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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최용신 선생과 반딧불

  • 입력 2022.03.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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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용신 선생과 반딧불

1930년대 우리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일제강점시대 최용신 선생은 안산시 본오동에서 민족의식을 고취하고자 농촌계몽 운동을 시작하였다. 선생은 샘골강습소라는 야학을 열고 글을 모르는 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신지식 교육을 통한 계몽운동과 애국교육을 한 것이다. 선생의 활동은 암흑을 밝히는 반딧불이었고 그 고귀한 정신은 안산시의 정신적 지주(支柱)가 되어왔다.

반딧불은 비록 하찮게 여길 수 있는 미물(微物)이지만 칠흑과도 같은 어둠을 밝히는 것처럼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반딧불 같은 작은 희망의 불씨를 찾는 우리의 할머니, 엄마, 누나, 형님, 근로청소년이 있다. 안산용신학교는 최용신 선생의 고귀한 정신을 잇고자 36년이라는 세월을 꿋꿋하게 못 배운 게 한(限)이 되는 사람들의 반딧불이 되어 왔고 선생의 얼을 기리고자 매년 11월이면 ‘반딧불축제’를 개최한다.

 

2. 이런 학교도 있습니다.

안산용신학교의 시설은 야학중에서도 특히 더 열악한 것 같다. 하지만 교실에서는 언제나 어느 여학교처럼 웃음과 수다가 넘치고, 4평 남짓한 식당에는 늘 학생들의 허기를 달래줄 따뜻한 밥이 있고 간식거리가 있다. 지난 초겨울 난방기가 노후되어 고장이 나자 교장이 몇 군데 도움을 요청하는 걸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십시일반(十匙一飯) 공사비를 보태서 공사를 마치고 겨울 수업을 할 수 있었다.

교장은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고 가장 많은 수업을 한다. 교감은 수업과 학생상담으로 바쁜 와중에도 주방에서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고, 설거지를 한다. 너댓 평 남짓한 교무실은 늘 학생과 교사들로 북적여 앉을 자리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이렇게 견디며 공부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의 반딧불 역할을 통한 보람으로 문해교육기관 본연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마치 90여년 전 최용신 선생이 안산시 본오동에 만든 샘골강습소처럼...

 

3. 또 다른 최용신 선생이 되고자

1992년 안산용신학교 4회 졸업생과 2022년 34회 졸업생이 만나 밤새워 대화를 나눴다. 4회 졸업생은 가난 때문에 생활전선에 내몰린 반월공단의 소년공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하다가 널판지를 깔고 교실바닥에서 잠을 잔 일화를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일곱명의 근로청소년이 모두 그렇게 공부를 했다고 한다. 소년공은 최용신 선생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자신의 꿈을 농촌을 계몽하는 운동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중학교 졸업장을 받고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후 그는 경북의 한 시골마을에서 체험형 농장 등 농촌소득증대 사업의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2022년 34회 졸업생은 중학교 졸업장을 받은 조선족 출신 귀화 여성으로 이른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역시 주경야독(晝耕夜讀)으로 대학까지 졸업후 조선족 동포 자녀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갖고 있었다. 또 다른 졸업생 중에는 문해교사의 꿈을 안고 준비하고 있는 최용신 선생의 제자가 있어 필자가 글을 지어 봤다.

無學爲限來容信(못 배운게 한이 되어 용신학교에 왔네.) 朝上到夜樂學習(아침부터 저녁까지 즐겁게 공부하여.) 開眼知文示更世(눈이 열리고 글을 아니 세상이 다시 보이네)如今我有美夢想(이제 나는 예쁜 꿈을 꾸게 되었다네,)登中高大與靑春(중·고 대학교에 가서 청춘들과 같이 공부하고 싶네) 在家敎孫漢英讀(집에서 손주에게 한문과 영어와 독서를 가르치고) 終要爲師而容信(마지막엔 용신의 선생이 되고 싶다네) 焉誰晩學說樂乎(어찌 누가 알겠는가 늦깍이 공부의 이 기쁨을...) 고전에 이런 글이 있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

(學而時習之不亦說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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