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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7

  • 입력 2018.11.2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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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7
                              (역세권은 도시의 중심이 된다.)

역세권(驛勢圈)을 부동산용어 사전에서는 ‘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업 및 업무 활동이 일어나는 세력권을 의미하며, 역을 이용하는 주민의 거주지, 상업지, 교육시설의 범위를 말한다. 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역세권은 철도역과 그 주변 지역을 말하며, 보통 철도(지하철)를 중심으로 500m 반경 내외의 지역을 1차 역세권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보통 역세권의 위치나 거리에 따라 부동산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역이 있으면 오가는 사람들이 많게 마련이고 상업이나 소통의 중심에 될 수밖에 없다. 철도역이 생기면 교통의 요지가 되고 시세가 커지게 되어 역의 존재 여부로 도시의 운명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대전과 광주 등의 도시가 역이 생기면서 도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사례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역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몰리고 시끄럽고 지저분해졌다. 도시의 중심부이긴 해도 주거지역이나 고급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불량배와 걸인들 그리고 쪽방촌에 머무는 도시로 갓 올라온 시골 사람들이나 역 근처에서 일거리를 찾는 빈민들이 모여들었다.

따라서 범죄의 온상처럼 보였다. 아이들이 범접하지 못할 거리까지 생기었다. 서울역과 영등포역이 그랬고 우리나라에서 제법 큰 도시의 역들이 다 그랬다. 우리나라만이 아니고 전 세계 큰 도시의 역들의 상황은 비슷하였다. 영국의 킹스크로스역도 마찬가지였다. 우범지역에다 마약 거래인들이 꼬이는 지역까지 되자 일부 지역은 사람들이 살기를 꺼렸다. 이런 곳의 땅들은 가치가 떨어지고 내버려 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역세권 재개발 붐이 일어나면서 일본식을 따랐다. 고급 백화점이나 초대형 상가들과 결합하는 형태였다. 좋은 착상이었고 효과도 나쁘지 않았지만, 발 빠른 개발에는 소외되는 서민들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알만한 자료가 없지만, 용산역 사태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작은 가게나 포장마차를 하는 영세 사업자들에겐 일터를 잃는 결과였으니까. 이렇게까지 이야길 하다 보면 영국 런던에서는 어찌하였을까 궁금해진다. 이미 재개발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 세계 최고의 땅값을 가진 런던이니 이해당사자들도 많았다. 정부에서도 이 역을 유럽대륙으로 출발하는 열차들의 중심 역으로 만들어야 했으므로 적극적이었다.

역의 재생사업은 컨소시엄을 이루어 진행되었다. 2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 사업이 달랑 제안서 한 장만 써낸 사업자가 채택되었다. 비전만을 적은 종이 한 장. 긴 세월이 걸리는 사업을 상세히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로 본 사업자였다. 그리고 사업 기간 이해당사자들과 협의를 잘 해나가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2002년에 시작된 사업인데 필자가 마지막 방문한 2016년까지 약속이 잘 이행되고 있었다.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겐 어떤 이익과 혜택을 주는 지가 토론과 협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문제를 풀어가면서 하는 사업 그리고 완전히 허물고 하는 사업이 아니라 옛 건물 중에 살릴 것은 살려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면 도입해 가면서 하는 그런 재생사업이었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산업혁명 시대의 건물을 보수하여 런던 예술대학교를 입주시킨 것이었다. 대학교 뒤편 오래된 철도청 건물은 레스토랑들이 있는 상점가가 들어섰다.

토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때론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였다. 정치인들도 사업이 실패하거나 부진해지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으므로 여러 계층의 정치인들 모두 관심을 많이 두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정치적 결단으로 정부 부지 땅값을 낮게 받을 수 있었던 점도 사업 성공의 좋은 배경이 되었다.

시민들과 개발업자 그리고 전문가와 정치인들이 협의해 나가지만 이들을 이끈 지도력을 가진 사업자가 아닌 건축가나 도시계획가 필요하였다. 그래야 협의 내용을 바르게 정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항을 이해시켜가며 절충과 조정을 할 수 있었다. 사업자도 단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장기적인 이익을 기대하므로 사업을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게 되었다.

안산에서도 몇 개의 지하철과 철도 노선이 엇갈리는 역이 두 개나 생긴다. 초지역과 중앙역이 그렇다. 초지역 주변에는 비어있는 꽤 넓은 시 소유 토지가 있다. 이곳을 잘 설계하여 선진적이며 지역주민이 만족해하며 미래 세대에게도 도움이 되는 개념 설계를 킹스크로스역 역세권 재생사업을 이끈 런던대학교 피터 비숍교수에게 부탁을 하고 ‘아트 시티(Art City)’라 명명하였었다.

영국에서 가장 큰 역세권 재생사업의 철학과 진행 방식도 참고하려고 했었다. 안산의 서울예술대학교 일부가 이곳에 위치한다면 학생들의 통학과 문화 활동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앞 서 언급한 두 역세권이 잘 재생되고 개발되어 안산의 도시 발전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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