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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16안전공원 조성과 도시재생 연계방안

  • 입력 2017.07.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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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4.16안전공원 조성과 도시재생 연계방안 

                              이영범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도시연대 이사
지역에 특정 시설이 들어설 때 지역주민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극유치’와 ‘결사반대’라는 극단적으로 서로 다른 반응이 생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태도를 흔히 핌비(Pimby: Please in my back yard)현상이라고 부른다. 번역하자면 ‘제발 우리 집 앞에 지어 주세요’ 정도가 될 것이다.

이와 반대로 결사반대하는 태도를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현상이라고 부른다. ‘내 집 앞에는 죽어도 안 돼’라는 태도이다. 특정시설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이유는 유치하려는 시설이 혐오시설이냐 아니면 주민 개개인과 지역발전에 이익이 되는 시설이냐에 따라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시설의 적극유치에 해당되는 핌비현상의 대표적인 예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 개발과정에서의 공공기관의 유치이다. 한전이 나주 혁신도시로, 그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진주로 이전하기로 결정될 때 유치 후보지의 지자체와 지역주민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대규모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일자리 창출 등의 기대효과로 인해 적극적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필요한 쓰레기 소각장이나 납골당 등의 경우 혐오시설로 치부되어 건설계획이 발표되면 늘 지역민들의 결사반대에 부딪힌다.

이런 시설이 혐오시설로 치부되어 지역주민이 결사반대했지만 오히려 들어서고 나서 지역민들이나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사랑받는 지역이 명소가 된 경우도 많다. 2001년 9·11 테러로 붕괴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 자리에 조성된 추모공원이 그 예에 해당된다. 무고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남겨진 빈 터에는 두 개의 폭포와 주변에 400그루의 참나무가 심어져 있다. 누구도 테러의 아픔의 흔적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이 터에 다시 초대형 건축물을 지어 지역을 활성화하자고 하자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라운드 제로라는 빈 터로 남겨진 이 추모공원은 뉴욕 시민이나 관광객이 가장 먼저 찾는 명소가 되었다.

님비현상은 혐오시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2003년부터 시행된 런던의 도심혼잡통행료 부과에 따른 도심보행개선과 상권활성화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도심으로 들어오는 자가용 차량에 대해 주중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공휴일 제외) 8파운드, 우리 돈으로 대략 1만원 조금 넘는 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자가용 차량으로 인한 영업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매출이 급감할 것에 대한 우려였다.

런던시는 도심혼잡통행료 제도가 시행된 이후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줄어들면서 보행자를 위한 인도를 늘리고 징수된 통행료로 오히려 대중교통수단인 버스노선을 확장하였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도심의 공기의 질이 좋아지고 보행환경이 개선되면서 유동인구가 이 제도를 시행하기 전보다 훨씬 더 늘었다. 보행환경과 대중교통의 개선에 따른 유동인구의 증가는 곧바로 도심부 지역상권의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줬다. 결과적으로는 이 제도의 도입에 결사반대했던 도심 상인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 추진 중인 4·16안전공원은 과연 지역에 도움이 되는 시설이 될 수 있을까? 안전공원과 지역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안전공원의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지역의 변화에 대응하는 공간언어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 주민들은 납골당이 웬 말이냐고 4·16안전공원이 화랑유원지에 들어서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한다. 이는 지역사회의 구성원과의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한 탓이다. 이는 곧 소통의 시간과 방식의 문제가 직결되어 있다. 대화의 시작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부터 출발한다. 이곳에 조성될 안전공원이 납골당이 아닌 추모공원임을 명확히 하고 추모공원이 지역에 가져다 줄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의 물리적 변화에 대응하는 공간언어를 갖는 것 역시 중요하다. 4·16 안전공원이 들어설 후보지인 안산 화랑유원지는 더 이상 유원지로서의 기능이 유효하지 않은 지역이다. 2014년 이후 사실상 캠핑장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가는 등 레크리에이션 기능이 상실했고 인근에는 공원이 다수 조성되어 다른 공원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 화랑유원지 인근의 초지역은 KTX의 정차역으로 확정되었고 주변에는 재건축사업으로 인해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러한 주변의 변화에 맞게 화랑유원지 역시 새롭게 탄생할 필요가 있다.

화랑유원지가 과거의 유원지로서의 기능에서 벗어나 지역재생의 활력소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공공성이 강한 공원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지역사회의 공적인 장으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416 안전공원을 중심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는 열린 공원, 그리고 안전사회를 열어 나가는 새로운 약속이 될 수 있는 청소년 중심의 미래세대 공원으로의 전환이다. 향후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KTX라인이 통과하는 지역발전의 호재를 바탕으로 4·16 안전공원을 추모공원의 개별적인 차원에서 바라보지 말고 안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고, 지역 전체의 균형 잡힌 발전과 상실한 유원지 기능의 공공의 장소로서의 재생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4·16 안전공원을 조성하려는 지금까지의 과정에서의 문제도 노출되었다. 안전공윈이 지역재생의 새로운 활력을 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 성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모든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한다는 자세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공청회나 행정주도의 일방적인 알림이 아닌 이해당사자들에게 충분히 납득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뭔가를 결정하려고 할 때는 아주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조건 반대하는 상황이라면 이 문제는 대화의 부족에서 야기된 것이다. 지역주민 모두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4·16 안전공원이 추모공원으로서의 하나의 나무가 아니라 화랑유원지 주변지역을 모두를 위한 상생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거대한 숲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지역재생의 성패는 우리들의 마음을 여는 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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