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칼럼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천생유재(天生有才)

  • 입력 2023.03.22 16:13
  • 댓글 0

 

문해.한국어교사/안산용신학교 교사
문해.한국어교사/안산용신학교 교사

 

천생유재(天生有才)

 

시선(詩仙), 적선(謫仙)이라 불리는 당나라 시인 이백은 장진주(將進酒)라는 시에서 하늘이 내개 주신 재주는 반드시 세상을 위해 쓰일 것이다(天生我才必有用)’라고 하였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재능을 타고난다고 한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듯이 말이다.

며칠 전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렀는데 트롯경연에 참가하여 작은 거인이란 별명의 10살짜리 H군의 노래가 광장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성인가요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불러 사랑을 받던 그는 엄마가 베트남인인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다. 베트남사람들도 우리처럼 흥이 많아 젓가락을 두드리며 노래한다. 최종 톱7에 뽑힌 13살의 B군도 감정표현이 드러나는 얼굴 표정하나 바뀌지 않으면서 매번 부르는 곡마다 감동을 선사했고. 동년배인 S군도 역시 주옥같은 노래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들 소년들이 기라성 같은 성인참가자들을 이기며 본선에 오른 것은 이백(李白)의 시처럼 하늘로부터 받은 재주(天生有才)때문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을 것이다.

3개월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리면서 경연의 최종 우승은 경연대회 재수생인 A군이 차지하였다. 그는 3년간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권토중래(捲土重來)로 왕관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한 때 노래를 포기하고 주먹밥 가게를 하면서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다시 도전했다며 인생곡으로 패티김의 명곡인 그대 내 친구에란 곡을 압도(壓倒)하는 가창력으로 출중함을 보였다. 그는 우승 소감으로 저의 작은 재능이 사람들에게 때로는 위로를 드리고 때로는 행복을 드릴 수 있도록 평생을 노력하겠다고 했다.’ 우승자다운 소감이라고 할 수 있다.

참가자 중 K는 지천명(至天命)을 앞둔 방송사 아나운서 출신으로 낭만가객(浪漫歌客)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는 어쩌면 고독한 중년의 비주얼로 하늘이 주신 재주..’라기 보다는 음악을 즐기다 보니 재능이 진화된 케이스가 아닌가 생각된다. 취미가 또 다른 직업이 되는 케이스는 얼마든지 있다. 일찍이 공자도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知之者不如好之者),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好之者不如樂之者)라고 했다. 그는 방송사 아나운서직을 내던지고 가수의 길을 걷겠다고 했다. 인생 후반전을 위한 멋진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참가자 중 J는 지방에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여 설 무대가 없어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던 버스커((Busker)출신이다. 그야말로 밑바닥부터 다지고 올라온 케이스라고 할 수 있고, 활어회를 만드는 B도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안방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본선에 오른 경연 참가자들은 저마다 애틋한 사연과 굴곡진 인생스토리를 갖고 있는 이른바 마이너리티(Monority)들이기 때문에 한() 맺힌 가락이 뿜어져 나오는 것일 것이다. TV경연프로가 없었다면 새상에빛을 못 보고 자칫 묻혀버릴 수도 있는 보석들이다.

시선(詩仙) 이백이 당()나라 황제 현종의 양귀비(楊貴妃)가 생일을 맞아 밤늦은 시간에 황제의 부름을 받아 몸도 가누기 힘든 대취(大醉)한 상태에서 즉석에서 지은 시가 바로 그 유명한 청평조사(淸平調詞). 황제와 양귀비를 비롯한 고관대작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천하의 이백이라고 해도 만취(滿醉)한 상태에서 그처럼 주옥같은 시를 짓고 악기 반주에 맞춰 노래처럼 읊었으니 때는 바야흐로 온갖 꽃들이 만발한 봄 밤이었으니 얼마나 황홀(恍惚)했겠는가. 그러니 그를 하늘에서 귀양 온 신선이라는 적선(謫仙)이라 부른 것이다. 이백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시였으니 그가 짓는 시는 모두 명작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공자도 시를 읽어 인간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예를 배워 인격을 충실히 하며, 음악을 익혀 덕성을 완성한다. 라고 하였다.’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성인(聖人)인 그도 한 때 음악에 심취하여 끼니조차 잊을 정도였다고 했는데 하물며 대중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새로운 스타들의 활약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행복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