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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6

  • 입력 2018.11.11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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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6
            (도시재생에도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도시재생 학습이라는 책을 엮고 나서 “도시재생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럼 도시계획은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되묻고 싶어진다. 도시에서 진행되는 어떤 계획이든 시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시민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질문이 가능한 것은 우리나라에선 지금까지 도시의 어떤 계획이든 정부(지방자치단체 포함)나 기업 중심의 계획으로 추진되어서다. 시민들이 자신들이 생활하는 도시에 대한 지식이나 도시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구체적인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의지와 시민들의 여론이 다를 경우가 빈번하다. 그리고 이해관계에 얽혀서 무엇이 좋은 방향인지 판단을 못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래서 어렵지만 그래도 답은 한 가지다. 시민들이 좋아하고 현재보다는 미래에 지속가능한 발전이 담보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시재생은 도시를 되살려내는 방법이다. 활기를 불어넣고 기능을 되살리는 것이다. 대규모 재생사업을 전개할 때는 새로운 기능과 구조를 갖더라도 가치를 높이며 시민들이 편안해 하는 친환경적인 기법을 찾아야 한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서는 도시재생을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ㆍ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ㆍ사회적ㆍ물리적ㆍ환경적으로 활성화하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구도심이 더 팽창할 수 없을 때 신도시를 만드는 것은 도시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을 도시재생이라 하지 않는다. 구도심이라 하더라도 재건축처럼 기존의 건물이나 시설을 전면적으로 헐어내어 바꿀 때는 재개발이라고 한다. 통상적으로 재개발과 재생사업을 함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개발인 경우는 주로 개발업자가 나서 개발이익이 충족될 때 추진되므로 시민들의 입장을 소홀하게 다루는 예가 많다. 어쩌면 도시재생은 개발에 대한 기대가 없는 곳에서 사업 요구가 생길 수 있다. 오랫동안 공실이 있었던 건물이나 주민들이 떠나고 버려진 것 같은 지역이 대상이 된다. 이런 곳을 도시가 쇠퇴하는 곳이라 한다.

위의 법 17조에서는 도시쇠퇴를 ‘도시가 인구사회, 산업경제, 물리 환경 등 세 가지 영역에 걸쳐 상당한 정도로 활력이 없거나 활력을 잃고 있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세 가지에 기준이 있어 그중 두 가지 이상이 적용되어야 도시재생 사업으로 인정된다. 즉 법적으로는 쇠퇴지역이 되어야 도시재생 사업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도시재생 사업은 도시 자체에서 추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작은 건물이나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한 사업은 도시가 직접 나서야 잘 할 수 있고, 사각지대도 생기지 않는다. 중앙 정부의 지원만 기다리다 보면 도시재생의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곳은 주민들이나 지역 단체들이 재생방안을 더 잘 알 수 있으니 책임을 주어서 맡기는 것도 필요하다.

영국에는 오래된 도시들이 많아 수많은 도시재생 성공 사례들이 있다. 런던은 가장 오래된 현대 도시 가운데 하나로 성공 사례가 가장 많은 곳이다. 산업혁명 이후 큰 도시로 발전하면서 심각한 오염이나 대화재 등 발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다 겪은 터라 이것들을 극복하는 과정들이 다른 도시엔 좋은 교훈이 되고 있다. 도시재생도 마찬가지다. 이 거대한 도시의 재생사업을 알기 위해 세 번을 방문하곤 우리에게 딱 알맞은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좋은 리더와 열정이 있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작은 민간단체가 마을의 건물이나 공간 하나하나를 재생해 나가는 경우와 아주 오래된 옛 역 주변을 재생하는 초대형 사업 등 두 경우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해크니(Hackney) 협동조합의 예가 전자이고, 킹스크로스역 주변 지역 도시재생이 후자이다. 사회적 기업이고 한 해크니는 낡고 못 쓰는 건물이나 열악한 공간을 쓸모 있게 만드는 일을 하는데 재생이 되면 새 가게를 찾는 서민들에게 제공한다. 부동산 사업이다. 새롭게 디자인하여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한 일은 이 연재의 한 회에 소개하는 것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작은 단체이고 사회적 기업이라도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과 기본적으로 도시의 빈민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을 위하는 철학 중시한다는 점이 주목하게 하였다. 사업의 성공으로 영역과 범위를 점차 넓혀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도시재생 사업은 사람들이 살고 있거나 살았던 곳이나 거리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당연히 가야 한다. 비록 다양한 접근을 하고 있었지만, 그 정신을 잘 지키고 있었다. 이 협동조합의 창문에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다. 지역 공동체를 위해서 봉사한다(Serving Hackney’s Communities). 물론 후자인 킹스크로스역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이 역의 재생사업은 역세권을 이야기할 때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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