할 때마다 가졌다.

그런데 어느 자료를 보니 이 수도가 미국 내에서 최고의 도시숲을 가진 도시로 선정되었다고 해서 약간 놀랐다. 그래서 늘 어떻게 그랬을까 궁금하였다. 2013년에 ‘미국숲협회(American Forests)’는 미국에서 최고의 도시숲을 가진 10개 도시를 발표하였다. 해당 도시는 오스틴, 샬럿, 덴버, 밀워키, 미니애폴리스, 뉴욕, 포틀랜드, 새크라멘토, 시애틀 그리고 워싱턴 DC였다.

미국숲협회는 여러 가지 사업을 통해 사람들(도시의 정책결정자 포함)이 자신의 삶, 건강, 경제와 지역 사회 복지에 대한 도시숲의 중요한 가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 주변의 나무들이 단순히 그늘만 제공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인류가 생존을 위해 의존하고 있는 행성, 지구 자연계의 필수 요소임을 사람들이 인식하도록 홍보하고 있다. 최고의 도시숲을 가진 도시들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를 했으며, 이 중요한 자연자원을 개선하고 유지하는 데 지역 사회와 비영리 단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성과를 이루었다. 결과적으로 시민과 방문객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시숲이 이바지하고 있다.

그리고 숲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에 해결책을 제안하고 있다. 여러 도시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면 예측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계절의 변동, 강풍의 빈도와 심각도, 이전에 있었던 질병과 곤충 감염의 위협이 변화함에 따라 매일 직면하는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항상 필요로 한다.

미국에서 진행된 과학적 연구 결과는 도시숲은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의 기능이 있음이 밝혀내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이산화탄소 제거, 빗물 저장과 홍수 통제, 도시 생활의 한가운데에서 편안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오아시스를 제공하는 이러한 숲 환경이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현재 미국 인구의 80%가 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미국의 도시 면적은 205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여 도시숲을 기획하고, 나무를 심고 육성할 때라고 협회는 여기고 있다.

나무는 하루아침에 자라지 않고, 건강한 도시숲의 혜택은 여러 세대가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토지를 새로 조성하거나 건설 활동을 수행하기 전에 현장에 있는 나무들에 대한 잠재적인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씨의 조례인 2002년에 제정된 도시숲 보존법(the Urban Forestry Preservation Act)과 2016년에 개정된 나무 캐노피 보호법(Tree Canopy Protection Amendment Act)은 사유지에 있는 성숙한 나무의 훼손을 규제하고, 보호를 장려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워싱턴 DC는 나무 관리에 관한 한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도시가 처음 건립될 때부터 나무는 매우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도시계획에 포함하였다. 이 도시의 나무를 말할 때면 항상 피에르 랑팡(Pierre L' Enfant)의 최초의 도시계획을 언급한다. 1791년의 초안에 이미 나무 전용 공간들이 확보되어 있었다. 이후 여러 차례 보강되었지만, 원계획을 흩트리지 않았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긴 역사에 대한 존중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도시숲이 제공하는 아름다움을 지닌 도시로 오늘날까지도 지속할 수 있었다.

숲과 나무를 가까이하면 사람들은 정서심리적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종종 스트레스를 덜 느끼고 집중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접촉이 외상을 치료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일부 의사들은 ‘자연 요법’ 처방을 쓰고 있으며, 일본에서 시작된 ‘삼림욕’도 힐링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미국의 한 연구에서 녹색 공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건물이나 공터만 지나가는 사람들보다 심박 수가 낮다고 하였다. 2013년 연구에 따르면 3km 이내의 일정량의 녹지 공간이 있으면 불안 장애, 우울증, 공격성 증상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많은 연구에 따르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은 더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적으며 학업 성적이 더 좋고 사회적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한다. 2016년 일리노이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교실에서 바라보는 녹색 풍경에 관한 주의 테스트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하고 공격성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접근 가능한 1,000m 이내에 녹지 공간이 있으면 청소년의 공격성이 현저히 감소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미국숲협회는 역사적으로 나무가 적은 저소득 지역에 형평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도시를 재조림하는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자연자원이 부족한 동네 숲의 혜택을 주기 위해 여러 미국 도시들은 노력하고 있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빈곤의 가져오는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어서다.

그와 같은 지역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이 자기 훈련을 개선하고, 불안과 우울증을 줄이며, 교실 집중력을 높이는 다른 입증 된 수단이 숲에 외에는 없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워싱턴 DC에서도 학교에 나무가 아직 부족한 형편이고, 2015년 자료에 따르면 21개 학교에는 나무 캐노피가 하나도 없었다. 현재에도 나무 캐노피를 늘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2032년까지 건강한 나무 캐노피로 전체 면적의 최소 40%를 덮을 계획이다.

이 도시의 교통관리실의 도시숲국(Urban Forestry Division, UFD)은 200만 그루가 넘는 도심 나무 중에 17만여 그루는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도시 나무들을 잘 관리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도시계획을 잘 세워서 워싱톤 DC는 미국에서 ‘나무들의 도시(the city of trees)’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안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