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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안만홍의 숲 이야기] ② 이 벌레만도 못한...

  • 입력 2023.10.1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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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만홍 도시숲센터 이사장
안만홍 도시숲센터 이사장


이 벌레만도 못한...

 

거위벌레의 모성애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유하거나 타인을 경시하여 표현하는 말로 이 벌레만도 못한 놈이란 말을 합니다. 이때의 벌레는 하잘 것 없는 생물이란 의미로써 벌레보다도 못하다는 것은 상대방을 매우 폄하하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벌레가 정말 하잘 것 없을까요?

도시숲에도 도토리를 열매로 맺는 참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상수리나무이거나 갈참나무인데, 떡갈나무나 신갈나무도 눈에 띕니다. 며칠전 거리를 걷다가 상수리나무 가지가 여러 개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누가 이런 것일까요? 사람이 나무 가지를 자른 흔적일까요? 아니면....

그렇습니다. 바로 참나무류에 서식하는 참나무거위벌레의 작품입니다. 잘려진 부위는 정말 깔끔합니다. 매끄러운 면은 마치 정교한 톱으로 자른 것 같습니다. 사전지식이나 경험이 있지 않고서는 손톱보다 작은 도토리거위벌레의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갈참나무에 도토리가 달린 채 잘린 부위가 아주 매끄럽습니다. 도토리거위벌레가 알을 낳고 잘라서 떨어뜨린 가지입니다. 자세히 보면 도토리 뚜껑부위에 검은 점에 있습니다. 이곳이 거위벌레가 알을 낳은 부위입니다.

 

목이 거위처럼 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거위벌레, 거위벌레의 모성애는 정말 지극합니다. 도토리가 열리는 참나무에 사는 도토리거위벌레는 경이로운 방식으로 알집을 만듭니다. 도토리거위벌레는 도토리에 알을 낳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작고 힘없이 보이는 벌레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어집니다. 다람쥐나 청설모는 설익거나 썩은 도토리는 안 먹습니다. 땅에 떨어져 상한 도토리처럼 보여야 다람쥐나 청설모, 어치 등 도토리를 먹이로 삼는 동물들이 안 먹습니다. 이처럼 도토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 바로 도토리에 알을 낳은 거위벌레의 놀라운 모성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위벌레의 알이 있는 도토리가 그대로 생 나뭇가지에 붙어 있다면, 알은 다람쥐 등이 도토리를 수확할 때 같이 먹이가 될 것임을 거위벌레는 알고 있는 것입니다.

거위벌레 암컷은 긴 주둥이를 사용해서 열매 표면에 구멍을 뚫고 거기에 알을 낳고 끈끈한 액체로 덮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거위벌레의 톱처럼 생긴 주둥이로 나뭇가지를 자릅니다. 나뭇가지에는 나뭇잎이 서너 개 달린 채로 자릅니다. 새끼가 될 알이 전해질 충격을 줄이고자 나뭇잎을 서너 장 달린 나뭇가지 상태로 잘라 아래로 떨어뜨립니다. 땅에 떨어뜨려 썩은 것처럼 보여야 아무도 건들지 않는다는 것을 거위벌레 어미는 알고 있는 것이지요. 알은 무사히 애벌레가 되어 도토리를 먹이로 삼아 자라납니다. 이것이 바로 손톱보다 작은 거위벌레 어미의 새끼를 위한 모성애입니다.

 

목이 거위처럼 길다고 해서 거위벌레라고 불립니다. 거위벌레의 생존전략을 보면서 우리가 생존하는 모습과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벌레도 소중한 생명임을 맘에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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