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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전쟁과 피난'…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난민 박마리나씨 이야기

  • 입력 2022.06.19 16:39
  • 수정 2022.06.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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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두 번 겪은 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난민 박마리나씨. © 뉴스1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우크라이나인이면서 고려인인 박마리나씨(37)는 벌써 두 번의 전쟁을 겪었다.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살았던 2014년 돈바스 내전이 시작됐다.

전쟁이 두려웠던 박마리나씨는 도네츠크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수도 키이우로 이사했다. 전쟁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을 무렵 또 한번 전쟁이 발발했다. 지난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다. 그날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나흘 뒤부터 거리에 총을 든 사람과 탱크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이렌이 울리면 지하대피소로 가야 했다. 대개 1~2시간 만에 대피소에서 나왔는데, 어느 날 이틀 동안 대피소에 머물러야 했다. 너무나 무서웠다. 박씨는 피난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딸을 데리고 5㎞ 넘게 걸어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역에 도착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 이모와 사촌 언니가 사는 한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어릴 때 할머니가 한국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주셔서, 언젠가는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한국에 가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피난을 떠나기 전까지 한국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아서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폴란드에서 한 달간 머무르며 비자를 발급받았고, 지난 5월 4일 가족과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 현재 생계비를 지원받으며 경기도의 한 도시에 살고 있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지난 18일 수원시청 중회의실서 개최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난민 토크 콘서트- 전쟁과 피난'에서 지난 몇 달간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던 박마리나씨는 눈물을 흘렸다.

박씨는 "부모님이 우크라이나 중부지방에 살고 계셔서, 그래도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난 화요일에 연락했을 때 전투기가 마을을 폭격했다고 말씀하셨다"며 "나도 알고 있는 이웃이 돌아가셨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동포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동포들이 한국으로 피난 올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유문종 수원시 제2부시장의 인사말, '끝나지 않은 유랑-우크라이나 고려인의 전쟁과 피난'을 주제로 한 채예진 대한고려인협회 부회장의 강연과 박마리나씨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유문종 부시장은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는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고 관심을 부탁했다.

채예진 부회장은 "우크라이나 동포(고려인)들은 폴란드, 루마니아 등 주변국을 비롯해 유럽 각지로 피난을 떠나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으로 피난 오는 동포도 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난 17일까지 시민을 대상으로 국내에 피난 온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과 생필품을 모금했다.

협의회는 시민들이 후원한 기금 200만 원과 후원 물품을 이날 고려인지원단체 사단법인 '너머'에 전달한다.

고려인(高麗人)은 1860년 무렵부터 광복 전까지 농업 이민, 항일독립운동, 강제 동원 등으로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지역에 이주한 이들과 그들의 친족을 이르는 말이다.

우즈베키스탄에 17만 6000명, 러시아에 16만 8000여명 등 구소련 국가에 49만여 명이 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고려인 1만 35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2022년 4월 현재 국내에 고려인 8만 15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그중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은 259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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