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無價之寶(무가지보)

  • 입력 2022.11.24 15:45
  • 댓글 0

 

 

無價之寶(무가지보)

2022.11.21 수원컨벤션센터에서는 경기도평생학습진흥원에서 주최한 2022년 경기도민주마을만들기사업 발표 공유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는 경기도내 10개 기관단체에서 공모에 의해 선정된 의제를 3개월여 동안 리빙랩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한 내용과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안산에서는 안산용신학교가 지역의 현안인 이주 배경 청소년의 정체성 회복을 의제로 하여 5명의 다문화청소년을 멘티로 선정하고 그들을 5명의 멘토(용신학교교사 등)를 통해 학습지원과 정서적 지지 등을 지도함으로서 다문화 청소년 교육에 대한 새로운 활로를 찾은 내용을 발표하여 대상(大賞)격인 지속가능발전상을 수상하였다. 다른 기관 단체들도 모두 의미있는 성과들을 도출하였지만 안산용신학교의 이주배경 청소년의 당당한 우리사회의 일원으로서 성장을 지원하는 함께해요 멘-프로젝트가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그 만큼 이 문제가 절박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물론 이 프로젝트에 자원해 참여하여 안산시 관내 S중학교 2학년인 S군을 만나게 되었다. S는 동남아시아에서 결혼 이주 여성인 엄마와 노동자인 아버지 그리고 조부모와 함께 사는 단란한 가정의 청소년이었다. 그러나 또래의 다른 학생들처럼 학원에도 못가고 과외수업은 더더욱 엄두도 못내는 가정 형편이었다. 필자는 S를 세 번 만나 약 6시간을 함께 보냈다.

S는 한국어가 모국어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의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우선 S와 함께 독서를 함으로써 S의 어휘능력의 확장을 도왔다.

또한 우리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관용어 속담도 퀴즈풀이 형식으로 학습토록 하였고, 고사성어도 엄선하여 25쪽을 함께 읽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읽을 때는 S에게 왕자처럼 연기를 한 번 해보게 하여 감정이입을 도왔다. 영어는 교과서 대신에 청소년 영어 명언을 읽게 하여 확고한 신념과 목표를 세울 수 있는 동기부여에 초점을 두었다. S는 멘토링 종료 후에 다른 선생님과의 인터뷰에서 필자와 함께 했던 멘토링 수업에 대해 너무 편안하게 해주시고 자세하게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필자는 S와 문자로 소식을 주고받고 있고 멘토링에 참여했던 다른 교사들도 연락을 계속 주고받고 있다. 안산용신학교 K교사는 고교생의 멘토를 하였는데 수학문제를 매일 5문제를 풀라는 멘티 과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꼭 새벽 2시에 문자가 오기 때문에 수학문제 풀이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고충 아닌 고충도 겪고 있다고 한다.

S와 같은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첫째 한국어가 아직 미숙하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는 부모중의 한 쪽이(대부분이 엄마) 결혼이주로 국내에 정착하였기 때문에 가정에서부터 이른바 밥상머리 대화의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둘째는 언어와 문자해득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과수업과 학력이 저조한 편이다. 셋째 대화의 부족과 공부에 대한 흥미부족은 자신감의 결여로 연결되어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부터 3D업종을 중심으로 반월·시화공단에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유입되었고 현재는 식당 등 각종 서비스업 분야에도 외국인 근로자들 없이는 우리 경제는 하루도 작동하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그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이 청소년이 되어가고 있으나 그들이 우리 사회에 꿈과 희망을 갖고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사회가 그들을 위해 할 일은 어떤 일이 있는가? 안산시 등 관계당국에서는 다문화 청소년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어떤 정책수단을 집행하고 있고, 앞으로 할 일은 어떤 일이 있는가?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되었다.

안산이란 도시는 자타가 공인하는 다문화선진도시다. 전국에서 유일한 다문화특구가 있고 국()단위 특수조직이 있다. 과거에는 지자체는 물론이고 중앙정부도 안산시의 다문화 정책을 벤치마킹하여 업무계획에 반영하였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고전에 무가지보(勤爲無價之寶)란 말이 있는데 값으로 메길 수 없는 보물이란 뜻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다문화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이야 말로 현실적인 무가지보(無價之寶)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