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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맞는 천년고도 안산

                     3.1운동100주년 맞는 천년고도 안산
                     옛 지명 활용하고 일제 잔재 청산해야

                                         추연호 안산시의원(기획행정위원회)
안산현(安山縣)은 본래 고구려의 장항구현(獐項口縣)으로 신라 경덕왕이 장구군(獐口郡)로, 고려초에 안산군(安山郡)으로 고쳤다. 그 지명의 역사가 천 년이 넘는다. 충렬왕 34년(1308년), 고려시대 11대 왕인 문종(文宗, 1019~1083)이 안산에서 태어났다. 문종은 고려시대 가장 찬란한 문화의 황금기를 이룩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 27명의 왕 중 세종대왕과 더불어 가장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22대 왕 정조(正祖, 1752~1800)는 ‘살기에는 안산이 최고(生居最設安山好)’라며 안산이라는 지역을 극찬하기도 했다.

‘편안한’ 안(安) ‘뫼’ 산(山), 말 그대로 ‘편안한 마을’ 인 안산에는 예부터 사용되던 아름다운 지명들이 많았다. 남향 양지 바른 곳에 위치해 ‘양지마을[陽谷]’ 이라 불렸던 원상리(元上里)에는 아직도 양지마을 이라는 표지석이 있으며, 풍수로 보아 마을 뒤에 있는 안산(安山)이 범[虎]이 동쪽을 곧게 내려 다 보는 형상이라 하여 ‘범직(凡直)이’로 불렸던 원하리(元下里), 모낼 때만 되면 비가 와 연년세세 풍년이 든다하여 ‘시꿀[時雨里]’ 등 이름만큼 의미도 뛰어났던 옛 지명들이 자자손손 이어지며 사용됐다. 특히, 양지마을은 동쪽으로 중소기업연수원 앞 사거리, 서쪽으로 원곡동 주민센터, 남쪽으로 기간산업도로, 북쪽으로 라성호텔에 이를 정도로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이름이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우리의 얼이 서려있는 옛 지명들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왜곡되기 시작했다. 특히, 일제는 ‘고려 문종’ 태생지(胎生地)인 안산의 얼을 말살시키기 위해 당시 9개면(面)으로 구성돼 있던 행정구역을 3개씩 쪼개 해체시키며, 이후 70년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행을 저질렀다.

일제가 저지른 우리지명 말살정책의 예는 많다. 고깔봉에서 마을에 이르는 산세가 완만하고 넓은 골짜기라 하여 노리울(障谷)이라 불렀으며, 노루장(獐)자를 음차해 장상동(獐上洞)이라 불리던 곳을 문장 장(章)자로 바꿔 장상동(章上洞)이라 했다. 또, 노적가리를 쌓은 모습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노적봉은 일제강점기 때 뜻이 분명하지 않은 가사미산(可使美山)으로 불렀다.

안산의 진산(鎭山)인 수암봉은 바위 모습이 흡사한 독수리를 닮아 취암(鷲岩) 즉 독수리바위라 불렸지만 일제강점기에 수암봉(秀岩奉)으로 개칭되었다. 또, 풍도는 고려부터 조선말까지 단풍나무 풍(楓)자를 써서 풍도(楓島)로 표기했었으나 풍년 풍(豊)자로 바뀌어 오용됐다.

이에 안산시는 잘못된 지명을 바로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들을 전개했고, 그 결과 장상동(獐上洞)과 노적봉이라는 이름을 어렵게 되찾을 수 있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 수암봉처럼 여전히 잘못 표기 되고 있는 지명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 행정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행정동으로 사용되고 있는 몇몇 동들의 이름도 정확한 고증을 거쳐 다시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역명(驛名)이나 광장의 이름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난해 개통된 서해안선의 원곡역은 애초 원주민들이 시우역(時雨驛)으로 요청했지만 뜬금없이 원곡역으로 바뀌어 기존의 안산역과 헷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 안산역이 옛 수인선 시절에는 원곡역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완공 예정인 수인선의 사리역 또한 마찬가지다. 안산의 신도시 개발이전에 전국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몰려들던 사리포구의 위치는 새로 개통될 사리역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신선한 횟감과 낭만적인 포구를 보기 위해 사리포구를 찾던 이들이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사리역을 찾을 경우, 당시의 기억조차 떠올릴 수 없는 공간에서 느낄 당혹감이 걱정된다. 실제, ‘신길온천역에 가면 온천을 즐길 수 있겠지’ 하는 기대로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안산의 중심에 있는 ‘안산문화광장’ 과 ‘호수공원’ 이라는 이름도 다시 한 번 논의할 필요가 있다.

안산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고 있는 토착민과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한데 섞여 어울려 살아가는 도시로, 우리의 옛 지명을 적극 알리고 활용하는 것은 정주의식과 애향심을 고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잘못된 지명으로 인한 혼란도 막을 수 있다.

안산의 땅 이름을 정리해 책을 발간하는 등 향토사를 연구하고 있는 안산문화원 등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거쳐 시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 행정동 이름이나 역명을 정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투데이안산  jun@todayans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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