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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봄은 왔는데 봄 같지가 않다.(春來不似春)

  • 입력 2022.03.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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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왔는데 봄 같지가 않다.(春來不似春)

 

개구리가 놀라 깬다는 경칩이 지난 다음 날 그동안 꽁공 얼어있던 집 앞 안산천 하류가 녹아 본연의 푸른 물결을 뽐내고 집안의 식물들도 기지개를 펴면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자연의 기운은 이렇게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아직은 봄이 오지 않은 것 같다. 경칩이 지난 이틀 후 필자는 인터넷 속보에 눈을 의심하고 가슴이 내려 앉았다. 바로 수암봉 자락의 산불발생이었다.

필자는 평소 등산으로 건강관리를 해오고 있는데 특히 수암봉을 즐겨 찾는다. 많은 코스중에서도 동막골에서 오르는 코스는 계절별로 색다른 울창한 숲과 나무사이를 돌아 돌아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더 없이 좋다. 그래서 평소 풀 한 포기 나뭇잎 한 장도 다칠까봐 조심히 다녔다. 그런 휴식처가화마(火魔)로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을 뉴스를 통해 보면서 필자의 가슴도 타들어 간다. 春來不似春이다...

5천년 역사의 소중한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출사표(出師表)를 던진 사람들은 연일 사나운 맹수처럼 으르렁거리고 상대진영을 찌르는 날카로운 칼을 쉬지 않고 휘두른다. 국민들이 피땀흘려 낸 세금을 자기 주머니 돈 인양 이곳저곳 마음대로 퍼주겠다고 서민들의 한 표를 유혹하지만 그런 말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선의로 포장이 되어 있다.’는 것 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해학과 위트는 고사하고 작은 미소조차 보이지 않는 이런 사람들이 과연 우리 모두의 꿈인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을까? 필자는 솔직히 처음부터 기대를 포기했지만 한 가닥 희망이 있다면 그를 보좌할 인물 중에 과연 충신(忠臣)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이다. 선조는 무능하고 어리석었지만 충신 이순신이 있었던 것처럼...사후 제갈량이 남긴 재산이 뽕나무 밭 6백여평이 전부였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지금 투표로 선출될 누군가 보다는 솔직히 말해 충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공무원 초임시절 귀가 따갑게 듣은 말이 있었다. 출필고 반필면(出必告 反必面) 나갈 때는 반드시 고하고 돌아와서는 얼굴을 보여야 한다는 뜻이다. 공직자의 본분은 자고로 정위치(定位置)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들이 세금으로 봉급을 주는 것이다. 특히 선거와 같은 모든 국민들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업무를 수행 할 때는 주무 부처인 선관위 공무원은 물론이고 지자체 거의 모든 공무원이 아주 사소한 실수라도 방지코자 비상사태처럼 업무를 수행한다.

투표함을 옮길 때는 무장한 경찰관의 호위가 필수이고 새벽 4시까지 뜬 눈으로 꼬박 투표함을 지킨 경험이 필자에게는 수없이 많다. 흔히 말하는 군사정권 때도 그렇게 했다. 필자도 사전투표로 주권행사를 했다. 투표장은 어수선했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심지어 짜증을 내기도 했다. 투표장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유권자들은 다시 1층으로 내려가서 대기 줄에 서야 했다. 연로하신 분들도.. 필자가 그동안 수없이 수행해왔던 투표업무의 시스템이란게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날 선거사무의 총책임자인 선관위원장은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뉴스를 접하고서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과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뉴스가 맞는가? 마치 아프리카 밀림의 어느 나라 뉴스처럼 들렸다. 아니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낮 투표소 혼란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세상일이란게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겠냐마는, 새삼 필자가 그동안 낸 세금이 아깝다 .

고전에 이르길, ‘관리는 벼슬의 지위가 올라가면 게을러 지고 게으름은 더 큰 재앙을 불러온다.’(官怠於宦成)..(중략).. 게으름은 더 큰 재앙을 불러 온다.(禍生於懈惰) 무릇 나라의 녹(祿)을 먹는 사람들이 새겨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2022.3.7. 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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