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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이야기 14

  • 입력 2019.02.13 18:10
  • 수정 2019.02.1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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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는 도시를 풍요롭게 한다.

새해가 시작되면 도시에는 더 바빠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봄 축제가 아니라도 마찬가지다. 모든 축제가 일 년 내내 준비해야 하긴 하지만 해당 연도가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는 까닭이다. 도시의 축제들은 작은 이벤트로 시작하였거나 전통 놀이로 아니면 지역 공동체를 위로/치유하기 위해서 시작하였다가 국제적인 큰 행사로 발전한 경우가 많다. 단순히 행사를 즐기는 것 같지만 참가자 전원 함께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움직일 때 사람들은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 녹인다. 축제가 갖는 장점이다. 늘 공허함을 품고 살아가는 도시민들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 어쩌면 그런 축제인지 모른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나 브라질의 삼바 축제처럼 국가 단위의 유명 축제도 있지만, 대부분의 축제는 도시나 지역 단위로 치러진다. 전 세계 어떤 도시든 한두 개의 축제가 열린다. 도시 주민들만의 일로 시작한 축제들이 어느새 국제적으로 유명해져서 도시의 상징이 된 예도 많다. 시에나가 그런 도시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잘 알려진 도시나, 이탈리아식 전통 말 경주 스포츠인 팔리오의 축제가 아니었다면 시에나는 외국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일 년 동안 각 구역을 대표하는 17팀이 참석하는 경주는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다. 출신 지역 사람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하는 경주에서 지는 팀들을 눈물을 흘리고, 다시 일 년 후를 다짐한다. 마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만든 일종의 페이소스가 외지에서 온 방문객들에게도 감동을 주어 흥분할만한 요소들을 갖춘 것이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는 세계 최고의 축제 도시(festival city)로 불린다. 여름에만 국제 페스티벌이 8개나 열린다. 8월 내내 열리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 Fringe)은 지구상 최대의 공연 축제로 지난해에는 약 5,000개의 작품이 57,000회나 공연되어 매년 기네스 기록을 경신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위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찾겠는가? 한편 8월의 마지막 일요일과 다음 월요일에 개최되는 런던의 노팅힐 카니발(Notting Hill Carnival)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축제다.

일종의 다문화 축제로 서민풍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카리브해에서 이민 온 공동체의 음악 축제로 시작한 것이 이젠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로 발전했다. 행사 당일은 엄청난 소음의 음악과 길거리 음식 냄새가 가득한 넓지 않은 여러 개의 골목에 사람들이 메어 터진다. 그래서 노팅힐 역을 폐쇄할 정도다.

일본도 축제라면 빠지지 않는 나라다. 축제를 마쓰리(際)라고 한다. ‘제를 지낸다’의 명사형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여러 가지 사정에 따라 만들어진 전통 제례나 종교행사가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그러니 도시마다 다양한 축제가 있어, 일본을 축제의 나라라고도 한다. 보통 봄부터 여름에 많이 열리고, 교토의 기온 마쓰리, 도쿄의 간다 마쓰리, 오사카의 톈진 마쓰리가 3대 축제다. 또 일본에는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비엔날레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Setouchi Triennale)’가 있다.

세토나이카이(瀬戸内海)라고 하는 시코쿠와 혼슈우 사이에 있는 바다의 여러 섬에서 동시에 열리는 현대미술 축제로 매 3년마다 열린다. 2016년에 열린 3회 때는 100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섬들을 찾았다고 한다. 올해의 주제는 ‘바다의 복원’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번성했던 섬마을 공동체를 되살리고, 희망을 주는 바다로 전환하려는 목표가 있다. 이 축제는 본디 조선산업과 기타 산업으로 황폐해진 섬마을을 살리기 위해 기획된 것이었다.

잡지 비욘드(beyond)는 지난해 창간 12주년 기념으로 축제 특집호를 냈다. 서문에서 “이번에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 및 미술, 디자인, 건축 같은 예술 분야에서 펼쳐지는 각종 페스티벌에 주목했다. 이런 페스티벌은 마법처럼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는다.”라고 적었다.

복합문화축제로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등 3개를 비롯하여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 등 록 축제 3개,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마이애미(Ultra Music Festival Miami) 등 EDM 축제 3개, 브레겐츠 페스티벌(Bregenz Festival) 등 클래식 및 재즈 축제 3개, 아비뇽 페스티벌(Festival d 'Avignon) 등 퍼포먼스 축제 4개,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Ars Electronica Festival) 등 미술 축제 3개, 헬싱키 디자인 위크(Helsinki Design Week) 등 디자인 축제 3개, 세계 건축 페스티벌 등 건축 축제 3개, 피클 데이 앤 친칠라 멜론 축제(Pickle Day & Chinchilla Melon Festival) 등 음식 축제 3개, 헤이 페스티벌(Hay Festival) 등 도서 축제 3개, 재스퍼 다크 스카이 페스티벌(Jasper Dark Sky Festival) 등 자연 축제 2개 등 모두 33개의 다양한 축제를 소개하였다.

도시는 축제가 만들어주는 마법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축제는 도시를 재생하기도 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한다.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즐기고 치유할 수 있는 좋은 축제를 가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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