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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맨발의 택시기사와 고령사회

  • 입력 2016.06.3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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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발의 택시기사와 고령사회

지난 주말 필자는 제주도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안산에서 만남약속이 있어 김포공항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 뒷좌석에 타고 보니 백발이 성성한 나이 지긋한 어르신 기사였고 맨발로 기어변속을 하는 분이셨다.

안산까지 출발을 말하고 내가 가야 할 구체적인 목적지를 말씀드려 잠시 신호 대기하는 시간에 기사님은 교통안내기기에 목적지 입력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신호가 끊기고 출발할 시간인데 아직 입력을 미처 마치지 못하셨다.

다음신호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계속되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제가 길을 안내할테니 일단 안산방향으로 가자고 했다. 아울러 내 마음속에 늦지 않고 약속시간까지 가야하는데 어르신 기사께서 가능하실까 근심이 일었다. 안산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휴대폰을 켜고 길안내 프로그램을 찾아 지금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게 아닌가?

순간 나이든 택시기사라는 이유로 기사를 믿지 못하고 시작한 경솔한 행동에 대하여 죄송한 마음이 들어 조용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언짢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기사님도 나의 불안한 행동이 느껴지셨는지 운전하는 내내 뒷좌석 나의 눈치를 보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나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고 약속시간도 늦지 않았다. 약속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가만히 생각하니 맨발의 어르신기사님과 잠간의 만남동안 내안에서 생겼다가 사그라진 생각들이 고령사회에 대한 작은 고민을 던져주는 것 같다. 과연 고령사회로의 변화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2015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3.1%인 662만 4천명에 이른다. 노인인구가 14%이상이면 고령사회라고 하니 우리나라도 고령사회의 문턱까지 온 셈이다. 2026년이면 노인인구비율이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에 이른다고 한다.

고령사회는 부동산을 살 소득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부동산가격을 내리게 만들고 학교나 군대에 갈 젊은이도 줄어든다. 당장 2018년부터는 고교 졸업자 수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어지게 된다. 전철의 노약자 좌석이 일반좌석보다 많아지리라는 고령사회의 심각성을 알리는 비유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고령사회로의 변화는 우리의 사회, 경제, 문화 모든 분야를 새롭게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고 준비하는 급박한 과제가 되었다. 이러한 고령사회의 과제에 앞서 이제는 노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첫째는 공경과 봉양을 미덕으로 삼았던 우리의 전통적인 효사상을 뛰어넘어 우리사회의 소중한 자원이자 당당한 주체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사회의 노인세대를 모셔할 대상에서 함께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협력의 주체로 인정하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는 더 빠른 것과 더 새로운 것을 좋은 가치로 삼고 앞만 보고 달려온 성장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고성장 시대에서는 노인을 충분히 돌볼 수 있지만 이제 저성장 또는 성장이 멈추는 시대에는 더디 가더라도 함께 분담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가 훨씬 강조되어야 한다. 빠르고 새로운 것보다 더디고 오래된 것에서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지혜를 찾는 사회가 고령사회를 맞는 우리의 지침이 되어야 한다.

맨발의 어르신택시기사를 만나게 되어 얻은 나의 작은 깨달음이다. 택시 교통안내기기에 어르신기사님의 늦은 입력을 탓하고 노심초사하기보다 함께 기다리고 여유롭게 기사와 손님의 관계로 서로 최선을 다하는 사회 바로 우리가 원하는 고령사회일 것이다.
(안산환경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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