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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15

  • 입력 2019.02.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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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도시가 알아야 한다.

지난 설날 연휴에 한 이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었다. 사진에 있는 제목이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 하루에만 5,455톤을 줄이는 것만이 답입니다.’였으나 정작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함께 온 사진 속의 한 동남아 여성이 쓴 모자에 적혀 있는 글이었다. 한글로 뚜렷하게 “한국으로 반송” 그리고 그 밑에 영어로 약간 작게 “Return to Korea”라고 적혀 있었다. 연관된 것으로 찾다 보니 페이스북에는 태극기와 함께 “Stop exporting garbage to the Philippines, 한국 쓰레기 필리핀 수출 그만!”이라는 주장을 적은 팻말을 든 사진도 보았다. 당연히 유사한 글들이 SNS에 더 있었고,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를 쌓아놓고 분노한 필리핀 사람들의 모습까지 있었다.

그 글과 사진들을 읽고 보다 보니 부끄럽고 얼굴까지 뜨거워졌으며 다 읽은 후에도 한참 동안 멍하게 있었다. 우리가 이래놓고 다른 나라의 잘못을 탓할 수 있는가 하고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내용인즉 우리나라는 작년에 두 차례 필리핀에 폐플라스틱 6,500톤을 재활용 가능한 것으로 수출했다가 최근 그곳 세관에 적발되었었다. 필리핀 현지에서 사회 문제가 되자 한국과 필리핀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만나 합의하여 일차로 쓰레기 1,400톤이 든 컨테이너를 한국으로 되가져 온 것이었다. 그동안 중국이 전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하다가 이를 중단하자 일어난 대란 중에 하나라고 핑계를 댈 수도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과 우리나라의 생산량 등을 잘 안다면 결코 그렇게 변명할 수는 없다.

플라스틱은 한때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소재라고 하여 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해왔고, 특히 포장재와 용기로 많이 사용된다. 제조의 용이성과 사용의 편의성으로 매년 그 사용량이 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이메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5년을 기준으로 1년에 플라스틱을 약 672만 톤을 소비한다고 하였다. 국민 1인당 평균 소비량이 132kg인 셈이다. 이 수치는 플라스틱 생산 시설을 갖춘 63개국 중 3위에 해당하고, 미국과 일본보다도 높았다. 이런 통계 순위는 우리나라의 경제 순위보다 아래에 있어야 한다.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이 과소비하고 있으며, 정부의 통제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라스틱 문제는 위와 같은 정책이나 윤리적인 문제만이 아녀서 더 심각하다. 육상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모두 바다로 유입된다. 일부 플라스틱은 기후에 따라 이동하고 움직이면서 파편화되어 아주 작은 알갱이나 눈에도 보이지 않은 미세 플라스틱을 변하기도 한다. 치약 등 생활용품에서 포함된 것들이나 플라스틱 섬유 제품의 조각도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최근 조사연구를 통하여 이들 플라스틱은 해양생태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작은 조각들은 해양생물들이 먹이로 착각하여 먹거나 다른 먹이를 통해 체내에 싸이게 된다. 해산물을 먹는 인간도 예외일 수 없다. 당연히 화학적/물리적인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플라스틱이 체내에 축적이 되면 생물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스티로폼 조각은 부력이 높아 해양동물들이 부력조절에 실패하게도 한다.

죽은 바닷새들의 92%에서 플라스틱이 나왔고, 몸무게의 5%까지 되는 새들도 있었다고 한다. 2008년에 죽은 향유고래 내장에는 200kg 정도의 플라스틱이 나왔다.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로 매년 10만 마리의 포유류와 100만 마리 이상의 새들이 죽어간다. 물고기나 거북이도 유사한 이유로 죽는 경우가 많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 해양연구기관의 2013년 조사에서는 자연산 갯지렁이에서는 한 마리에 최대 451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고, 2016년 담치 등 양식산 수산생물 등의 조사에서는 생물 97%에서 발견되었다. 다른 나라의 조사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섭취하는 외국 소금 17종 가운데 16종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다고 하였다. 물론 우리나라 소금은 조사되지 않았다.

연간 바다에 1,2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고, 이중 약 100만 톤 정도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전환된다. 전 세계 9개 나라의 330개 모니터링 지점에서 이루어진 4,400번의 해양쓰레기 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10가지 중 플라스틱 제품이나 조각이 무려 7개나 되었다. 미국의 해수욕장 조사에서는 모든 곳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는데 모래 1kg당 21.3∼221.3개나 나왔다. 지구인들은 1분에 100만 개의 플라스틱 백을 사용한다. 호주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사용한 백이 그 이전 100년간 사용한 것보다 많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분해되는데 400년에서 1000년이 걸리고, 분해되었다고 해서 결코 안전하지 않다.

플라스틱 제품은 도시에서 어마어마하게 소비된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소중한 먹거리를 생산해주는 생태계와 사람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해결에 도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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