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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선 칼럼] 반면교사(反面敎師)

  • 입력 2023.03.0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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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한국어교사/안산용신학교 교사
문해.한국어교사/안산용신학교 교사

 

 

반면교사(反面敎師)

 

고대 로마사를 보면, 기원전 3세기 중엽 고대 로마의 공화정을 이끈 정치가 중에 푸블리우스 코르넬리우스 스키피오(약칭 스키피오)란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 스키피오는 원로원으로부터 로마 최초로구국의 영웅’,‘아프리카누스(아프리카정복자)’란 영예의 칭호가 부여되었으니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의 당대 최고의 위인(偉人)이라고 할 만하다.

스키피오는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의 로마 침공으로 촉발된 2차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풍전등화와도 같던 조국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에스파냐와 시리아 등을 제압함으로써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스키피오는 로마 정계의 최고위직인 집정관에 올랐다. 하지만 스키피오는 호민관으로부터 전쟁에 집행한 예산 중에 500달란트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원로원에 고발된다.

스키피오는 탄핵위기에 몰리게 되고 로마 정계는 양분되었다. 로마의 귀족 출신으로 아버지와 숙부까지 한니발군에 잃은 카스피오로서는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명예를 목숨보다 중히 여기던 스키피오의 선택은 모든 관직을 내려놓고 로마를 떠나 지중해 섬에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여생을 끝내는 것이었다. 스키피오의 500달란트 행방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만에 진실이 밝혀졌는데, 시리아전쟁 후 함께 참전했던 형루키우스)이 승전기념파티 회식비로 지출했다는 것이었다. 스키피오의 회계범죄혐의는 누명을 벗었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국회체포동의안이 139138이라는 투표결과가 말해주듯 가까스로 부결되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출신이다.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 회자된 그의 캐릭터는 남다른 결단과 추진력 그리고 능수능란한 임기응변이었던 것 같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의 이재명 대표가 맞붙었을 때 필자는 지중해의 패권을 놓고 로마의 스키피오와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격돌한 2차 포에니 전쟁으로 생각했었다. 한마디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전쟁이란 뜻이었다.

대통령선거에서 패한 이재명 대표는 여의도에 입성한 후 주마가편(走馬加鞭), 파죽지세(破竹之勢)로 거대 제1야당 대표가 되어 자신에 대한 전장(戰場)을 여의도로 옮기는데 성공하고 여론 조사에서는 차기의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까지가 이재명 대표의 방패전략이 아닐까 한다. 역시 비범한 인물임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

필자는 그동안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TV뉴스 등 언론을 접하면서 몇 가지 장면이 각인(刻印)되어 있는데, ‘시장이 친필서명으로 결재한 문서’,‘압수수색을 피해 건물 밖으로 내던져지는 휴대폰.’‘참고인으로 거론된 사람의 극단적 선택이다. 그리고 압권은 조사받으러 검찰청으로 향하는이재명 대표의 모습은 일반인들의 상식을 뒤엎는 대범함의 극치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그가 한 말 중에 정적 죽이기’‘야당탄압’‘누가 도망이라도 간답니까?’‘신작소설등이 있는데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각인된 장면을 해명(解明)하기에는 연관성이 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 같다.

필자가 하위직 공무원 시절이던 1995년 지자체장 선거를 변곡점으로 조직의 의사결정은 상의하달(Top Down)방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 관선 지자체장의 실무진의 합법성 검토를 시작으로 하는 하의상달(下意上達) 방식을 매우 중시하였다. 하지만 임기가 정해져 있는 민선 지자체장은 자신의 치적과 성과에 조급한 나머지 밀어붙이기식 의사결정과 사업추진이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지만 중앙정부와의 마찰 등 부정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합목적성이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수단은 합법성이고 과정은 민주성이 결여되서는 안되고 결과는 얼마만큼의 성과가 효율적으로 나타났느냐가 행정의 기본 가치이자 프로세스이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지방 공직사회에서 대표적인 강한 추진력을 앞세운톱다운 방식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한마디로 까라면 까!’. 하지만 경계하지 않으면 독선으로 흐르기 쉽다.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하는 조직이 위기에 강하다. 지자체장들과 공직자들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부분이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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