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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장기준 기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결론-국가차원 첫 진실규명

  • 입력 2022.10.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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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 피해자 인정 '신청인 166명 인정' . 미포함 신청자도 계속 조사 방침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 피해자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 피해자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대표적 아동 인권침해사건인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암매장 유해를 확인하고, 강제구금과 강제노동, 폭력, 사망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선감학원 폐원 40년 만에 국가 차원의 첫 진실규명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 결정문에서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은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다. 신청인 김영배 166명은 선감학원 피수용아동임이 확인되어 아동인권 침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피해자 한분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피해자 한분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굴 5기 봉분 모두서 암매장 유해 발굴

진실화해위원회는 신청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실지 조사의 일환으로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인 경기도 안산시 선감동 37-1에서 140~150개 봉분 중 30, 57, 71, 73, 755기를 지난 9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시굴을 진행했다.

시굴 결과, 5개 봉분 모두에서 유해의 일부인 치아 68개와 유품인 단추 6개를 발굴했다. 30호 봉분에서 치아 1757호에서 치아 5개와 백색단추 271호에서 치아 16개와 철제단추 3, 철제미상 173호에서 치아 10개와 철제단추 175호 봉분에서 앞니 3, 송곳니 4, 작은어금니 6, 어금니 7 등 치아 20개가 수습됐다.

시굴용역을 담당한 선사문화연구원은 조사 결과보고서에서 발굴 유해의 인류학적 조사를 통해, 확인된 암매장 유해는 모두 남성으로 15~18세로 추정했다. 유해는 가장 안정적인 구조인 치아머리(crown)의 에나멜만 남아 있고 뼈는 삭아서 없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뼈가 삭은 이유로는 뼈 조직이 약한 아동이고 이 지역 토양이 산이면서 강한 황토층인데다, 매장 후 40년 이상 지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습된 금속단추는 수용아동이 입었던 동복의 단추이며, 백색 4혈 단추는 하복의 단추로 확인했다. 봉분의 크기는 130cm~160cm에 불과해 수의가 아닌 평상복을 입은 대로, 웅크리거나 굽혀진 죽은 자세대로 머리는 북으로 향한 채 얕게 판 구덩이에 묻힌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시굴에 참여한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2017년 지표투과탐사레이더(GPR) 결과와 이번 시굴을 종합하면, 확인된 140~150 가운데 활개가 있거나 봉분이 큰 일반인 묘는 10여기 이하로 보인다라며 개개인 봉분마다 유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진단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 결정서에서 지속적으로 유골의 부식이 진행 중이고, 원아대장의 사망자 수에 비해 봉분이(140~150) 씬 많아서 신속한 유해 발굴을 통해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정근식 위원장과 김동연 도지사가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정근식 위원장과 김동연 도지사가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선감초 생활기록부 5명 추가 사망 확인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조사에서 선감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확보해 사망자 5명을 추가로 확인했다. 김 모 씨는 원아대장에는 197331일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퇴소일이나 퇴소 사유가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김 씨의 선감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197378일 오전 10시 학원 염전 저수지에서 익사로 인하여 자연 퇴학 되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선감학원 원아대장에는 사망자가 모두 24명으로 기록돼 있다. 이번 추가 사망자 확인을 통해 선감학원 아동 사망자는 총 29명이 된다. 전체 사망자 사유를 살펴보면 익사 14, 미기재 12, 병사 3명으로 나타났다. 익사는 대부분 섬에서 탈출하다 물에 빠져 죽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미기재도 35%나 된다.

원아대장 4,689명을 분석한 결과, 퇴소 사유 가운데 탈출은 824으로 무려 17.8%에 달했다. 굶주림과 폭력, 강제노동 등에 시달리던 원생 중 상당수가 섬에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선감도 주변 서해 갯벌 물살이 센데다 수심이 깊어 상당수 원생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조사에서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추가 사망자에 대한 진술과 이번 시굴에서 확인된 선감동 산37-1의 암매장 유해, 8백 명이 넘는 탈출자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사망자의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선감학원 관련 경기도 문서
선감학원 관련 경기도 문서

 

부랑아자의적 해석, 무차별 단속·수용

진실화해위원회는 경찰이 벌인 일제 단속과 선감학원 강제 수용이 상위법령의 위임근거가 없는 자의적 구금으로,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조치로써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1961년 제정된 아동복리법3조에 부랑아라는 용어가 등장했으나, 부랑아에 대한 법률적 정의가 내려진 바는 없고, 특정한 사회적 유형집단(부랑아)을 표적으로 삼아 이들을 자의적으로 수용하고 박해하는 행위는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위반과 국제법상 인도(人道)에 반한 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선감학원 아동들을 강제수용하고, 아동들의 인적 사항을 임의로 변경해 실종자가 발생하거나 가족관계와 원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사례도 확인했다.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망 피해자 원아대장
선감학원 인권침해 사망 피해자 원아대장

 

운영과정 총체적 인권침해강제노역

선감학원에서는 운영과정에서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벌어졌다. 섬에 강제구금된 채 강제노역, 폭행, 가혹행위, 성폭력과 과밀수용, 부실급식 등 다양한 인권침해가 발생했음이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선감학원 원생들은 밭농사, 논농사, 양잠, 축산, 염전 등 노역에 투입됐다. 아무런 보수 없이 아동으로서 견뎌내기 힘든 고강도 강제노역에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체벌목적의 단체기합과 폭행도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일명 원산폭격, 나룻배, 줄빠따, 한강철교, 비행기 등 단체기합으로 원생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했다. 특히 폭행은 기숙사의 사장, 반장은 물론 공무원들에 의해서도 자행됐다는 진술이 확보했다.

원생들의 기숙사는 과밀 수용으로 열악했다. 신청인 김 모 씨는 한 반에 30명이 지그재그로 누워서 잘 정도로 좁았다. 인간 취급을 못 받았다.”라고 밝혔다.

위원회에서는 이번에 원아의 당시 영양상태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당시 급식 관련 문서와 진술을 확보했다. 주식은 꽁보리밥, 강냉이밥이나 보리 9, 1 비율의 보리밥이었고, 1950년대에는 밀밥이 제공됐다는 진술도 있다. 입수한 1980년 급식 관련 문서를 보면 부식은 오이지, 단무지, 김치 등만이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식사량은 거의 모든 신청인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진술했는데 심지어 쥐와 뱀을 잡아먹고, 나무열매를 따먹기도 했다는 신청인들의 진술도 있었다.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 발굴 유해 및 유품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매장 추정지 발굴 유해 및 유품

 

피해자들, 퇴소 후에도 자살시도, 불면증

선감학원에 강제수용된 피해자들은 퇴소 후 현재까지 재희생자화(re-victimization), 정신 질환, 인지기능의 저하, 스트레스에 대한 비적응적 반응, 신체적 장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사건 신청인 중 99명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1%가 자살시도를 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수면장애 증상 등에 대한 설문에서는 불면증 35%, 악몽 30%, 신체적 통증 21% 86%가 고통을 호소했다.

선감학원에 대한 정신적고통의 종류를 묻는 복수 질문에는 선감 생각하면 괴로운 느낌’, ‘당시 기억하면 진땀’, 심장 두근거림등 신체적 반응과 우울하다’, ‘불안하다라고 답해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는 위헌·위법 정책책임, 경기도 관리·운영책임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는 권위주의 시기 위헌·위법적인 부랑아 정책의 시행으로 인해 선감학원 수용 아동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부랑아 정책 및 제도에 따라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부랑아로 지목한 불특정 아동을 법적 근거 없이 그리고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강제로 단속한 후, 선감학원에 강제 구금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란 결론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경기도는 1982년 선감학원 폐쇄 이전까지 선감학원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아동 인권침해사건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법률과 조례로 정한 목적에 맞게 운용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피수용아동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거나 방치한 책임을 분명히 했다.

경기도는 1957년 선감학원의 설치 및 보호수용의 근거가 되는 기도 선감학원 조례를 제정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구성원은 도지사가 조직하고 임명하는데 원장은 지방사회사무관이 맡았다.

도지사가 직종과 정원을 정하여 공무원을 두었으며 원장은 도지사의 명령을 받아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도록 했다. 조례는 1982폐지 때까지 총 7차례 개정되었는데, 조례에서도 수용 절차나 보호 기간 등 운영 방법에 대해 명시된 바가 없다.

경기도는 1951년부터 1982년까지 모두 10명의 선감학원 원장을 지방사회사무관으로 임명했으며, 관리 운영직원은 경기도 지방직 공무원으로 1953년에는 모두 10명이 공무원이 선감학원을 관리 운영했다. 19589, 19727, 폐원한 1982년에는 사무관 1, 주사 1명 등 6명을 파견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경기도가 아동시설을 섬이라는 단절된 곳에 격리함으로써 통제한 상태에서 아동들의 정신적, 신체적 피해와 사망사고 등의 심각한 문제를 파악하고서도 이를 방치한 점을 지적했다.

 

국가와 경기도의 사과 · 특별법 제정 등 권고

진실화해위원회는 부랑아 대책을 수립해 무분별한 단속정책을 주도한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와 부랑아 단속에 주체이었던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했던 경기도 등 이러한 총체적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다며 선감학원의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또 국가는 선감학원의 피해자들과 유족들에게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의 규모를 고려할 때, 국가는 특별법 제정 등 적절하고 합리적인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경기도가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조례 등을 제정해 역사관을 설치하는 등 피해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면서, 진실규명 결정과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조례의 신속하고 내실있는 이행을 촉구했다.

유해발굴과 관련해서는 국가와 경기도는 최근 진실화해위원회의 시굴을 통해 선감학원 수용아동들로 추정되는 유해와 유품이 확인된 만큼 유해매장 추정지 대한 유해발굴을 신속히 추진하고 적절한 추모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밖에 아동인권보호법 정비,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연구 및 치유프로그램 마련, 선감학원 유적지 보호사업,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과 관련된 역사기록의 수정과 추가조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해방 이후 부랑아 정책 일환으로 선감학원에서 벌어진 대규모 인권침해사건이라며 진실화해위원회는 집단수용 시설인 서산개척단 사건, 삼청교육대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과 같은 맥락에서 국가의 책임있는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한 국가의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번 사건 신청인 가운데 이번 진실규명에 포함되지 않은 23명과 추가 진실규명신청자들을 대상으로 계속 조사하고, 선감학원 수용자로 확인되면 피해자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범위는 항일독립운동 해외동포사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권위주의 통치시 인권침해·조작 의혹 사건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 그밖에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으로 진실화해위원회가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 등이다.

진실규명 신청은 올해 129일까지이다. 진실화해위원회와 17개 시청·도청과, 시청군청구청, 재외공관에서 우편이나 방문접수가 가능하다.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진실화해위원회 누리집(www.jinsil.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문의 전화 02-3393-9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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