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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이야기 8

  • 입력 2018.12.0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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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8
                  문화는 도시를 바꾸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인다.

세상의 모든 도시는 문화도시를 꿈꾼다.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기도 하고 도시 가치를 따질 때 문화 수준을 우선하기 때문이다. 문화시설은 도시의 기본적인 요소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시민을 즐겁게 하고 도시의 창의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 문화의 효과는 눈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 도시정책책임자들에겐 투자에 망설임이 있다. 때로는 몇 종류의 행사에 예산 배분하는 것으로 문화정책을 다 갈음하고자 하는 경향도 있다. 문화 인프라가 도시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늘 논의를 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도시에선 문화 예산을 과감하게 늘리면 낭비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있다. 물론 정답은 없다. 도시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이 사는 도시의 문화 역량을 살피고, 다른 나라의 창조도시에서 배울 점을 찾으면 좋지 않을까?

스페인의 빌바오를 추천하고 싶다. 빌바오는 한때 제철과 조선 산업도시로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네르비온 강의 양변에는 공장들이 열 지어 있었고,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부두와 짐을 선적하는 키 큰 커다란 크레인들은 도시를 상징하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1983년에는 심각한 자연재해 – 대홍수로 도시 중심부까지 물에 잠겼다. 시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도시는 점점 더 쇠락해갔다. 그때가 되어서야 강이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고, 다른 도시 환경도 최악의 상황이었다. 범죄가 늘었고 마약까지 유입되었다. 경제적·사회적인 위기에 봉착하였다. 적절한 도시재생이 필요했지만,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시는 도심의 복원과 교통체계 재편하고 항만들도 멀리 해안으로 옮기면서 도시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모험을 하였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강의 수질 개선사업도 시작하였는데 강을 살리는 것이 재생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 사업에는 약 8,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들었고, 20년이라는 긴 시간 필요했다. 결정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강이 살아나자 양쪽 강변이 가치 높은 땅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되자 강을 등지고 있던 건물들이 강을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사업들이 추진되고, 차츰 관광객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실업률도 낮아졌다. 이 시점에 또 한 번의 모험을 시도하였다. 공장들과 부두가 있었던 자리에 문화시설들을 배치하여 도시의 변신을 노렸다.

조선소와 철강단지가 있던 곳에 에우스깔두냐(Euskalduna)라는 문화센터와 해양박물관 등 새로운 건물들을 배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의 세 개 대학교와 협력하여 첨단기술 산업단지를 조성하여 창조산업으로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였다. 이 과정에 도심을 지나던 도심 철로를 없앴거나 지하로 돌렸는데 예전에는 여러 철로가 도시 중심부를 지나며 도시를 파편화하였었다.

교통이 꼭 필요한 곳에서 강을 따라 트램을 건설하고 외곽에서 도심으로 진입할 때 있던 고가도로 대신에 지하도로로 바꾸었다. 이렇게 하여 생겨난 여유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고 문화시설과 편의시설 그리고 사무실 빌딩을 함께 만들며 면모를 일신하였다.

이러한 변화에 정점을 찍은 결정을 하게 되었다. 1990년대 초 구겐하임(Guggenheim) 재단은 유럽 여러 도시에 미술관을 지어준다면 미술품을 제공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모든 도시가 이 제안을 거절하였으나 후보지가 아니었던 빌바오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빌바오시는 랜드마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그러나 시민들이나 정치권의 반대가 아주 컸다. 미술관보다는 실업률 해소가 우선이라 주장하였다.

더군다나 1,000억 원 이상이 드는 큰 프로젝트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시와 재단 사이에 갈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을 비롯한 정치권의 결단으로 빛나는 모습의 현대미술관을 짓기로 결단하였고, 1997년에 개관하였다. 이와 같은 극적인 재생사업의 핵심지역은 구겐하임 미술관과 에우스깔뚜나 문화센터 사이인 아반도이바라 지역이었다. 그야말로 오염된 항만 지역에서 아름다운 문화시설과 공원으로 바뀌는 천지개벽을 하였다.

이제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반대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2013년 기준으로 건축비의 37배에 달하는 이익을 창출하였다. 이익금은 다른 문화시설에 투자하여 빌바오가 문화도시가 거듭나는데 기폭제로 작용하였다. 공항과 지하철 구조물들도 유명 건축가의 작품으로 하고, 거리에도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이런 작품들은 구겐하임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어 이제 빌바오 하면 문화도시와 도시재생에 성공한 창조도시가 되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더불어 시민들, 특히 서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여러 가지 정책을 병행하였다. 이런 도시의 변화를 이젠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 또는 구겐하임 미술관 효과라 한다. 안산엔 빌바오와 같은 오염에 대한 나쁜 경험이 있고, 문화 관련 잘 알려진 대학들이 있어 좋은 비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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