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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인간도시(人間都市)

  • 입력 2023.06.2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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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한국어교사/안산용신학교 교사
문해.한국어교사/안산용신학교 교사

 

인간도시(人間都市)

 

인간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사라져간다. 인간의 역사는 도시의 역사이고 도시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한마디로 도시는 인간의 삶의 공간이자 삶 그 자체이다. 혹자는 인간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인간을 만든다.’라고 한다. 도시를 만든 인간은 도시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는 어쩌면 우문현답(愚問賢答)일 그것으로 생각한다.

필자는 여행을 가면 국내든 국외든 그 도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시청(市廳)을 가본다. 언젠가 아내와 춘천을 가 시청 앞 광장에서 한 동안을 사색(思索)에 잠겼던 적이 있다. 다른 도시에는 흔치 않은 시청 앞의 넓은 광장에 대리석으로 만든 휴식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저녁에는 번화가 산책을 했는데 휴일임에도 청결했다. 그때 이후로 닭갈비로 대표되는 춘천이 필자에게는 시청 앞 광장이라는 이미지로 바뀌었다.

90년대 이후 지자체 도시는 많은 양적 변화와 질적 성장을 이루었는데, 우물 안 개구리를 탈피하려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배낭을 메고 유럽 등 선진도시를 배운 붐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당시 필자도 미국과 캐나다의 여러 도시를 직접보고 배운 것들이 많았다.

필자는 서양의 도시들을 가볼 때마다 우리의 도시와 비교되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는데. 첫째는 청결하다. 그 비결은 그 나라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서이기도 하고 도시관리 행정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단조(單造)롭다. 바꿔서 말하면 시야가 복잡하거나 어지럽지 않고 혼란스럽지 않다. 셋째는 하나같이 우아(優雅)하다. 낮은 낮대로의 우아함이 있고 밤은 밤대로의 우아함이 있다.

혹자는 과거 동유럽 국가들은 사회주의의 절망감을 밤의 우아함으로 대체하고 있다.’라고 이데올로기적인 개념으로 해석한 학자도 있었지만, 외형적으로는 우아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넷째는 시청 앞 광장을 도시의 상징물(Landmark)로 여기고 있다. 광장에는 대부분 그 도시와 관련된 인물의 동상(銅像)이나 분수(噴水)가 있다. 마지막으로 행정홍보나 광고물이 필요한 것만 최소한으로 설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우리의 도시는 어떠한가? 첫째 무분별하게 설치된 각종 플래카드와 행정을 홍보한다는 목적으로 설치된 각종 현수막이 난립하고, 거기에 정치인들이 민심을 얻으려는 노력은 이해되지만, 정치 현수막이 그렇지 않아도 미관이 저해되고 있는 도시를 더 어지럽게 하고 있다. 정치권이 도시미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선거 시즌을 제외하고는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는 초일류 정보통신 IT 강국임에도 역설적으로 도시 행정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를 대표하는 홍보수단인 플래카드에 의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도시홍보를 플래카드에서 인터넷으로 과감하게 바꾸는 노력을 하고 사설 광고도 온라인영역으로 디지털로 대체한다면 우리 도시는 몰라보게 쾌적해지고 품격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는 상업용 간판과 광고도 도시미관을 저해하는데 주요 원인인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경쟁하려면 어쩔 수 없다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고 변명을 하더라도 당국은 신고 되지 않은 공고물은 공정하게 정비하여 건축물을 건축물답게 외관을 살려야 한다. 안산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역을 나오면 첫 번째로 보이는 건 간판으로 뒤덮인 어지러운 상업용 건물이다.

셋째는 도로변에 불필요한 표지판(標識板)이 너무 많아 운전자나 보행자의 시야 확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국에서 승인(허가)되지 않은 불법 도로 표지판은 어떤 시설이든 정비하여 최대한 도시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단조롭다라는 느낌이 들도록 했으면 한다.

도시를 아름답게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자체와 공무원의 책임이다. 필자가 최일선의 수장 시절 도로변 잡초 때문에 민원(民願)을 처리하느라 직접 제초작업을 했던 적도 많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도시는 금방 흉물스러워진다. 도시는 관리하는 만큼 그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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