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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백구과극(白駒過隙)

  • 입력 2023.12.0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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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한국어 교사/ 안산용신학교 교사
문해.한국어 교사/ 안산용신학교 교사

 

백구과극(白駒過隙)

 

백구과극(白駒過隙)이란 말은 장자(莊子)의 지북유(知北遊) 편에 나오는데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것은 마치 흰 말이 달려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는 것처럼 순식간이다. 모든 사물은 물이 솟아나듯 문득 생겼다가 물이 흐르듯 사라져 가는 것이다. 즉 사물은 모두 자연의 변화에 따라 생겨나서 변화에 따라 죽는 것이다.’(人生天地間若白駒之過隙 忽然而已注然勃然莫不出焉 油然流然莫不入焉 已化而生又化而生)’라고 했고,

한국 불교계의 큰 어른 자승(慈乘) 스님은 생사(生死)가 없다 하나 생사(生死)없는 곳이 없구나란 선문답(仙問答) 같은 유언을 남기고 소신공양(燒身供養)으로 스스로 속세와의 인연을 끊음으로서 세상에 큰 울림을 남기셨다. 시선(詩仙)이라 불리는 이백은 아침에 푸른 실 같던 머리털이 저녁에 보니 흰 눈처럼 하얗게 변했노라.(朝如靑絲暮成雪)’고 세월의 빠름과 인생의 무상함을 시로 읊었다.

주자(朱子)는 권학문(勸學文)에서,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순간의 빛도 가볍게 보지 말라고 했다. 또한 연못의 풀은 꿈에서 깨어나지도 못하고 있는데 섬돌 앞 오동나무 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낸다.’(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 未覺池塘春草夢, 階前梧葉已秋聲)라고 했으니 모두 세월의 빠름과 인생의 무상함을 말한 것이다.

올해도 수능을 본 학생이든 그렇지 않은 학생이든 내년이면 성인의 대열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시험을 목표로 한 교과서 공부에 매진하였겠지만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세상공부, 인생공부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고전에 이르기를 마음에 있지 않으면 아무리 봐도 본게 아니고 들어도 들은게 아니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心不在焉視而不見聽而不聞食不其味)‘고 하였다.

매사(每事)를 건성으로 하지 말고 마음에 굳게 담고 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인생을 좀 더 산 필자로서는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사람의 바른 인성만 못한 것.(萬能不如人性)이 사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재인박덕(才人薄德)‘이란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23년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때쯤이면 누구나 회한(悔恨)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무신론자이지만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공평한 게 바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 1365일이다.

굳이 역사적 인물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인류문명을 발전시킨 사람들의 공통점은 주어진 삶의 시간 즉 인생을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일 것이다. 로마역사서의 대작(大作)이라고 할 수 있는 로마인이야기를 집필한 시오노나나미는 로마제국 원로원으로부터 지고(至高)의 황제라는 칭호를 받은 트라야누스 황제의 영묘앞에서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인생을 치열하게 사셨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인도 아닌 일본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초 유럽을 제패하고 평등사상과 자유주의의 씨앗을 뿌린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산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러므로 성실한 인간은 자신을 억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였고, 16세기 일본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종식시키고 에도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외 이에야스(德川家康)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따라서 참고 또 참아야 한다.‘란 말로 삶에서 인내(忍耐)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엘바섬을 탈출하여 프랑스 황제 자리에 복귀하려 가던 나폴레옹은 내 운명의 별은 아직도 빛나고 있다.’고 하였지만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우리의 운명을 붙잡는 것은 별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It’s not in the stars to hold our destiny but in ourselve)라고 했다. 202312월에 백구과극(白駒過隙)과 같다는 인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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