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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정진용 변호사 '볼륨을 높여라'

  • 입력 2016.07.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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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륨을 높여라

                                                             (공증인가 법무법인 온누리 정진용 변호사)

한달전 쯤에 TV를 켰더니 음량이 평소보다 훨씬 적어져 있었다. “드디어 내 앰프가 고장 났구나. 언제 이걸 들고 수리점에 가지?” 라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그런데 블루레이나 CD 타이틀은 평소와 같은 음량을 내고 있었다. 내 앰프의 문제는 아닌 것이었다.

방송사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싶어 검색을 해 보았더니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디지털 방송의 표준 음량을 정하여 방송사에게 준수를 요구하였다는 것이다. 근거법령은 방송법 제70조의 2와 디지털텔레비전방송프로그램음량등에관한기준(미래창조과학부고시 제2014-87호)라고 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음량이 커지면 사람들은 음질이 좋다고 느끼게 된다.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고 희미하게 들리던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어느 음반 제작자가 이러한 점을 간파하고 음량을 키워 녹음을 하였더니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러자 경쟁사가 음량을 더 키워 녹음해 음반을 발매한 것이다. 이렇게 음반사 마다 경쟁적으로 음량을 키운 것이다. 이를 “볼륨전쟁”이라고 한다. 20세기에 발매된 음반과 최근에 발매된 음반을 비교하여 들어 보면 최근에 발매된 음반의 음량이 훨씬 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필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표준음량을, 그것도 적게 정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그 이유는 첫째, 음량은 소비자가 정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음량이 커 소란스럽거나 지나치게 음량이 작아 집중하기 힘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도태될 것이다.

어쩌면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표준음량을 정하기 전의 음량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던 음량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TV 프로그램이 해외로도 수출되고 있는데 이 음량 그대로 수출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만약 아니라면 국민과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 아닌가.

둘째, 음량은 제작자가 정하는 것이고 음량도 TV라는 예술의 일부이다. 어느 지휘자가 감정의 흐름에 따라 음량을 조절하여 가며 지휘하고 있는데 국가가 표준음량을 준수하라고 하면 그 지위자 다른 나라로 망명할 것이다. TV라고 하여 무엇이 다르겠는가.

셋째,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화질은 UHD까지에 이른 상황에서 음질과 관련 있는 음량은 오히려 줄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비싼 블루레이 타이틀 샀는데 음량은 적게 해서 감상해야 된다면 기분 나겠는가.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일부는 “네가 볼륨을 높여서 들으세요”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는 TV외에 블루레이와 CD플레이어를 앰프에 연결하여 듣는다. 예전에는 TV음량이 블루레이나 CD 타이틀에 비하여 조금 적은 정도였으나 지금은 현저히 적다. 따라서 TV를 감상하려고 앰프의 볼륨을 한껏 높여 놓았다가 무심코 블루레이나 CD플레이어를 재생시키는 순간 심장이 터질 듯한 굉음을 맛보게 된다.

글을 쓰다 보니 한 번 소송을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의뢰인들이 맞겨 놓은 소송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 필자가 볼륨을 잘 조절해 들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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