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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기자명 장기준 기자

이주민, 지역 건강보험 가입요건 까다롭고 차별 심화

  • 입력 2019.07.2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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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보험제도 개정, 국내 합법 체류 이주민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

보건복지부가 '외국인의 도덕적 해이 방지'와 '내외국인 형평성 제고'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준비해왔던 장기체류 재외국민 및 외국인의 건강보험제도 개정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이주민들의 지역 건강보험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과도한 보험료가 책정되는 등 건강보험제도 상의 이주민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월 16일부터 6개월 이상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이주민에게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수많은 이주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터무니없이 치솟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거나 보험료 체납에 따른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단, 유학생의 경우 민간보험업체의 반발과 교육부의 요구로 의무화 시점이 1년 8개월 유예됐다.

건강보험제도 상의 이주민 차별은 먼저 건강보험 지역가입 시 내국인은 소득과 재산에 따라 보험료가 산정‧부과되나, 이주민은 본인의 소득과 재산에 따라 산정된 보험료와 전년도 세대 당 평균보험료(2019년 기준 113,050원) 중 높은 금액으로 보험료가 부과된다.

단, 영주(F-5)와 결혼이민(F-6) 체류자격 소지자에 한해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내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에는 섬·벽지·농어촌 거주자, 65세 이상 노인, 등록 장애인, 실직자, 그밖에 생활이 어려운 사람 등에게 보험료를 경감하고 있다.

둘째,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미성년자는 보험료 납부의무가 면제되지만 이주민의 경우 이러한 사정은 보험료 경감이나 면제의 사유가 되지 못한다.

다만, 유학(D-2)이나 일반연수(D-4) 체류자격 소지자 및 재외동포(F-4) 체류자격으로 재학 중인 경우 보험료 50% 경감, 종교(D-6) 체류자격 소지자 또는 기타(G-1) 체류자격 소지자 중 인도적 체류 허가자의 경우 보험료 30% 경감을 적용할 뿐이다.

셋째 내국인은 지역가입자인 세대주와 동일 세대로 인정되는 범위가 세대주의 직계존비속, 미혼인 형제자매,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존속 등으로 폭이 넓은 반면, 이주민 지역가입자는 세대주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동일 세대원으로 등록 가능하다.

넷째, 이주민 가족의 피부양자 또는 세대원 등록을 위해 건강보험공단이 요구하는 가족관계 증명서류들이 국가에 따라 발급이 불가능하거나 발급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실제 가족임에도 피부양자나 세대원으로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 빈발하다.

다섯째, 내국인 가입자는 보험료를 체납했더라도 체납 횟수가 6회 미만이거나, 공단으로부터 분할납부 승인을 받고 그 승인된 보험료를 1회 이상 내면 보험급여가 실시된다.

그러나 이주민 가입자가 보험료를 체납한 경우, 체납한 보험료를 완납할 때까지 보험급여 중단. 나아가 출입국 당국은 보험료 체납 이주민에게 3회 체납까지는 체류기간을 6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4회 이상 체납하면 체류를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여섯째, 이주민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 체류기간이 6개월 이상이어야 하며, 체류기간 갱신을 위해 본국에 다녀오는 경우 다시 6개월을 기다려야 지역가입을 허용하고 있어 건강보험 공백 기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행 이주민 건강보험제도는 이주민 개인에게도 불합리한 차별이지만 국내에서 가족 단위로 체류하는 경향이 높은 동포와 난민들에게는 생계와 체류를 위협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이에 오는 지난 25일, 여러 관련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건강보험제도 개악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이주민들의 실태를 알리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이 토론회에서는 이주와 인권연구소 김사강 연구위원이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의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중국동포지원센터 박옥선 대표, 고려인지원단체(사)너머 김진영 사무국장,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 조주연 사무국장이 각각 중국동포, 고려인 동포 및 난민 가족들의 사례를 공유했다.

이어지는 종합토론 시간에서는 다양한 이주민 그룹들이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 폐지를 위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실천방안을 함께 모색할 예정이다.

이주민 건강보험제도 차별 사례를 보면 한 가구당 고액의 보험료 부과이다.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가진 중국동포 J씨(75세, 여성)는 방문취업(H-2) 체류자격을 갖고 각각 건설현장과 식당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는 아들(53세)과 며느리(53세), 대학을 갓 졸업한 손자(26세), 취업 준비 중인 손녀(20세)와 함께 살고 있다.

3년 전 뇌졸중을 앓아서 일을 많이 하지 못하는 아들과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아 식당에서 비정기적으로만 일을 하고 있는 며느리가 벌어오는 월 200만원 미만의 소득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 5인 가족에게 2019년부터 매월 무려 113,050원×4=452,200원의 지역가입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아들과 며느리 모두 직장가입이 불가능해 지역가입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5명의 가족 중 동일 세대 구성원으로 인정되는 가족은 아들 며느리 부부 뿐 이라, 75세인 J씨와 성인인 손주들은 각각 개별 세대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 다음은 반복되는 입국 후 6개월의 공백이다.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갖고 한국에 25년째 체류 중인 어머니와 각각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재학 중인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중국동포 B씨(여성, 41세)의 방문취업(H-2) 체류자격은 오는 10월 만기가 될 예정이다.

체류자격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출국 후 재입국해야 되는데 재입국한 시점부터 6개월이 지나야 지역건강보험 가입자격을 다시 얻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B씨의 동반 자녀의 자격으로 동반(F-1)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는 두 자녀의 체류기간 만기도 어머니와 같아서 역시 6개월 간 건강보험 공백을 가지게 될 예정이다.

지역가입 자격을 가진 외국인 및 재외국민이 일시 출국 후 6개월 이내에 재입국한 경우 국외 체류 기간 동안의 보험료를 납부하면 지역가입 자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국외에 있는 중에 체류기간이 종료된 경우에는 재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지역가입 자격을 가질 수 있다.

때문에 3년 만기 방문취업(H-2) 체류자격으로 출입국을 반복해야 하는 동포들은 매번 6개월의 건강보험 공백 기간을 갖게 된다.

또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조차 피부양자나 세대원의 등록 어려움이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우크라이나 국적, 고려인동포 Y씨는 딸과 아내를 직장가입 피부양자로 등록하려고 했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요구한 서류인 발급일로부터 9개월 이내 딸의 출생증명서와 결혼증명서를 대사관으로부터 받을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출생증명서와 결혼증명서를 처음 발급한 이후 재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요청해 건강보험공단으로 공문까지 보냈지만 공단은 나중에 검토 가능하고, 일단 딸과 아내는 개별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예멘 국적 인도적 체류허가자 H씨는 아내를 피부양자로 등록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본국 외교부의 확인을 받은 혼인관계증명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한국에는 예멘 대사관이 없기 때문에 관련 서류를 떼려면 인편을 통해 부탁해야 하는데 전쟁으로 인해 요구하는 비용이 100만원~200만원 가량 되고 그마저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본국에서 서류를 받기 어려운 난민 인정자나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출입국에서 발급받은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로 가족관계증명이 가능하다고 하여 서류를 제출했으나 외국인등록일로부터 9개월 이내에 발급받은 서류만을 인정해준다는 규정에 걸려 가족들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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