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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이야기 66

  • 입력 2020.12.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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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의 친환경 도시, 빈

 

“빈, 빈, 너만이 언제나 내 꿈의 도시가 되리”라는 가사로 잘 알려진 ‘루돌프 시에친스키(Rudolf Sieczynski)’의 곡 ‘빈, 내 꿈의 도시여(Wien, du Stadt meiner Träume)’에서 처럼 필자에겐 빈은 늘 꿈의 도시처럼 여겨졌다. 왠지 그 이유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한때는 음악의 도시로만 알고 있었고, 또 그다음에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과 ‘비엔나커피’로 오스트리아와 수도 빈을 이해했다.

그리곤 늘 착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화 속 풍경이 있는 나라와 도시로 이미지가 굳어졌었다. 한참 후 첫 빈 방문에서 과거 한국에서 고급 커피로 인기가 있었던 비엔나커피가 마부들이 마시던 아인슈패너 커피(Einspanner coffee)라는 것을 알고 환상은 조금 사라졌었다. 그렇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도시이면서 문화·예술이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룬 안전한 도시임을 알게 되었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니 빈은 다른 도시들이 부러워할 만한 장점이 수두룩하여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도시가 되었다.

한 해에 열리는 크고 작은 음악 콘서트만 1만 5천 건 이상이 있고, 모차르트 하우스와 빈 소년 합창단이 있으니 음악의 도시라 해도 무방하다. 또 다양한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으며, 그 수가 100여 개에 달한다. 이곳에서 활동한 미술 대가로 구스타프 클림트, 피터르 브뤼헐, 에곤 실레 등 화가들의 최고의 작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세계문화유산 도시에는 합스부르크제국 시절의 건물과 분위기가 남아 있어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27개의 궁전과 163개의 저택은 도시의 오랜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빈은 미식가의 천국이다. 유럽 각지로부터 다양한 민족이 유입되면서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요리와 디저트가 함께 전파되어 고급스럽게 자리잡았다. 커피도 세계 으뜸임을 자랑한다.

이런 문화적인 배경 속에서 빈은 항상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도시’로 인정받고 있다. 도시를 평가하여 순위를 매기는 어떤 기관에서도 빈은 항상 10권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머서(Mercer)의 순위에서는 지난 10년간 줄곧 1위를 고수하였다. 올핸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greenest city)로 뽑히기까지 하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환경에 더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적인 삶에 관해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때마침 유명 도시 평가기관인 레소넌스 컨설턴시(Resonance Consultancy)가 2020년 지구의 날 5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를 선정하고 코비드-19 이후 도시가 지향해야 할 모범 사례로 제공하려 하였다. 레소넌스는 이전에 ‘최고로 살기 좋은 도시(Best Cities)’ 선정 방법을 사용하여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한 50개 도시 (여행 웹사이트인 트립 어드바이저, Tripadvisor, 리뷰 총수 기준)를 조사하여 가장 친환경적인 도시를 평가하였다.

 

 

어떤 도시가 더 녹색 미래(a greener future)를 선도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의 아홉 개 분야의 데이터로 평가하였다.  공공녹지 비율 /  전체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 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인구 비율 /  대기오염 수준 /  1인당 물 소비 /  보행환경 /  도시 전체에서 재활용 정도 /  도시 전체에서 퇴비화 가용성 /  농부들의 직매장 수 등이다. 놀랍게도 빈에는 도시 안에 800여 개의 농장이 있다.

실제로 생산하는 오이의 양이 나머지 국토의 수확량보다 훨씬 많다. 가지와 파슬리, 토마토, 고추 또한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700여 명의 도시 양봉업자들이 6천여 개 이상의 벌통 군을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지 빈산 벌꿀을 맛볼 수도 있다.

빈시는 오래된 도시이면서도 새로운 개념의 도시 계획을 받아들여 도시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켰다. 도시 인구의 거의 절반이 연간 교통 패스를 소지하고 대중교통의 유럽 기준이 되도록 좋은 정책을 만들고 실행했다. 1천 4백 ㎞에 달하는 자전거길과 전용 도로, 한산한 거리를 달리는 자전거 루트는 이 도시의 자랑거리이다.

이 ‘시티바이크(Citybike)’는 도시 전역에 퍼져있는 121개의 자전거 정거장을 통해 이용할 수 있어 여행객들이 여유롭게 도시를 구경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고 아름다운 화단과 장미 정원, 잔디밭, 가로수길은 빈 시민들이 좋아하는 공원의 핵심 요소다. 빈은 990여 개가 넘는 공립 공원을 가지고 있으며, 시의 조경사업부는 거의 50만 그루의 나무를 관리한다.

위에서 언급된 여러 가지 특성만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다음의 다섯 가지를 그 대표적인 이유로 들었다.

1) 가까운 녹지 공간, 도시 중심에서부터 15분이면 도나우 섬과 같은 빈의 휴양지에 닿을 수 있다. 빈 숲과 도나우 습지 덕분에 잔디밭과 공원, 포도밭, 숲, 들판, 정원과 같은 녹지 공간이 빈 총면적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2)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대중교통, 주말이면 지하철이 밤새도록 운영한다. 시민들은 전차와 버스, 지하철을 좋아한다. 빈은 연간 연인원 9억 6천6백만 명이 162개의 대중교통 노선을 이용한다. 출근할 때 73%는 대중교통, 44%는 도보, 13%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오직 33%만이 자동차를 이용한다.

3) 수도꼭지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생수는 바로 마실 수 있다. 식수는 알프스에서 송수로를 통해서 온다.

4) 거리와 공원, 광장은 아주 깨끗하다. 쓰레기 수거와 청소 작업이 순조롭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5) 마음을 느긋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빈에서는 무엇이든 서두르는 법이 없이 항상 느긋하고 ‘평안(gemütlichkeit)’하다. 이 도시를 보면서 도시의 미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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