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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은퇴자의 부채(負債)

  • 입력 2022.03.3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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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은퇴자의 부채(負債)

 

필자는 늘 우리사회에 갚아야 할 부채의식(負債意識)을 갖고 있다. 무노동 유임금(無勞動 有賃金)은 아니지만 어쨌든 공직이라는 안정된 배경으로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필자도 적지 않은 공부를 하면서 비교적 무난(無難)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필자가 받은 급여나 교육훈련비 등은 온전히 시민들의 피땀흘려 낸 세금인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고 생각하니 언젠가는 그 빚을 갚는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시작한 것이 교육봉사다.

따라서 퇴직 전부터 야간에 안산용신학교에서 교육봉사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가르친다는 것은 곧 공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용신학교의 한 교사의 말처럼 한 시간을 수업하기 위해 두세 시간을 공부한다고 하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필자는 부족한 공부를 위해 은퇴후 중국유학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포기하고 대신 가성비 좋은 교욱기관인 안산시여성비전센터에서 2년간 인문학관련 공부를 해오고 있다.

필자가 교수하는 과목은 한문이다. 한자교욱의 중요성에 대하여는 굳이 깊이 논하지 않더라도 한국어의 70%는 한자어이다. 따라서 독해력(讀解力)을 향상시키는데 필수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사물을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고 바른 인성을 갖게하여 사리(事理)를 분별하고 정서적 안정을 준다, 또한 영어와 함께 세계공용어가 되어가고 있는 중국어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평일 낮 공원에서 산책이라도 하다 보면 필자와 같은 장년층을 많이 보게 된다. 공원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곳곳에 은퇴족들이 넘쳐나고 있다. 과거 같으면 노년으로 어른 대우를 받으며 여생(餘生)을 즐기겠지만 지금은 ‘60청춘’이란 말처럼 전혀 그렇지 않다. 은퇴란 많은 자기시간을 갖게되는 것을 의미함을 알았다.

퇴직한 다음 날 부터 모든 시간이 직장의 네비게이션에서 내자신의 네비게이션이 되는 것이다. 필자도 1주일을 마치 휴가와 같은 꿀빠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서서히 직장이 그리워지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다. 어느 날은 직장에서 일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2주간을 이렇게 보내고 3주째 도서관에 초등학생들을 위한 한자교실을 열고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20명의 학생들을 두 개반으로 나눠 수준별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학생들의 습득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6개월 내에 공인3급 수준의 시험에 합격시키는 것이 필자의 목표였고 일부 학생은 그 이상의 도전도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도서관 운영이 제한 됨에 따라 한자교실이 잠정 폐강되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시 필자는 학생들의 집이라도 찾아가서 지도해 주고 싶었지만 코로나는 허용치 않았다.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한자교실 운영이 재개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안산시에 재직시 혁신교육의 실무책임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핵심은 교육을 학교의 의무와 책임에서 사회전체의 의무와 책임으로 확장한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아이들 교육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많은 것이 현실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즘 은퇴한 베이비부머의 세대는 한자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교수방법만 교육하면 아이들에게 한자를 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산시는 다른 도시보다 크고 작은 도서관이 많다. 그곳에서 은퇴한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에게 한자나 독서지도 등 기초학력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시키는 것도 어려운 교육현실을 극복하고 은퇴자들의 사회기여를 하는데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선다.’ 는 해외속담은 안산시 현신교육 도입의 슬로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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