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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투데이안산

[임흥선 칼럼] 체일기행(諦日紀行) (5회, 마지막)

  • 입력 2024.03.2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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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한국어교사/ 안산용신학교 교사
문해.한국어교사/ 안산용신학교 교사

 

 

체일기행(諦日紀行) (5, 마지막)

필자는 어디를 가나 보도블록의 상태로 한 도시의 수준을 측정하는 나름의 잣대를 갖고 있다. 4일간 일본에서 매일 3만 보 가까이 걸었지만, 평소 등산 등 규칙적인 운동 때문인지 그다지 피로를 느끼지 않은 건 빈틈없는 보도블록과 장애(障礙)가 거의 없는 쾌적한 거리환경도 한몫했다고 생각된다. 과거 어느 해외 도시를 여행할 때 보도블록을 심듯이 시공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공사 기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영구적인 명품 보도블록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보도는 나날이 걷기가 불편한 길이 되어가고 있다. 수시로 교체하는 보도블록 공사는 물론이고 돈벌이에만 급급하여 무분별하게 폭증하고 있는 전동자전거, 킥보드 등의 보도점거는 걷는데 큰 장애물이 되고 있고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어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보도는 언제나 쾌적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런 도시가 수준높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생각은 늘 인간적인 도시란 걷기, 개인자전거, 공공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으로 관리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루의 여장을 풀고 호텔 최상층의 사우나로 올라갔다. 물의 온도가 약간 낮은 듯했지만 피부가 예민한 필자에게는 오히려 최적(最適)인 것 같았다. 건식 방의 온도도 적당해서 마침 아시안 컵 일본과 이라크 경기를 TV로 시청할 수 있었다. 열탕의 창문은 열려 있어 찬바람이 들어와 머리를 더없이 시원하게 해주었다. 사우나 밖에는 무료로 제공하는 아이스크림과 안마의자 그리고 서가(書架)에는 빼곡히 서적이 있어 막간을 이용해 독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나라 사우나나 찜질방과는 다른 이색적이었다.

필자는 탕() 속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생각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 장터에서 유랑 극을 보았는데 일본 경찰이 우리나라 민초를 잔인하게 고문하는 장면이었다. 그때부터 필자는 일본은 잔인이라는 프레임을 갖고 있었고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증오심에 불타있었다. 또한 마음 속 한편에는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저지른 만행(蠻行)은 너무도 반인륜적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KBS 도쿄 특파원을 지낸 J씨가 저작한 일본은 없다.’란 책을 서점에 나오자마자 구입하여 단숨에 읽었다. 저자가 도쿄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구석구석 날카롭게 파헤친 글로 당시 필자에게 완벽한 나라라고 생각하던 일본에 대한 인식을 바꿔준 소중한 책으로 책장이 노랗게 변했어도 아직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이후에도 일본에 대한 베스트셀러 서적은 빠트리지 않고 시간 나는 대로 읽으며 일본에 대한 상식을 넓히려고 노력해왔지만 역시 발로 직접 밟고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는 여행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필자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기초가 단단한 나라가 아닐까? 그 근본(根本)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서울에 온 일본의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한국은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는 언론 인터뷰를 보고 만약 한국의 어느 선수가 일본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 선수는 비난과 고통으로 선수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일본과 이슈가 생기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일(反日)이나 친일(親日) 프레임을 만들어 민초들을 혹세무민해 왔지만, 국론만 분열시키고 국익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필자의 솔직한 견해다. 오히려 경제계에서 꾸준하게 주장한 일본을 이기자는 극일(克日)’ IT산업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따라서 필자의 이번 일본여행 칼럼 제목을 다시 한번 일본을 자세히 들여다보자는 의미로 체일(諦日)’이라고 한 것이지만 오히려 독자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힌 것은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올해 일본을 찾을 한국인이 천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라면 가히 일본 관광 전성시대라고 할 만한데 기왕이면 먹고 마시고 노는 것도 좋지만 배울 건 배워서 우리의 도시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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