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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여행유정(旅行有情)

  • 입력 2023.05.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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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한국어교사 / 안산용신학교 교사
문해.한국어교사 / 안산용신학교 교사

 


여행유정(旅行有情


4월 하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해방된 유럽의 주요관광지는 세계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인간에게 허용된 최상의 자유를 만끽하려는 모습 그 자체인 것 같았다. 바티칸을 입장하는데 3시간 이상을 기다리고, 에펠탑 2층을 올라가는 승강기를 타는데 한 시간여를 기다려도 여행의 기대와 환희 앞에서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날씨는 우리나라의 3월과 비슷해 사람들의 옷차림은 한겨울에서 한여름까지 다양했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그런 모습에 인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

고대 세계최강의 제국을 경영했던 로마문화유적의 스케일은 동양인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지만, 디지털의 풍요를 누리는 신인류(新人類)인 한국인에게 인터넷TV가 안되고, 와이파이 시설이 부족하고 상수도 수압이 약한 호텔 시설은 불편했다. 영어로 기반시설을 의미하는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의 어원은 원래 고대 로마인들이 사용하던 라틴어 인프라(Infra)로 세계최초로 건설한 아피아가도(街道, 고속도로)와 로마의 상하수도 등 도시 기반시설을 의미하였다.

하지만 필자가 본 지금의 로마인들은 선조의 훌륭한 문화유산은 물려받았지만 불가능에 도전했던 정신세계는 물려받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호텔 아침 식사 테이블에 서양인 중년 남녀가 필자의 부부를 비롯한 동양인들의 합석을 거절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에 인종차별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코로나로 호되게 고생한 후유증 때문일까? 하지만 세계사의 주도권은 로마에서 영국으로, 영국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미국에서 동양으로 조금씩 넘어오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분명 디지털이란 신인류 문명의 선두주자고 K-POP 등 한국문화는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지 않은가?

필자는 10여 년 전보다 알프스의 만년설이 많이 녹았음을 현장을 보고 기후재앙에 대해 다시 한번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해수면의 상승은 아름다운 인공 수상 도시 베네치아를 50년 후 수중도시(水中都市)로 위협하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비참한 예측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도시 하나를 통째로 바닷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생각해 보자. 정말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유럽의 주요 도시는 환경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비닐봉지를 완전히 추방한 것 같았다. 필자가 유럽에서 구입한 물건은 모두 봉투에 담겨 한국으로 왔다. 아울러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식당의 물티슈나 화장실의 종이 티슈도 찾아보기가 힘들었고 우리처럼 커피잔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나 반려견을 안고 다니는 사람은 드물었던 것 같다. 유럽인들의 환경친화적인 생활은 분명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프랑스 파리의 교통은 완전히 사람에게 통제권이 주어져 있어 버튼을 누르면 보행자 신호가 켜진다. 빨간 신호에서 사람이 건너도 위법이 아니라고 한다. 파리가 세계최초로 도입한 공용자전거(벨리브)는 여전히 시민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았다. 보행자 다음으로 자전거에 우선권이 있는 게 서유럽 교통시스템의 특징이 된 것 같다.

유럽을 여행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불편하게 느낀 점은 역시 화장실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와도 같고 요금도 지불해야 된다. 하지만 그런 문화 속에 유럽인들의 절제와 자원을 아끼는 검소의 미덕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로마역사 책을 읽다가 이탈리아 등 서유럽 4개국을 다각적인 비교를 통해 N풍선의 패키지상품으로 다녀왔다. 전국각지에서 모인 32명은 물론 초면(初面)이었다. 불가에서는 저승에서 천만번을 만나야 이승에서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라고 하는데 10일간을 함께 동행한 사람들과의 인연은 저승에서 억만 번을 만났던 인연처럼 금방 다정다감하게 가까워졌다.

패키지 해외여행은 마치 군사작전을 하는 것과 같다.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지화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여 관광지와 교감하고, 세계인들과 교감하고, 그리고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교감한다. 이런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필자는 이를 여행유정(旅行有情)이라 표현하며, 삶의 또 다른 활력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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