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만추무락(晩秋無樂)

  • 입력 2022.11.09 17:53
  • 수정 2022.11.09 17:55
  • 댓글 0

 

 

                                 만추무락(晩秋無樂)

 

20221029일 주말의 밤 서울 이태원에서는 21세기 최고의 문명국가 반열에 올라있는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핼러윈데이(Halloween Day)를 즐기던 청춘(靑春)들이 어처구니 없는 대형 참사로 155명의 고귀한 목숨이 그것도 1020대 꽃몽우리 같은 딸과 아들들이 세상을 떠났다. 투데이 안산의 모든 임직원은 삼가 희생자들을 애도(哀悼)하며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로(慰勞)하고 정부와 우리사회가 이 역경을 극복하는데 함께하고자 한다.

우리는 2014416일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안전에 대한 제도와 의식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춰왔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테원참사 처럼 엄청난 인파가 일시에 몰리는 지점(地點)에 대한 사고예방 대비가 없었던 것은 아직도 우리가 행정적으로 시민의식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숙제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공직생활 할 때 전원종합관찰제란 일종의 간단한 현장보고 제도가 있었다. 공무원이 출장다닐 때 시민불편사항이나 위험요소 등을 눈에 보이는 대로 작성해 내면 해당부서에서 처리를 함으로써 민원을 사전에 예방하고 시민안전을 보호하는 사전(事前)행정시스템인데 작금의 행정현실을 보면 다시 시행 해 봄직하다. 안산은 녹지율이 전국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숲의 도시다. 집 근처에 공원이 하나 있으면 종합병원이 있는 것과도 같다고 한다.

공원이 주는 건강의 유익함 때문일 것이다. 안산의 대표적인 공원하면 호수공원이다. 물과 숲이 어우러진 만추풍광(晩秋風光)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거기다 더하여 다른 공원과는 다르게 동산(童山)이 조화를 이루며 온갖 수종(樹種)의 수목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동산에서 바라보는 서해황혼(西海黃昏)은 황홀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시사철 아름다움의 극치를 자랑하지만 특히 가을의 정취(情趣)는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하기 힘든 한 폭의 수채화와도 같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운동도 하고 사색을 즐긴다. 공원 중심부에 동산이 있고 야외핼스장이 있는데 기구가 모두 고물(古物)수준이다.

운동기구는 최초로 설치한 이후로 한 번도 교체를 안한 것 같다. 고장난 기구를 몇 번 수리를 하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방치되고 있다. 이곳에도 늘 안전사고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만추(晩秋), 유독 가을의 끝자락을 이렇게 부른다. 봄이 시집가는 새색시의 자태라면 만추는 귀품있게 고고(高古)한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姿態)처럼 자연은 절정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3년 만에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된 사람들은 국내외 어려운 경제상황과는 아랑곳하지 않고 산으로 들로 이 아름다운 계절의 끝자락을 즐기고 있다.

때맞춰서 지자체를 비롯한 각종단체들도 마치 백화점의 물건 진열하듯이 축제와 행사들을 일주일이 멀다하고 내놓고 있다. 행정의 일선 공무원들은 각종 행사의 인원 참석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없으니 정작 본연의 업무는 뒷전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속담처럼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란 사자성어가 있다. 글자 그대로 좋은 일에는 마귀처럼 방해와 훼방이 많다는 뜻이다. 어떤 축제든 인파가 많이 모이는 행사에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을 경계하고 디테일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2300여년 전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에 말하길 세상에 진짜 즐거움이 있기는 할까?

세상 사람들이 마치 죽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떼를 지어 달려가듯 하는 것이 진정한 즐거움인지 나는 모르겠다. 즐거움을 추구하지 않을 때 나는 즐겁다. 이른바 지락무락(至樂無樂)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너무 들떠 있는 것 같다. 좀 더 차분하고 유유자적(悠悠自適)하듯 이 아름다운 만추(晩秋)를 즐겼으면 한다. 필자는 만추무락(晩秋無樂)이 유락(唯樂)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