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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선 칼럼] 궁즉변통(窮則變通)

  • 입력 2022.08.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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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즉변통(窮則變通)

 

우리나라 전철 중 최장(最長)이라는 ‘수인분당선’ 개통 이후 두 가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동수원서소래’, 즉 동쪽으로는 수원역, 서쪽으로는 소래포구로 사람들이 쏠리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곳들에 비해 한 때 ‘이주민들의 강남’이란 명성으로 그동안 휴일이면 밀려오는 인파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 안산시 다문화특구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수인선의 중간에 위치한 안산시 다문화특구는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들의 밀집주거지로 이방인들과 선주민이 만든 독특한 문화로 인하여 우리나라 이주민 역사와 문화의 산실(産室)이자 가장 모범적인 모델로 꼽혀온 게 사실이지만 반월·시화 산업단지의 불황과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이주민들은 속속 빠져나가고 자영업자들은 옛날이 그립다고들 말하고 있다. 냉철하게 들여다보면 정부에서 다문화특구로 지정된 2009년이나 지금이나 변한 건 별로 없다. 13년이란 시계가 멈춰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초복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던 7월 17일 한낮 안산시 다문화 거리의 중심 다문화광장에서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800여 명의 시민이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5만여 조선족 동포들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안산귀환동포연합회가 주최한 ‘제3회동포한마음축제’의 각종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행사장 다른 한쪽에서는 봉사자들이 짜장면과 과일을 담은 쟁반을 열심히 행사장의 어르신 등 시민들에게 나르고 있었다. 준비한 500인분의 짜장면과 과일은 한 시간 만에 모두 소진되었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김채화 회장은 예상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준비한 식사량이 다소 부족하여 죄송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면서 다음에는 1000그릇을 준비해 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제2의 김채화 제3의 김채화가 나와야 한다. 이런 게 원곡동 안산시 다문화특구의 힘이 아닐까?

다문화 거리에 드디어 훤칠한 키에 적당한 장발의 금발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버스커(Busker)가 등장했다. 관광지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버스커지만 유독 다문화거리에서는 볼 수가 없었던 버스커의 등장을 보고 필자의 가슴은 뛰었다. 얼마나 기다렸던 문화콘텐츠였던가! 이제 각국의 특색을 갖춘 제2, 제3....의 버스커가 등장할 수 있도록 그 싹을 소중하게 지켜봐야 한다. 기왕이면 세계각국의 독특한 의상에 춤도 선보이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버스커의 등장은 다문화거리의 문화를 상시(常時)축제로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노래를 좋아하는 나라 사람들에겐 노래할 수 있도록, 춤을 좋아하는 나라 사람들에겐 춤을 출 수 있도록 해주자. 본성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이다. 다양한 먹거리와 어우러진 버스킹은 기반시설이 절대 부족한 안산시 다문화특구에 가뭄 속의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소프프웨어가 답이다. 그렇다. 하드웨어는 절대 부족하니 소프트웨어로 승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임영상 교수는 용신 주민아카데미에서의 강의를 통해 안산시 다문화특구에 전시 등 문화적 공간이 부족하다며 확충의 필요성을 유독 강조하였다. 필자가 지난번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안산역 상가의 공실을 이주민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꾸며보자. 규모가 큰 식당에도 업주와 협의하여 공간을 활용하고 전시물을 꾸며보자. 어두컴컴한 안산역 지하차도도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기왕에 몇 가지 더 제언하자면 국도비를 지원받고도 수년째 공사를 미루고 있는 노인복지관건립 이라든가, 주차난 해소를 위한 부부로 빌딩식 주차장 건립, ‘안산역’ 지하도의 에스컬레이터 설치는 다문화특구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또한 외국인지원본부 건물과 원곡동주민센터 건물을 연결하여 다문화 커뮤니티 공간을 확충하고 하부 공간은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시민과 함께 자유로운 혁신도시 안산’을 새로운 시정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도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맞다. 이젠 안산이 변해야 산다. 그 시작은 다문화특구가 되어야 한다. 변변한 도시 랜드마크가 없는 안산시가 비교 우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래서 문화적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안산시는 과거 ‘시화호’로 인하여 도시 이미지가 저하되고 시민들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뼈아픈 교훈을 딛고 일어섰다. 제2의 시화호를 경계하면서, 필자가 자주 쓰는 한자 중에 ‘궁즉변통(窮則變通)’이란 말이 있다.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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