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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기고] 2024년판 브라운의 눈

  • 입력 2024.03.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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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민 김희삼
안산시민 김희삼

 

2024년판 브라운의 눈

 

17세기 중반 로버트 훅이 세포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DNA라는 말은 없었다. 세포 핵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세상을 바꾸는 변화는 사소한 실마리에서 나오는 법, 기록에 의하면 로버트 훅은 왜 코르크가 물 위에 뜰까를 의심하다가 현미경을 응시했는데 그러던 어느날 코르크의 단면에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것이 마치 수도승들이 사는 집(Cell)같이 생겼다 해서 Cell(세포)이라고 불렀다. 인류가 물질의 최소 단위가 세포라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 세포의 핵은 누가 발견했을까. “세포의 핵을 생각할 때마다 개인적인 이야기로서 나는 학창 시절 은사님 한 분을 떠올린다. 기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은사님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선생님은 당시 학생회 간부였던 나를 불러 눈을 감은 자가 너무 많다. 항상 눈을 뜨고 살아야 한다, 눈을 떠라, 그래야 물질이 보이고 인간이 보이고 세상이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세포의 핵을 발견한 로버트 브라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선생님이 말씀한 그 눈은 단지 육신의 눈만은 아닐 터, 브라운은 평생을 그 눈에 심안을 더해 응시했으며 그런 집중과 집념이 그에게 물질을 보게 한 것이고 그렇게 해서 앞선 선배 로버트 훅이 코르크의 셀발견 후 미완의 숙제로 남겨놓은 이래 한 세기 넘게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던 세포의 핵을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의 지속적인 관찰에 의해 핵 속에 유전자 정보 물질인 DNA가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나는 선생님이 말씀한대로 눈을 뜨고 세상을 살았는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을 고백해드린다. 그러하니 이루어 놓은 것이 일천했고 결과적으로 나의 눈은 미력한 눈이었다. 생각하면 송구할 뿐이다. 학창 시절 이후 한 번도 뵙지 못하고 죄송한 여정을 걸어온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러나 은사님의 말씀은 2024년 작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내 가슴을 울린다. Open your eyes.

세상에는 눈이 있으되 인식하지 못하고 인식은 했으되 식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나와 내 친구들과 내 이웃들을 포함하여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만약 그러하지 않았다고 하면) 이 순간부터라도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보라고 말씀드린다.

뜬금없이 웬 눈, 세포 이야긴가. 총선을 불과 한 달여밖에 안 남기고 있다. 지난달 말 선거구가 획정되고 여야 모두 당내 경선을 치러 최종 결선 진출자를 결정하는 등 마무리 수순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공천에 대한 마무리 평이 분분하다. 야당은 친명계가 대거 공천됐다는 말이 들리고 여당은 현역이 대거 살아남아 감동이 없다는 말도 들린다.

3지대로 나간 사람들은 컷오프 된 사람들을 모셔오기 하는 등 마지막까지 세 불리기에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있다. 출마자들을 보면 소신과 이념보다는 어떻게 하면 당선될 것인가 하는 당선을 위한 목표 설정에 최선을 다 하는 특징이 보인다. 300명의 여의도 의석을 향해서 움직이는 총선 전야의 풍경이 이합집산과 장량의 지혜로 분주하다.

금년 총선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정권 심판구호를 내건 거대 야당이 그대로 원내 1당이 될 것인가, ‘정권 수호를 외치는 여권이 1위를 탈환할 것인가, 그리고 제 3지대에서는 몇 명이, 비례에서는 어떤 지형이 그려질 것인가 그런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난 선거나 여느 선거 때와 다를 것은 없다. 그러나 산적한 국가적 과제가 많은 작금에서 이번 선거의 의석수야말로 높은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진정한 일꾼이 누구인지를 식별하는 것이 유권자의 눈이다. 로버트 브라운의 뜬 눈이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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