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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 이야기 57

  • 입력 2020.07.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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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는 폭염사회를 대비해야 한다

올여름 더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기사를 보니 평년 평균 폭염일수가 9.8일인 데 비해서 올해는 20일에서 25일이나 된다고 한다. 2016년에 21.4일이었으니 4년 전 상황과 비슷하다. 가장 심각한 해는 2년 전인 2018년이었다. 더위가 절정이던 그해 8월 1일, 오후 홍천의 기온이 41도까지 올라가 1942년 대구에서 관측된 40도를 뛰어넘었다. 폭염 일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대구의 기록이 강원도 홍천에 의해 깨진 것이었다.

이 해에는 폭염일 수가 31.4일이었고, 5월에 이미 30도가 넘기 시작하였으니 우리나라에서 이번 세기에서 심각한 폭염 현상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서울은 39.6도까지 올라갔고, 이 온도는 1907년 기상 관측 이후 111년 만에 최고였다. 한 TV 방송사 기자는 “111년 만에 가장 더웠던 여름, 우리도 ‘폭염사회’”이라고 했다. 때마침 지난번 연재에서 소개한 책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의 저자 에릭 클라이넨버그가 저술한 ‘폭염사회(Heat Wave)’가 번역 소개되어 눈길을 끈 해여서 더 주목받았다.

그래서 폭염사회가 일상이 될 줄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처음으로 엄습한 시점이었다. 올해는 그만은 하지 않더라도 평균이 두 배가 넘는다고 하니 걱정이 앞서고, 이 년 전과 마찬가지로 폭염사회로 이미 진입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다시 퍼져 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 폭염이 코로나 문제와 비슷하게 사회적 문제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즉 사회적 약자나 저소득층 그리고 노인들에게 더 충격적이어서 두 문제가 고위험군이 정확하게 겹친다.

책 ‘폭염사회’는 출판사 소개 글과 저자의 이전 도서에 따르면 1995년 7월, 시카고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739명이나 사망한 참사에 관한 사회적 고찰을 담았다. 41도까지 올라간 기온이 일주일간 지속하자 참사가 벌어졌다. 앞서 말한 대로 그 희생자는 대부분 노인, 빈곤층, 일인 가구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작가는 당시 치명적인 무더위에 따른 죽음을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적 비극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정치적 실패로 규정하였다. 오랫동안 직접 조사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망이 사회 불평등의 결과라고도 진단하였다. 특히 정부의 폭염 사태에 대해 부인과 침묵의 태도는 폭염 당시에 재난에 긴급히 대처해야 할 공공 기관의 대응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 나아가 폭염 이후에도 재난 당시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와 분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저자는 취약계층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극단의 도시에 나타날 디스토피아 적 징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에서 일어나는 코로나 감염증에 대한 공공 대처의 부실과 결과 부인 등으로 엄청난 피해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면서 저자의 우려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부터는 폭염 온도를 정하는데 최고기온이 아니라 체감온도로 바뀌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작년까지는 기온만 가지고 폭염 특보를 발령했는데 문제는 2018년 같은 경우 기온이 낮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온열 질환자들이 발생했던 곳이 습기가 높은 곳이었다. 습도를 고려한 기준이 피해를 줄일 수도 있고 국민의 체감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당국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폭염은 특별히 더운 날씨가 연속될 때 쓰이는 용어로 천재지변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뿐 아니라 농업 등 산업에도 큰 피해를 주기도 한다. 열과 햇빛에 과하게 노출되면 인체를 과열시켜 위험을 초래한다. 에어컨 사용 증가 등으로 전기를 과하게 사용하여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를 파생하기도 한다. 사전적으로 폭염은 ‘나라마다 다르게 정의되는데, 이는 기후대에 따라 사람의 적응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의는 절대적 기준과 상대적 기준이 있어 이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의 경우 ’한낮의 일 최고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날이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폭염주의보’를, 섭씨 35도 이상으로 2일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때, '폭염 경보'를 발령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여름철에 극심한 고온의 날씨가 나타날 확률을 높여 폭염으로 인한 위험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불볕더위인 폭염은 미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기상 현상으로 보고 있다. 1992년과 2001년 사이에 미국의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은 2,190명으로, 홍수로 인한 880명, 허리케인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50명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미국의 열과 연계된 평균 연간 사망자 수는 약 400명에 달하고 미국 역사상 최악의 1995년 시카고 폭염은 7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우리나라도 매년 온열 질환자는 수천 명이 되고 2018년에는 48명이 사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과소 보고된 것일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희생자들이 대부분 병약자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어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 피해는 도시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도시의 고온 현상을 가중하여 도시 기온이 교외 지역에 비교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인 도시 열섬(urban heat island, UHI)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도시 열섬 강도는 도시 지역과 교외 지역의 기온 차이로 정의하는데 야간에 강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원인으로는 도시의 어두운 표면은 태양 복사를 훨씬 더 많이 흡수하여 낮에는 교외와 농촌 지역보다 더 많이 가열되는 까닭이다. 다른 원인은 도시 지역 내의 고층 건물은 햇빛의 반사와 흡수가 되는 다중 표면을 제공하여 도시 지역의 난방 효과를 높인다. 이것을 "도시 협곡 효과"라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도시에서도 폭염으로 인하여 큰 피해를 보기 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는 많은 지방 정부가 나무와 조경 법령을 시행하여 여름 동안 그늘을 제공함으로써 온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안산시도 ‘숲의 도시’를 표방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경기도에서 폭염일수 순위 13위에서 1위로 올라섰었다. 또 녹색 건축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열섬 효과를 완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책을 수행할 때 사회적 약자를 고려해야 하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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