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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동균 칼럼] 입학철 단상(2)

  • 입력 2022.03.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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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철 단상(2)

 

지난주 칼럼이 나간후 십여통의 전화를 받았다. 졸업생들이 전화를 했던 것이다. 두 갈래로 나뉘었다. 실명을 공개해도 좋으니 그때의 학창시절을 재밌게 써달라고 한다. 그러나 대세는 두루 뭉술 넘어가자는 의견이었다. 오늘 끝낼 것이다. 중앙中으로 이전한 뒤 엄마 학생뿐만 아니라 사십대 아빠, 남자 입학생들이 늘어났다. 사회생활 하면서 최종학력도 중요하지만, 영어읽기, 기초수학 정도는 배워야 한다며 찾아왔다.

워낙 사제지간이 끈끈하고, 고입검정 합격율이 높은 등 주위에 긍정적으로 알려지게 되자 늦깍이 남자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특히, 홍익건설 나상배 대표가 교장을 맡아 열심히 했던 2007~2012년 사이에는 멀리 과천에서, 천안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중앙中의 방과 후 모습은 독특했다. 일반 학사일정이 끝나는 오후 6시쯤에는 교사들이 퇴근, 주차장이 텅텅 비었고, 이내 7시 쯤에는 화물차등이 그 자리를 메웠다.

곱게 나이든 자매가 항상 일찍 나와 자기 자리에 앉아 수업을 기다린다. 궁금해서 수업 후 따로 불러 사정을 들어 봤다. 자매는 충남 홍성의 부촌에서 자랐는데, 조부께서 여자는 언문만 깨쳐야지 더 배우면 안된다 하여 초등학교만 나왔단다. 班家에서 고이 자란 언니는 교육자에게, 동생은 군인장교에게 시집을 갔다. 면 단위에서 행세깨나 하던 집안의 처녀들이 국가직 공무원들의 아내가 되어 공부의 한을 삭이며 살아왔단다.

언니 학생은 남편이 당시 문교부 편수관, 동생은 해군 제독이 남편이었다. 그렇지만 일체 내색없이 성실히 공부하였고, 후일 두 명 모두 대학에 진학했었다. 이런 사례는 차고 넘친다. 졸업생 중 남자 한 분은 공부를 계속, 경기 과기대 교수로 강단에 서는 쾌거도 있었고, 1천여명의 졸업생중 절반 이상은 고교에, 50여명은 대학까지 진학했었다.

여기서 자세히 밝히는 것은 공치사가 될 것 같아 줄이고, 중앙中 한켠은 밤에도 훤히 밝았었다.

만만치 않은 학교 운영비를 마련키 위해 우리는 중앙驛 뒷 광장에서 자선 일일식당을 운영하기도 했다. 주말 오후, 간이식탁 등을 설치, 잔치국수며 감자전 막걸리 등을 팔았는데 예상 수익을 밑돌았고, 우리는 속이 상해 남은 막걸리로 취하기도 했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대리운전 기사가 늦게 오는 바람에 차에서 졸다 경찰에 적발, 음주로 처벌 받기도 했다. 평소 야학에 관심있던 분들께 후원회 결성을 부탁했다.

당시 월피 신협 김철민 이사장이 적극 나서는 등 30여명이 동참했다. 졸업식때는 이들을 초청, 축사도 했고 특히 후원회를 맡아 열심히 도움을 주던 김철민 회장은 재임 중 안산시장이 되어 매년 일정 금액을 보조해줘 큰 힘이 됐다. 해가 갈수록 야학이 알려져 안양 광명 등 인근 지역에서 늦깍이 학생들이 몰려왔다. 남학생 비율도 절반이 넘었다. 처음 개교 때만 해도 전부가 국졸 엄마였는데, 아빠들이 입학한 것이다.

하지만 운영과정이 매끄럽지 못 할 때도 있었다. 안사모 회원들이 돌아가며 교장을 맡아 봉사토록 했는데, 그중 한 명이 욕심으로 교장자리를 탐했고, 다툼이 있었다. 중앙中에서는 교실을 비우라고 통지했다.

우리는 양지中으로 옮겨 공부를 계속했다. 중앙中 교사들이 그만두게 되자 교사난에 허덕였다. 우리 회원들이 다시 한 과목씩 맡았고, 영어 교사는 확보가 어려워 할 수없이 서울대 2년에 재학중인 딸에게 시켰다.

1년뒤 수습되어 중앙中으로 복귀하였고, 그 무렵 21년간 이어온 야학은 입학생이 줄어 쓸쓸히, 소문 없이 폐교에 들어갔다. 여기 나와 함께 야학을 꾸려운 동지들을 소개한다. 이선용, 박도진, 정일환, 정명섭 사장, 김민환 건축사, 김기룡 동서치과, 최인석 월피신협 이사장, 나상배 홍익건설, 나영철 한의사, 박기영 외과원장, 오규진 과기부 서기관 등이 수고했다. 그리고 각자 사연이야 있었겠지만, 시절인연이 닿아 사제로 맺어진 1천여 졸업생들 모두에게 행복과 神의 축복이 영원히 함께할 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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