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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종길의 우리가 사는 도시이야기(20)/

                 사람들은 즐거움을 주는 도시를 원한다

오래된 길이나 건물 그리고 자주 찾았던 음식점이나 카페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즐거움을 찾는다. (오스트리아 빈)

“왜 그 도시에 사세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자주 하곤 한다. 이유는 어떤 답이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고, 스스로에게도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답은 다양하지만, 다음 몇 가지 답의 비중이 높았다. ‘회사가 그 도시에 있어서.’나 ‘일자리를 찾아서’, ‘서울보다는 집값이 싸서.’, ‘가족이 살고 있어서.’ 물론 통계적 유의성을 갖추거나 자료를 취합해 분류해 놓은 것은 아니다.

이 밖의 대답은 특별하거나 개인적인 것이고 소수였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이유로 자신의 정착지를 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자신이 살고 있던 어떤 곳에서 다른 지역인 도시로 옮겨온 이유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행복을 찾아서’이다. 일자리를 찾아서 가족과 함께 평안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선택하는 것은 일생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일 것임이 틀림없다. 즉, 가족과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다.

얼마 전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선정하여 발표하였었다. 머서(Merser)라는 외국 민간회사에서 한 것인데 선정 기준 항목은 정치·사회적 환경, 경제환경, 사회문화적 환경, 자연환경, 소비제품 가용성, 여가선용, 공공서비스와 교통, 교육, 의료와 보건 등이었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여가 선용’과 ‘소비제품 가용성’이 포함된 것이다.

낡은 건물이 많고 좁아서 교통이 불편한 거리도 콘텐츠를 만들어 잘 디자인하면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다. (일본 오타루)

여가 선용에는 레스토랑, 영화관, 공연장, 스포츠와 레저가 포함되었고, ‘소비제품’에는 식품과 일일 소비제품의 가용성과 자동차 등이었다. 자동차 소유의 폭이 넓어지자 출퇴근 거리가 늘어나서 직장과의 거리가 예전보다 덜 중요해졌다. 젊은 부부들에게 묻는다면 여가 선용하기 편한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생활 여건이라 해도 좋지만, 놀이와 휴식이 편하고 나름 멋있는 곳이 살고픈 도시가 된다.

다시 머서가 선정한 도시들을 보자. 1위가 오스트리아 빈이고, 스위스의 취리히,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독일의 뮌헨, 호주의 시드니 순으로 이어졌다. 다 큰 도시들이지만 공통점은 정치 사회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면서 시민들이 나들이할 곳이 많다는 점이다. 빈은 음악의 도시이자 쿠스타프 클림트를 비롯한 수많은 화가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연장과 미술관이 많다. ‘비엔나커피’로 짐작되듯이 수많은 카페와 맛있는 요리를 이름난 식당들이 즐비하다. 그러니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이기도 하지만 시민들 처지에서는 가까운 곳에 쉬고 즐기고 자랑할 것 많다는 점이 도시의 장점이자 강점이 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예술을 사회적 산물로 보았으며, 대도시를 새로운 놀이 공간을 파악하여 하나의 예술적 대상으로 작용한다고 하였다. 즉 도시가 예술적인 여러 상상력을 가진 놀이 공간이 되는 것으로 시민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도시재생을 하였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찾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과 방문하는 사람들이 모두 만족해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한국 전주)

그래서 도시정책책임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들이 시민들이 취향에 맞추도록 노력하게 된다. 뉴욕 센터럴 파크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공공간이지만 시는 이 공원을 새롭게 바꿀 아이디어를 국제 공모까지 하였다. 더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로부터 더 사랑받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로 보인다.

그리고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는 유럽에서 가장 큰 목조건물인 ‘에코톤(Ecotone)’이 지어질 전망이다. 미래의 지속가능한 도시에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파리가 세계적 생태계 위기 속에서 극복에 앞장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죽은 나무라 하더라도 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유지하므로 여러 나라가 고층 목조건물의 건축이 많아지고 있다. 에코톤은 생태학에서 나온 용어로 두 생태계 사이의 전이지대를 말한다. 파리처럼 구경거리가 많은 곳에서도 시대가 처하고 있는 문제에 대응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건축물을 크게 만들고 새 거리를 조성한다고 구경거리가 생기고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아니다. 건축가 유현준의 저서 ‘도시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저자는 “걷고 싶은 거리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먼저 걷고 싶은 거리와 성공적인 거리(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즉 자동차와 사람을 합친 유동 인구가 많고 부동산 가치가 높은 거리)는 다르다는 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하였다.

몇백 년 된 도시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 길고 좁은 골목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유는 익숙해서 편하고 그것이 도시의 자랑이 되는 까닭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곳으로 홍대 앞을 들고 있다. 이런 거리가 많은 빈과 같은 도시가 시민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 책의 한 추천 글 중에는 “우리는 지금 거대 도시를 숭배하고 그 안에 벌어지는 현란한 변화에 열광한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은 온전한 즐거움을 자아내지 못한다.”라는 표현을 보았다. 새겨 볼 말이다.

도시를 잘 개발하고 재생하였다고 주장하여도 시민들이 걷고 싶은 거리 그리고 즐거움을 주는 거리, 또 더 나아가 의미가 있는 건축이나 감동을 주는 도시의 변화가 없다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직장이 가까운 곳이기보다 좀 멀더라도 가족과 친구들이 편하게 만나며, 자주 찾고 싶은 곳이 많은 도시로 이사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인구 감소를 겪고 이 시대에 도시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장기준 기자  jun@todayans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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