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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13

  • 입력 2019.01.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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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세워진 건물들은 도시의 얼굴이다.

 

얼마 전에 읽은 한 신문기사에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영국의 건축 거장 리차드 로저스(Richard Rodgers)는 “건축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끊임없이 접하는 예술 형태”라 했건만, 서울에 새로이 들어서는 건물이 모두 예술은 아니다. 도시의 일원임을 망각한 채 주위와의 조화는 안중에도 없는 빌딩, 돈벌이를 위해 주먹구구로 지은 건물이 즐비하다.’

건축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사람들에게 예술적인 감각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무미건조한 빌딩들과 집들을 보면서 그것을 잊고 지냈었다. 막 지어진 건물들도 이전의 건물들과 차이가 없는 사각형 모양과 색의 건물들이 늘어선 도시를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그러긴 해도 이 집들이 안전하고 에너지 효율에서 문제가 없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부분 이런 기대마저 저버린다. 어떤 건축가는 이를 ‘도시 병리 현상’이라고 까지 말한다. 이렇게 지어진 건물들은 쉬 낡고 균열이 발생하는데 지은 지 30여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리곤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대상이 된다. 얼마나 엄청난 낭비인가?

굳이 랜드마크라고 하지 않아도 건물 하나나 몇이 도시를 대표하고, 어떤 경우 도시를 먹여 살린다. 파리의 에펠탑 그리고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건물들이 그렇다. 바르셀로나의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은 137년째 건축 중이며,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역시 가우디(Antoni Gaudi I Cornet)가 설계하였다.

경기도 파주시의 헤이리 마을도 특이한 건축물들로 유명해졌다. 독특한 건물들의 전시장 같은 이 마을에서는 환경친화적인 건축자재만 사용해야 하고 마을위원회에 설계안이 통과해야 비로소 건축할 수 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생명의 빛 예배당’도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재불 건축가 신형철 교수가 설계한 것으로 보고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교회로 내세울 정도다. 건물이 있었기에 마을이나 도시가 살아있는 것 같은 경우가 앞의 사례 외에도 무수히도 많다.

다음과 같이 질문해보면 우리가 사는 도시의 건물들이 어떤 상태로 내 마음속에 있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 100년 이상 갈 건물이 있는가?”, 아니면 “100년이 넘은 건물이 남아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누구에게 자랑할만한 건축물이 있는가?” 세계 유명 도시에 가보면 몇백 년 된 건물들이 수두룩한 큰 거리가 있고 여전히 시내 중심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신전이나 로마 원형 경기장들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100년 이상을 꿋꿋이 넘길 정도로 건물을 튼튼하게 만들고 예술성까지 있게 한다면 랜드마크가 아니더라도 시민들의 사랑을 듬북 받을 것이다. 그 도시의 얼굴이 될 수도 있다. 오래된 전통 가옥이 아니어도 좋다. 정성 다해 짓고 세워진 곳의 자연과 잘 어울리기만 해도 좋다. 양구군민들은 크지는 않지만 ‘박수근 미술관’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건축가 이규인의 저서 ‘미국의 그린빌딩’에서 ‘건축은 자연생태계와 인간을 연결해주는 매개고리의 역할을 한다. 건축을 통해 인간은 자연의 혜택을 더욱 향유하게 되며 좋은 에너지를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건물은 자연에서 나왔다. 원시시대 사람들은 모여 사면서 늘 동굴이나 움막보다 안전하고 오래갈 집을 원했을 것이다. 자연에서 나온 재료로 식구를 따뜻하게 만들고, 적이나 위험 동물들로부터 습격을 막으려는 집짓기 구상이 처음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이나 자연에 잘 적응하도록 지었을 것이다.

또 건축물은 사회적 현상의 집합체이고, 문화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시대 상황에 맞게 건물이 지어지고 건물이 짓는 사람의 사상과 시각이 고스란히 건물에 반영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집은 사람을 닮는다.’라고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시대에 짓은 건물들은 미래에는 과거를 바라보는 잣대가 되어 현시대를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그랬듯이. 아무런 특색 없이 마구 지어진 집단 건물들은 이내 버려져서 미래 세대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왜 도시에 사는가? 단순히 거주할 뿐 아니라 이곳에 생활하면서 가족을 만들고 행복하게 사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도시에 모인 것이다. 도시는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그것이 도시를 구성하는 건물에 반영되어야 한다. 당연하다. 건물들은 시민들의 희망 사항을 반영하고, 미래지향적이야 하며, 안전하고 미적으로 완성도도 높으면 좋다. 욕심을 더 내자면 지역의 자연과 잘 어울리고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까지 반영한다면 최고다. 그런 건물들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도시에 만족하고, 아이들은 평안하고 즐거운 활동을 하게 된다.

서울 광화문 전면 왼쪽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있다. 공공건물로서 깔끔하고 위치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건물은 조형물이 아니고 건물이 품고 있는 내용, 즉 기능이 함께 해야 제대로 된 건물이 된다. 도시의 얼굴이 된다. 미래를 생각하는 건물이 우리 도시에도 여럿 들어서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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