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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역지사지(易地思之)

  • 입력 2023.11.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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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한국어교사/안산용신학교 교사
문해.한국어교사/안산용신학교 교사

 

 

역지사지(易地思之)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은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編)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한 마디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무슨 일이든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와는 상반되는 의미임을 말할 것도 없다.

필자는 안산용신학교 문해 교사로서 올가을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한 후 소감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먼저 전국·경기도 성인문해시화전 시상식은 1028일 파주시 소재 경기미래 교육 파주캠프에서 열렸다.

시상식장은 참석한 230여 명의 수상자와 가족 그리고 문해 교육기관 교사 등으로 북새통이었다. 주최 측에서 진행한 시상식은 필자가 보기에 한마디로 노령의 수상자들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너무도 형식에 치우친 행사였다, 주최 측의 준비는 수상자 좌석 배정을 시상 훈격 순으로 하지 않고 수상자 성()의 가... 순으로 하다 보니 수상자들이 좌석을 진땀을 흘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아울러 시상식 장소가 좁아 많은 동료학습자가 밖에서 대기할 것을 고려했다면 모니터라도 설치하여 시상식 실황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또한, 평생에 한 번 받을지도 모르는 상()에 꽃 한 송이도 준비하지 않은 것은 예산 탓이 아니라 성의 탓이라고 밖에 할 수 없지 않을까!

두 번째는 지난 915일 경남 거창 실내종합체육관에서 전국야학 어울림 한마당 행사가 있었는데 마침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실내체육관처럼 1층은 마룻바닥이고 2층은 의자가 설치된 관람석구조였는데, 주최 측은 600여 명이 넘는 참석자들을 기관(학교)별로 마룻바닥에 자리를 배정하다 보니 학습자들은 마룻바닥에서 약 3시간을 앉아있어야 했으니 무릎과 허리 관절이 약한 학습자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주최 측에 이의를 제기했더니 거창군 평생학습관계자가 창고에 보관 중인 의자를 제공했지만,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안산용신학교는 휴대용 방석을 많이 준비하여 불편함이 그래도 덜했지만 다른 기관에서 참석한 학습자들이 겪어야 할 불편은 주최 측의 준비 부족으로밖에 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 번째는 지난 101일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렸던 한글날 기념 안산시 평생학습 축제였는데,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비가 내리는 가운데 행사는 시작되었지만, 곧 그쳤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행사에 참여한 여러 기관단체의 부스를 방문하며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격려하며 때론 몸소 체험 활동도 보이면서 관심을 나타내 행사의 분위기를 돋웠다. 이날 행사는 한글날 기념을 겸한 평생학습 축제로 프로그램 중에 도전 한글 골든벨은 유일하게 만학도(晩學徒)인 문해학습들이 참여하여 평소 갈고 닦은 한글 실력을 겨루는 행사로 문해학습기관에서는 명예와 관련되므로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하였다.

안산용신학교에서도 예상문제 연습까지 하여 20명이 출전하여 최종문제까지 맞히고 남은 인원 중 절반이 안산용신학교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 도전 한글 골든벨을 열심히 준비하여 기관의 명예를 걸고 출전하여 선전(善戰)한 학습자들은 연필 한 자루, 공책 한 권이라도 기념품을 기대했을 것이다. 필자는 선거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라고 에둘러 이해시켰지만 참가했던 학습자들은 두고두고 섭섭해 한 것은 사실이다. 성인문해 학습자들은 말이 별로 없다. 평생 인내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세상 물정엔 빠르다.

행사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빈틈없이 준비하고 리허설을 하면서 완벽하게 한다고 해도 끝나고 나면 허점(虛點)이 나타나는 게 행사이다. 특히 연령층이 많은 문해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는 더더욱 세심하게 준비할 게 많다. 내년에는 행사에 참여한 후 아쉬움이 좀 덜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보며 필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잘 하고 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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