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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단톡문화 

  • 입력 2023.06.0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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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한국어교사/ 안산용신학교 교사
문해.한국어교사/ 안산용신학교 교사

 

단톡문화 

 

현대사회를 한마디로 초연결사회라고 한다. 이 개념의 핵심 중의 하나가 바로 소셜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과거 SNS 초기시절 ○○○의 아침편지’ ‘○○○의 뉴스 브리핑등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필자도 한때 삼국지 등 중국 고전과 일본의 전국시대(戰國時代)등을 주제로 하여 오랜 기간 단톡방에 연재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능을 응용한 다양한 앱 서비스가 등장하고 유튜브 등 동영상 SNS가 급속도로 되면서 텍스트 형식의 뉴스 등 문자 정보제공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고 볼 수 있다.

SNS의 폭발적인 성장은 대한민국이 IT강국이 되는데 일조했음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눈 만 뜨면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심지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도 자연스레 모니터의 동영상과 뉴스와 광고를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많은 내용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볼 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정보만 검색하여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지경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카톡을 비롯한 SNS를 타고 들어오는 각종 모임의 이런저런 알림’ ‘공지’ ‘안내며 거기에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직장의 업무 관련 지시, 중복되어 들어오는 재난문자 등이 범람하면서 가뜩이나 지친 현대인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한 유력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82%가량이 단톡방 때문에 스트레스를 경험했다.’는 내용을 읽고 공감했다. 이 보도에서는 단톡방 나가기탈옥’,‘미션임파서블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필자도 최근 한 단톡방에서 나가기를 하였다. 이유는 단톡방 회원 중 매일 뉴스포커스란 글을 올리는데 매일 주요 뉴스를 직접 문자로 입력하고 말미에는 생활영어’, ‘사자성어’, ‘건강상식까지 정성스럽게 꼼꼼히 작성하여 단톡방에 올려 구성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주기 위해 나름대로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어쩌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반드시 자신이 올린 내용을 화제로 삼고 상대방이 내용을 정확히 읽었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학생에게 내준 과제물을 검사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화제를 전환하면서 대화를 나눴지만 한 번은 내가 올린 뉴스포커스를 제대로 안 읽었구만!‘하는 말은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강요와 같은 느낌을 받고 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대신 단톡방을 떠나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위 사례가 무엇이 문제인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겠다.

또 한 사례는 현직에 있는 공직 후배가 선배들을 카톡으로 초대하여 단톡방을 만들고는 자녀 결혼식을 올린 적이 있었다. 선후배 관계를 떠나 꼭 이런 방식으로밖에 할 수 없을까? 단톡방이란 걸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단체문자로 하면 훨씬 깔끔하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게 사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회성 단톡방이 수없이 많다.

필자도 현재 여러 개의 단톡방에 가입되어 있고 그중에는 학교 제자들과 학습 효율을 제고하고자 운영하는 단톡방이 있는데 교과학습과 관련된 게시물외에는 카드인사장 조차도 없다. 이런저런 사적인 내용이 올라오다 보면 면학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누구나 생각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험한 사례 중에, ’문해교원양성연수시 실습을 담당한 교수가 단톡방을 만들면서 목적’, ‘기간’, ‘정치, 종교 편향금지 등 준수사항등을 공지하고 참여자 개개인의 동의를 받았다. 연수가 끝난 후 지도교수부터 방을 나갔고 단톡방은 자연히 해산되었음은 물론이다.

안산용신학교 현직교사회 단톡방의 경우 행사 참여 여부를 항상 투표하기기능을 활용하여 대화 화면에 개개인의 실명이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여 구성원을 배려한다. 원론적인 주장이지만 단톡방에 게시물을 올리는 건 내 중심이 아니라 상대방 중심이 되어야 한다. 어떤 내용이든 게시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통신수단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단톡방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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